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을 끼고 자리한 고장에서 맛볼 수 있는 향토 음식이 있는데, 바로 어죽이다. 충남 금산과 충북 영동·옥천, 전북 무주 등에서 맛볼 수 있다. 이 중에서도 금산 어죽은 더 특별하다. 금산 특산물 '인삼'이 들어간 덕이다.
어죽은 본래 단백질과 칼슘 등 다양한 영양소를 함유한 고단백 저열량 식품이다. 여기에 몸에 좋은 인삼까지 넣었다. 생선을 뼈째 우린 국물로 만들어 예부터 노약자와 산모가 원기 회복을 위해 먹었다고 하니, 이보다 더 우리 몸을 건강하게 해주는 음식이 어디 있으랴.
금산군 제원면 천내리·저곡리·용화리 일대에 산재한 식당 밀집지역 '인삼어죽마을'에서 이 음식을 맛볼 수 있다. 인삼어죽에는 쏘가리·메기·잉어·붕어·동자개 등 금강에 서식하는 민물고기가 들어간다. 잡아 온 물고기를 손질한 후 물을 붓고 끓여 국물을 낸다. 이것이 첫 번째 작업이다. 그렇게 4~5시간 삶는 정성을 들이면 물고기 뼈와 살이 분리되는데, 이것을 체에 거르면 어죽 국물이 완성된다.
이 국물에 불린 쌀을 넣고 끓이다가 쌀알이 어느 정도 익으면 국수와 수제비·된장·고추장을 차례로 넣는다. 된장은 민물고기 비린내를 잡고 고추장은 칼칼한 맛을 낸다. 더러는 '소엽'이라는 약초를 넣는 식당도 있다. 들깨를 닮은 소엽은 생선 비린내를 잡고 항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인삼을 깻잎·부추 등 채소와 함께 마지막에 넣은 뒤 비로소 상에 올린다. 칼칼하고 매콤하면서도 고소하다. 쌉싸래한 인삼 향이 입안에 퍼지니, 몸이 건강해지는 느낌이 든다.
5~6㎝ 크기 빙어를 둥글게 돌린 뒤 기름에 살짝 튀긴 도리뱅뱅이나 튀김옷이 바삭한 민물 새우튀김을 곁들여도 좋다. 금산 읍내장터 어디서나 맛볼 수 있는 인삼튀김은 별미 중 별미다.
◆'굴의 계절' 겨울, 진도굴 맛보셔라~
굴은 미네랄과 비타민이 풍부한 완전식품이다. '바다의 우유'라 불리는 이유다. 고혈압·뇌졸중 등 성인병과 암 예방에 뛰어난 효능을 지닌 이 식자재는 지금이 제철이다. 오죽하면 '겨울은 굴의 계절'이라 불릴까.
굴 하면 흔히 경남 통영을 떠올리지만 전남 진도 강계마을에서도 맛있는 굴을 먹을 수 있다. 생굴을 비롯해 굴찜·굴구이·굴라면·굴전·굴떡국 등 요리 가짓수만도 무궁무진하다.
강계마을에는 굴 철이면 바다를 마주 보고 문을 여는 식당이 모여 있다. 한때는 골목을 따라 길게 줄을 잇던 식당이 이제는 몇 집 남지 않았지만, 그 맛을 아는 사람들은 해마다 찾아온다. 싱싱한 생굴은 물론 굴찜·굴라면·굴떡국·굴물회 등 다양한 굴 요리를 맛볼 수 있는 데다 가격까지 저렴하다.
강계마을 굴은 맛으로도 한수 위다. 거세기로 소문난 진도 앞바다 물살 덕에 진도 굴은 식감이 더 탱글탱글하면서도 쫀득하다. 그 옛날 왜구도 벌벌 떨었다는 이곳 물살을 견디며 자랐으니 그리 될 수밖에 없을 듯도 하다. 한번 맛보면 잊을 수 없는 이유다.
강원도 횡성은 사람보다 소가 더 많은 곳으로 유명하다. 지리적으로 깊은 산과 맑은 물이 조화를 이루는 이곳은 일교차도 뚜렷해 한우 맛을 제대로 즐길 수 있다. 한우 순수 혈통을 관리·보존하고 엘리트 카우 종모를 키우는 등 한우에 쏟는 정성과 노력은 맛으로 증명된다.
최고 풍미와 맛을 자랑하는 횡성한우는 불포화 지방산 함량이 높고 필수아미노산 라이신과 비타민B, 무기질 등을 함유한 고단백 식품으로 손꼽힌다.
진한 갈비탕에서 풍부한 육즙으로 감칠맛 나는 한우구이까지 어느 것 하나 빼놓을 수 없다. 숯불에 구워 먹는 횡성한우는 맛도 맛이지만 육즙이 풍부해 식감은 부드러우면서도 쫄깃하다.
갈비탕은 또 어떤가. 육수를 우려내는 뼈와 고기가 넉넉히 들어가 갈비탕 국물은 묵직하고 구수하다. 사골뼈는 하루 동안 담가 핏물을 빼고 뜨거운 물에 월계수 잎과 생강을 넣고 데쳐 누린내가 나지 않는다. 갈비 사이로 동충하초·인삼·마늘·밤·대추·녹각·잣·표고버섯이 계속해서 나온다. 향긋하고 시원한 육수 비밀이 여기에 있었다. 국물까지 싹싹 비워내면 한층 건강해진 듯한 기분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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