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채 시장 활황··· 자금 조달 나선 기업들
1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이날까지 회사채 발행액은 총 19조1256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동기(15조4441억원) 대비 23.84% 늘어난 금액이다. 2년 전과 비교해도 20.65% 늘었다. 회사채 발행 시장은 일반적으로 연초에 발행 규모가 크다. ‘큰손’인 기관투자자들이 한해 투자 계획에 따라 지갑을 여는 시기인 만큼 이에 맞춰 자금 조달에 나서기 때문이다.
그러나 면면을 살펴보면 작년보다 발행 규모가 큰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장기간 이어진 저금리 기조에 더해 경영 전망이 급격히 불투명해지면서 기업들도 서둘러 자금 조달에 나서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발생 초기엔 일시적인 악재로 예상했던 코로나19 사태가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수준으로 번지면서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도 커지고 있어서다.
김민정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기업들의 실적 전망이 부진한 상황이어서 단기 운영자금 필요성이 어느 때보다 높은 상황”이라며 “게다가 지난 연말과 올해 연초까지만 해도 미·중 무역 합의로 금리가 올라갈 것이라는 걱정이 제기되며, 금리가 낮을 때 자금을 조달하자는 기업들의 움직임으로 회사채 발행이 늘어났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불투명한 전망에 ‘옥석 가리기’··· 일부 기업은 자금 조달 어려울 수 있어
문제는 경제 전망이 불투명해지면서 회사채 발행 시장도 양극화 양상을 보인다는 점이다. 발행 시장 전체로 보면 코로나19 등 악재로 인한 영향이 두드러지지 않지만, 신용등급이 상대적으로 낮은 기업들은 회사채 발행을 통한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기 시작했다.
김상만 하나금융투자 자산분석실장은 “코로나19의 확산이 지난주부터 급속하게 전개되면서 아직 수요 단계에서 위축은 확인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다만 앞으로는 심리 위축으로 수요가 줄어드는 상황이 나타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지난해의 경우 상대적으로 신용등급 ‘A’ 기업들이 높은 금리를 제시하며 많은 수요가 몰렸지만, 올해는 그보다 높은 ‘AA’ 등급 기업들만 회사채 발행에 우호적인 분위기다.
실제 발행 기업들이 제시하는 금리도 신용등급별로 온도 차를 보이고 있다. ‘AAA’ 등급인 SK텔레콤의 경우 지난해 10월 3년물 표면이율은 1.694%였으나 올해 1월 14일 발행한 3년물은 1.644%의 금리를 제시했다. ‘AA’ 등급인 현대오일뱅크의 경우 지난달 26일 발행한 10년물이 2.113%로 지난해 10월(2.113%)과 큰 차이가 없었다.
반면 ‘BBB+’ 등급인 대한항공의 경우 작년 3.70%에서 3.81%로 높아졌다. 대한항공의 경우 지난해 두 차례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미매각이 발생하며 흥행에 실패한 여파로 최고 수준의 금리를 예측한 측면도 있다. 그러나 같은 ‘BBB+’ 등급인 두산 역시 3년물이 지난해 4.522%에서 4.527%로 소폭 금리가 상승했다. 수요가 폭증하던 지난해의 경우 상대적으로 낮은 금리에도 자금 조달이 용이했지만, 올해는 상황이 달라졌다.
김기명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2월 중후반 회사채 발행시장은 이전보다 우량채권으로 집중하는 모습"이라며 “유동성 장세에 힘입어 활기를 보이나, 기업 펀더멘털 우려가 커지며 투자자들이 같은 등급 내에서도 선별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대부분 회사채가 오버 부킹되긴 했지만, 실적 안정성에 따라 성적표가 나뉘었다”며 “우호적 발행 여건으로 강세는 지속되겠지만 규모는 점진적으로 감소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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