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미국의 3월 IHS·마킷 종합 구매관리자지수(PMI)는 2월 49.6에서 3월 40.5까지 곤두박질쳤다. 이날 결과는 10년 전 금융위기 이후 집계를 시작한 이래 최저치다. 특히 사회적 거리두기 여파로 식당, 술집, 호텔 등이 문을 닫으면서 서비스업이 직격탄을 맞았다.
PMI는 기업 구매관리자에 대한 설문을 통해 경기 동향을 파악하는 지표다. 50을 기점으로 그 위는 경기 확장을, 그 아래는 경기 위축을 의미한다. 종합 PMI는 서비스업과 제조업을 합친 것이다. 미국에서 코로나19 확산이 본격화하면서 제조업과 서비스업 경기가 기록적으로 위축되고 있다는 얘기다.
유럽은 사정이 더 심각하다. 3월 유로존 종합 PMI가 2월 51.6에서 3월에 31.4까지 고꾸라졌다. 이 역시 1997년 7월 집계가 시작한 이후 최악의 성적이다. 미국과 유럽 모두 일자리와 생산 부문이 특히 부진했다.
IHS마킷의 크리스 윌리엄슨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글로벌 침체는 2분기에 체감될 것이다. 그러나 이미 우리는 침체를 겪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계산 오류를 의심할 정도로 악화한 이번 수치를 보면 2분기에 엄청나게 충격적인 국내총생산(GDP) 수치를 마주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들이 재정·통화 부양카드를 전부 꺼내 총력 대응에 나서고 있지만 효과를 내기까지는 시간이 걸리는 만큼 즉각적인 경제 반등을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그보다 중요한 건 봉쇄령의 해제 여부다. 봉쇄령이 해제되지 않는 한 기업 활동이 살아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나마 고무적인 것은 중국이 2달 만에 코로나19 진원지 우한 봉쇄령이 내달 8일부터 해제된다는 점이다. 전면 봉쇄령을 내린지 약 두달 만이다. 뒤집어보면 봉쇄령이 시작한 뒤 두달 동안은 심각한 경제 위축이 불가피하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베렌버그은행 플로리안 헨스 이코노미스트는 "3월부터 5월까지 경제지표가 기록적으로 무너지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라면서 "유례없는 각국 부양책이 금융위기 위험을 억제하고 추후 경기회복을 가속할 수 있겠지만 봉쇄령이 이어지는 한 경제 급하강을 막을 수는 없다"고 짚었다.
이같은 지표 부진에도 불구하고 간밤 미국 뉴욕증시와 유럽 주요증시는 미국의 2조 달러 규모 슈퍼부양책에 대한 기대감 속에 급반등했다. 다만 시장 전문가들은 세계적인 침체 위기 앞에 경계심을 풀지 못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올해 글로벌 성장률이 -1.0%를 기록할 것으로 보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세계 경제가 금융위기보다 더 심한 침체를 겪을 것으로 예상한다.
내트웨스트마켓츠의 제임스 맥코믹 글로벌 전략가는 "투자심리가 개선됐지만 터닝포인트가 왔다고 말하는 게 꺼려진다"며 "한쪽엔 초대형 부양책이 한쪽엔 충격적인 지표 부진과 코로나19 수치가 시장의 양팔을 서로 당기는 형국이다. 지금 우리는 중립적인 입장"이라고 밝혔다.
이코노미스트들은 코로나19 위기가 잦아든 뒤 경기가 가파른 회복 궤도에 오를 수 있으려면 봉쇄령이 지속되는 기간 동안 대량 실업이 생기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초기 지표는 고무적이지 못하다고 WSJ은 전했다. 이달 미국 기업들은 2009년 12월 이후 가장 빠른 속도로 직원을 줄인 것으로 집계됐다. 26일 발표를 앞둔 미국의 주간실업자 청구건수도 역대급 부진이 예상된다. 이코노미스트들은 한주 전에 비해 6배 가량 늘어나 역대 최대인 150만 건 이상을 기록할 것으로 보고 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