조합은 기존에 받아야 할 이사비를 사업비로 집행하고, 공사비를 깎는 등의 방식으로 손실금을 보전받기로 했다. 이 역시 관련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안건은 지난 2017년 6월 시공사로 선정된 현대건설이 약속한 대로 이사비를 무상으로 제공할 경우 도시정비법 위반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현대건설과 조합의 합의로 상정됐다.
정기총회에서 안건이 통과되면 조합은 현대건설로부터 받아야 했던 이사비를 사업비에서 충당하고, 해당 지출액만큼 공사비 등을 깎게 된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한남3구역을 계기로 이사비 등을 무상으로 제공하거나 받는 쪽 모두 수사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내린 결정"이라며 "법이 바뀐 만큼 과거에 있었던 정비사업 악습을 정화하는 노력으로 이해해 달라"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해 11월 국토교통부는 한남3구역 재개발사업 입찰에 참여한 현대건설·대림산업·GS건설 3개사를 도시정비법 및 형법, 표시광고법 위반 총 22개 혐의로 검찰에 수사 의뢰했다.
사업비 또는 이주비를 무이자로 지원하는 등의 항목이 법률상 금지된 '금품 또는 향응, 그 밖의 재산상 이익을 제공하거나 약속하는 행위' 등에 해당한다는 판단에서다.
조합원들 사이에서는 공사비가 어떤 요인으로 줄어들었는지 따져보기 어렵다는 점에서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대조1구역 조합원 A씨는 "공사비 항목이 상당히 많은 데다 임금문제나 공정상 줄어들거나 증가하는 경우가 많지 않냐"며 "어떻게 기존에 약속했던 이사비 때문에 공사비를 줄였는지 확인할 수 있겠냐"고 반문했다.
한 대형건설사 도시정비팀 관계자도 "수주전 과열경쟁 원인 중 하나를 청산하는 노력은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면서도 "공사비는 수없이 많은 이유로 변하는데 일반사람들이 그 원인을 명확히 알아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합과 현대건설에 따르면, 이사비 지출액 보전에 관한 합의 내용을 문서로 남기지는 않은 상태다. 양측 모두 조합원에게 어떠한 손해도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합 관계자는 "현대건설과 문서로 계약서를 남기지는 않았다"면서도 "본래 받기로 했던 이사비만큼 다른 방법으로 보전받을 수 있다. 정기총회에서 조합원에게 상세히 설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본래 금지돼야 할 '이사비 무상제공'을 다른 방식으로 약속하는 일 자체가 위법일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한남3구역 특별점검에 참여한 국토부 산하기관 관계자는 "위법행위(이사비 무상제공)가 담긴 사업 제안서를 보고 투표한 조합원이 있었을 것"이라며 "그런데 지금 계약 내용을 바꾸면 당시 시공사 선정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얘기 아닌가"라고 말했다.
지난 2017년 9월 현대건설이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 수주전에서 제시한 '이사비 7000만원 무상 제공' 공약이 시공사 선정 조합원 투표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있기 때문이다.
이 관계자는 "사법기관 법률검토가 필요하겠지만, 공사비든 뭐든 본래 없어야 할 혜택인 이사비를 건설사가 무상으로 제공한다는 점은 본질적으로 같고, 이 역시 재산상 이익을 제공하는 일로 볼 여지가 있다"고 부연했다.
대조1구역 재개발 사업은 서울시 은평구 대조동 88번지 일대 11만2000㎡ 부지에 지하 4층~지상 24층 총 26개동 2389가구(조합원 1546명) 아파트를 짓는 4625억원 규모의 공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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