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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재 칼럼-지금·여기·당신] 신천지를 ‘적군’으로 만들면 안 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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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재 논설위원
입력 2020-03-02 1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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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로나19戰, 신천지 대대적 수사는 신도들을 숨게 해

  • 그들의 커밍아웃 '연착륙'과 검사, 자가격리를 유도해야

  • 검찰 수사 순차적으로, 정교할 필요



적어도 지금은 신천지예수교회 증거장막성전(신천지) 신도들을 설득, 관리해야 한다. 그들에 대한 공격, "때려 잡자"며 하는 마녀사냥은 코로나19와의 전쟁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들에 대한 고발에 따른 검찰의 수사 역시 순차적이고 정교하고 이뤄져야 한다. 지금 한국 사회가 그들을 숨게 만들고, 구석으로 몰아붙일수록 득보다 실이 크기 때문이다.

법무부는 2월 25일과 28일 ‘신종 코로나19 확산 방지 특별 후속 지시’를 일선 검찰에 잇따라 내렸다. 핵심은 신천지측이 역학조사를 방해할 경우 구속수사를 포함, 적극적인 강제수사를 하란 거다.

일부 신천지 확진자들이 접촉 동선을 허위로 진술하고 있고, 지도부가 감염원으로 의심되는 본부 등에 대한 위치정보를 전면적으로 공개하지 않아 신속한 역학조사에 어려움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검찰이 적용할 법률은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등이다.

일요일인 지난 1일 경기도 수원지검이 곧바로 움직였다. 전국신천지피해자연대(전피연)가 감염병예방법 위반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혐의로 이만희 총회장(89)을 고발한 사건을 형사6부에 배당하자마자, 바로 이날 전피연 관계자를 불러 고발인 조사를 진행했다.

검찰이 수사를 안 할 이유는 전혀 없다. 다만 이번 수사는 우선순위를 따져 호흡 조절이 필요하다. 현재 상황에서는 고발인들이 제기한 위장교회와 비밀센터 429곳, 입교 대기자 7만 명과 주요 인사들 명단을 확보하는 게 급선무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신천지를 고발한 이유면서 이재명 경기도 지사가 고발 안 한 이유기도 하다. 

하여튼 검찰은 이 내용을 확보하는 즉시 방역 당국에 넘겨 코로나19 차단에 최우선적으로 사용되도록 해야 한다. 감염병 위반 부분 수사 다음부터는 급할 게 없다. 검찰 스스로 이번 수사 목적에 대해 “코로나19 확산 방지”라고 선을 그은 것은 적절하다.

왜냐하면 지금은 신천지 지도부와 신도들의 자발적이고도 적극적인 협조가 절실하기 때문이다. 전방위적인 강제 수사나 엄중한 처벌, 무관용 원칙을 공공연하게 내세울 경우 신천지가 코로나19 전쟁에 협조하지 않거나 도리어 훼방을 놓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잘 어르고 달래 ‘막 나갈지 모를’ 소수를 막아야 한다. 필요하다면 플리 바겐(유죄를 인정하는 대신 형량을 낮추는 것)을 포함, 수단과 방법을 다 동원해야 한다.

신천지 커밍아웃이 코로나19와의 전쟁에 최대 변수다. 일부 지방자치단체에 따르면 신천지 조사 과정에서 일부 신도들이 전화를 받지 않고 잠수를 타는 경우가 비일비재라고 한다. 심지어 극단적 선택을 한 사례도 있다. 자신이 신천지 신도라는 게 가족과 지인들에게 알려지는 것을 극도로 꺼리기 때문이다. 그들의 커밍아웃을 '연착륙'시킬 방안이 필요하다.

대구에서 근무 중인 류영재 대구지방법원 판사는 이 부분을 크게 우려한다. 그는 2일자 한겨레신문에 이렇게 썼다. “그 종교(신천지) 신자들 중 바이러스 확진자들이 압도적으로 많이 발견되는 이유는 그들이 방역체계에 들어왔기 때문일 텐데 정부의 방역체계에 비협조적인 사례만이 전부인 양 신자 전체에게 비난이 쏟아진다…자가격리 기준을 충족함에도 신자라는 사실이 밝혀질까 봐 두려워 자가격리나 신고를 기피하게 되는데 그것이 방역의 또 다른 위협이 되고 있다.”

앞서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신천지를 고발하지 않겠다”고 말해 오해를 받았다. 그는 1일 SNS를 통해 고발 안 한 이유를 자세히 설명했다. ▲경기도는 이미 필요한 신도명단을 모두 입수했고 조사까지 거의 마친 상태라 더이상 고발이 방역에 필요하지 않았다. ▲공무원 50명 관리 하에 신천지 신도 350명이 (다른 신도들에게) 직접 전화를 하고, 신천지 명의로 조사에 성실히 응하라는 메시지를 발송하는 등 협조 중이었다. ▲고발을 하면 적대관계를 조성해 방역 공조에 장애가 될 수 있었다. ▲고발은 행정력 낭비다. 국민의 목숨이 달린 일이다. 지금은 정치 아닌 방역에 집중할 때다.

국민의 목숨이 달린 일 말고 더 중요한 일은 없어야 한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신천지가 비이성적으로 종말을 선언해 그들이 ‘순교자’를 자처, 무차별적으로 바이러스를 퍼트리는 거다. 신천지가 극단적인 결정을 내려, 요한묵시록의 ‘종말’을 코로나19라고 여기면 파국이 올 가능성도 배제 못한다는 얘기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의 SNS 글 중 “신천지는 피해자”라는 부분에 동의하지 않는 이들이 많다. 하지만 그 뒤에 적은 “그들을 가해자 취급하여 혐오하거나 차별하는 것은 옳지 않다. 그럴수록 그들은 더욱더 숨어버릴 테니까. 다만, 그들을 설득하여 신도명단을 온전히 얻어내는 것은 성공적 방역을 위해 꼭 필요한 일이라고 본다”라고 한 대목에는 동의한다.

특히 신천지 대변인이 “우리는 국민이자 피해자입니다. 마녀사냥과 증오를 멈춰주십시오”라고 호소했는데, 이는 신천지 신도 모두가 코로나19와의 전쟁에 동참한다는 대전제에서 비롯된다.

지렁이도 밟히면 꿈틀한다. 쥐 역시 구석으로 몰리면 고양이를 문다. 신천지를 그렇게 몰아붙여서는 국민을 살리는 일에 별 도움이 안 된다.

P.S. 정부도 이런 점을 충분히 인정하고 있다. 칼럼을 마무리한 이후 나온 2일 정부 브리핑 자료에서 김강립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총괄조정관은 아래와 같이 말했다. 

“신천지가 고의 또는 여러 이유로 방역당국의 협조에 차질이 있다는 근거 발견시 취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취하겠다는 방침에 변화는 없다. 다만 적어도 그 근거를 확인하기까지는 신천지 측이 제공한 정보를 최대 활용해 신천지 측과 협의 통한 자발적 협조를 유도하는 것도 상당히 유용한 조치라고 보고 있다. 자칫 정부의 강압적 조치로 인해 신천지 신자들이 음성적으로 숨거나 밝히지 않는 움직임이 확산될 경우 오히려 방역에 있어 긍정적이지 못한 효과도 나올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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