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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동병원 호흡기 환자 입원 병동.[사진=대동병원 제공]
지난 13일 밤 10시40분 부산 동래구 명륜동에 있는 국민안심병원인 대동병원 중환자실 음압격리병상. 40년 전에 종합병원으로 거듭난 이 병원에서는 숨진 환자의 시신이 의료진에 의해 입관되는 사상 초유의 일이 벌어졌다.
그 전날 밤 신종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확진 판정을 통보받은 88세 할머니는 철저히 격리된 병상에서 병원 측의 각별한 보호 속에서도 하루를 넘기지 못하고 쓸쓸하게 숨을 거뒀다. 그 길로 할머니는 가족들의 장례절차도 없이 공공장례시설인 영락공원으로 옮겨졌다.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류'에 따른 불가피한 조치였다.
보건당국으로부터 임종 연락을 받고 병원으로 달려온 막내딸은 감염을 우려한 병원 측의 제지로 병실 먼발치에서 어머니와 마지막 이별을 할 수밖에 없었다. 대신, 이중 삼중 전신이 차단된 복장의 '레벨D' 방호복을 입고 24시간 할머니를 살폈던 이 병원의 의사와 간호사들은 주검의 입관 절차를 직접 치르느라 방호복 속에 흐르는 땀만큼이나 고글에 고인 눈물에 온몸을 떨어야 했다.
2003년 사스, 2009년 신종플루, 2015년 메르스 당시에는 부산지역에서 국가지정병원 아닌 병원 입원 환자가 신종 감염병으로 숨진 사례가 없었다는 점에서 부산시나 병원측은 갑작스런 사망자 발생에 적지 않게 당황했다는 후문이다.
이날 밤 대동병원의 풍경은 사망자가 속출하고 있는 대구경북지역의 '국가지정병원'에서는 일상사일 수도 있다. 하지만 부산지역 '국민안심병원'인 대동병원에서 발생한 이날 상황은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환자 생명에 최우선 가치를 둔 의료진의 눈물겨운 결정에 따른 안타까운 장례였다는 점에서 지역의료계에서 애잔한 미담으로 퍼지고 있다.
이날 숨진 할머니는 경북 청도대남병원과 직선거리로 400m 가량 떨어진 곳에서 살다가 지난 2일 청도군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코로나19' 검사를 받았으나 '음성'이었다. 지난 11일까지 증상이 호전되지 않고 지속되자, 12일 아들집이 있는 부산으로 내려와 대동병원 선별진료소을 찾았던 터였다.
때문에 △증상이 한달 전부터 시작된 점 △폐렴 증상이 심각했던 점 △최근 음성 후 양성 판정 사례가 있었다는 사실 등을 감안하면, 대동병원은 해당 환자를 국가지정병원인 부산대병원이나 부산의료원으로 이송하면 될 상황이었다. 하지만 대동병원 의료진은 할머니의 건강 상태가 병원 이송이나 재검사 결과를 기다리는 과정에서 위험할 수 있다고 판단, 병원 호흡기 음압격리실에서 중환자실 음압격리 병상으로 옮겼다.
이와 함께 입원 후 상태가 나빠져 심폐소생술을 시행하는 과정에 참여한 의료진에 대해서는 즉시 선제적 자가격리토록 함으로써, 일반 환자 및 직원 간의 감염 가능성을 완전 배제했다. 또한 자체 방역 프로세서를 통해 외래 진료와 입원 등 병원의 모든 기능이 정상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조치했다.
이같은 병원 측의 합심된 노력에도, 비운의 할머니는 하릴없이 고비를 넘기지 못했다.
이날 대동병원에서 부산지역 첫 사망자가 나왔다는 언론 매체의 기사 밑에는 유족들을 위로하는 댓글이 주류를 이루면서도, 이같은 병원 측의 노력을 알 리 없는 네티즌들의 '불편한' 댓글도 적지 않았다. "죽은사람한텐 안타깝지만...이로인해 주변상권은 더 죽습니다"라는 취지다.
실제로, 지난달 21일 처음으로 발생한 확진자가 찾은 곳으로 확인된 대동병원과 메가마트를 비롯해 주변 상가지역 방문객은 눈에 띄게 줄었다.
국민안심병원으로서 선별진료소가 설치돼 있는 대동병원의 전체 병상은 480개. 평소 같으면 380 병상이 입원 환자로 채워지지만, 현재 입원 환자는 200명을 조금 넘는 수준이다. 외래 환자 또한 '코로나 사태' 이전 하루 평균 1800명에서 900명 안팎으로 반토막이다.
대동병원 관계자는 "호흡기 외래환자의 치료와 선별진료소 운영, 입원을 모두 책임지는 '국민안심병원 B형'의 막중한 역할을 수행하는 일선 병원으로서, '부산을 건강하게'라는 병원의 미션을 충실히 수행하는 속에서 일부 시민들의 편견이 사라질 것으로 본다"며 "병원 방문부터 진료과정에서 일반 환자와 동선을 철저히 분리, 감염 불안을 덜어주는 진료 시스템을 완벽히 구축해 놓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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