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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원식 남양유업 회장. [사진=남양유업 제공]
16일 남양유업 자회사 남양에프앤비(F&B)의 법인 등기부 등본을 확인한 결과, 지난해 11월 22일 남양F&B 회사명을 '건강한사람들'로 변경했다.
다만 회사명 교체 효과가 실적으로 드러날지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알맹이는 두고, 간판만 바꿔 달아서는 소비자 마음을 돌리기 어렵다는 얘기다.
남양유업은 창업주인 고(故) 홍두영 명예회장 때부터 현재 홍원식 회장에 이르기까지 '외부인은 들이지 않는다'는 식의 고집스러운 경영 방식을 유지하고 있다.
실제로 오너 일가를 제외하면 바닥부터 올라온 '샐러리맨 신화'의 주인공들이 남양유업 대표이사를 지냈다. 건강한사람들(옛 남양F&B)을 이끄는 김승언 대표 역시 '정통 남양맨'이다.
사상 첫 외부 인사로 이목을 끌었던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 출신의 이정인 전 대표는 1년 만에 사임했다.
온라인상에서는 남양F&B 회사명 교체를 두고 '남양'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희석하기 위한 꼼수라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제품 겉면에서 눈에 잘 띄지 않는 B2B(기업 간 거래) 계열사 이름을 교체해 수익을 보전하려 한다는 해석이다.
남양F&B는 ODM(제조자 개발생산)을 전문으로 한다. 코카콜라 환타와 웅진식품 탄산수 '빅토리아', 동아오츠카 '나랑드 사이다' 등을 이 회사가 제조한다. 현재 대형마트 등에서는 제조원이 남양F&B와 건강한사람들 두 가지로 나뉜 제품들이 섞여 유통되고 있다.
남양유업은 2010년 '악마의유혹', '프렌치카페', 커피믹스 등을 선보이며 본격적으로 커피 시장에 진출했다. 음료 OEM(주문자 상표 부착방식) 비용을 절감하고, 음료 영업망을 확충하기 위해 2011년 5월 설립한 회사가 남양F&B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남양F&B의 2018년 매출은 18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 늘었다. 영업이익은 12억원을 기록해 전년보다 14% 감소했다. 당기순이익은 13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0.5% 증가했다.
매출 규모가 큰 편은 아니지만, 꾸준히 이익을 내는 만큼 남양유업 처지에서는 놓칠 수 없는 알짜배기 회사이긴 하다.
정작 모회사인 남양유업은 2013년 대리점에 대한 물량 밀어내기 등 '갑의 횡포' 사건 이후 매출이 계속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남양유업 매출은 2016년 1조2391억원, 2017년 1조1166억원, 2018년 1조797억원을 기록했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남양F&B란 회사명은 음료제조 전문 이미지가 강했다. 앞으로 건강한사람들로 가정간편식(HMR) 등 신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사업 조정 측면에서 사명을 변경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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