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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유튜브] 직장에 정년 있어도 유튜브는 정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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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승완 기자
입력 2020-02-13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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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튜브 통해 인생 후반전 준비하는 실버세대

  • 안티 에이징보다 '인조이 에이징'하는 어르신들

  • 경험이 곧 콘텐츠…젊은이들에게 감동과 공감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그레이네상스' 시대다. 그레이네상스는 백발을 뜻하는 '그레이(grey)'와 '르네상스(renaissance)'를 합친 용어로, 고연령층이 주요 소비층으로 떠오르면서 산업 시장을 주도하는 현상을 말한다.

그레이네상스 시대의 노인들은 은퇴 후에도 인생 2막을 위해 다양한 활동에 뛰어들고 있다. '한물간 뒷방 노인', '노인은 기계치', '고리타분한 노인상'이라는 편견도 이제는 옛말이다. 지하철 노약자석에 앉은 70대 노인의 검지는 피겨 스케이팅 선수처럼 스마트폰 화면 위를 자유자재로 움직인다. 손가락 두 개로 화면을 늘렸다 줄였다 하는 기술은 젊은이 못지않게 섬세하다.

유튜브에도 그레이르네상스 바람이 분다. 박막례 할머니(72)의 바통을 이어받는 실버 유튜버들이 속속 등장했다. 직장에 정년은 있어도, 인생에 정년은 없다고 했던가. 그레이네상스 시대를 살아가는 노인들은 유튜브로 인생 후반전을 준비한다.

할담비로 유명세를 치른 지병수 할아버지(78)는 유튜브로 인생 2막을 시작했다. 지씨는 작년 3월 KBS 1TV '전국노래자랑'에서 가수 손담비의 히트곡 '미쳤어' 무대를 선보이며 화제가 됐다. '할담비'라는 애칭도 그때 만들어졌다. 지씨는 곧바로 그 다음 달 '할담비 지병수' 채널을 개설했고, 올해 2월 현재 1만4700명의 구독자를 보유했다.

비단 할아버지뿐이랴. 작년 10월 유튜브 채널 '밀라논나'를 개설한 장명숙 할머니(68)는 4개월 만에 구독자 수 30만명을 돌파했다. 머리를 검은색으로 염색하는 대신 하얗게 센 머리를 곱게 빗어 올린 장씨가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를 이탈리아 발음으로 읽어 내려가는 영상은 채 한 달도 안 돼 조회 수 125만회를 거뜬하게 넘었다. 우리나라 최초의 이탈리아 밀라노 유학생인 장씨는 유튜브에서 '패션'을 주제로 자신의 노하우와 인생 지혜를 젊은이들과 나눈다.

실버 유튜버는 그들의 삶 자체가 콘텐츠다. 밀라논나 채널의 장씨는 영상에서 "마음이 고와야 모습이 예쁘다는 말을 옛날에는 동의하지 못했지만, 살아보니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며 "본인 스스로 '멋있다', '최고다'라고 말해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자신이 살아오면서 겪었던 시행착오를 유튜브를 통해 젊은이들과 공유하는 셈이다.

실버 유튜버들의 연륜 있는 조언에 10대 학생, 20대 취업준비생, 30대 직장인 등은 감동한다. "돈 주고도 못 볼 강의" 장씨의 첫 영상에 달린 이 댓글에는 1500명이 '좋아요'를 눌렀다.

책 <나이 들수록 인생이 점점 재미있어요>의 저자 와카야마 미사코(84)는 "노년이란 즐겁다. 60세가 지나면 점점 재미있어진다"며 "안티 에이징보다 인조이 에이징하라"고 조언한다. 일과 자녀 교육이라는 굴레에서 벗어난 노년에게 실버 유튜버들의 등장이 제2의 삶을 꾸릴 촉진제가 되길 바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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