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와의 전쟁에서 역사적인 이정표에 도달했다"면서 "앞으로 30일이 매우 중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이는 우리 공동의 애국을 위한 의무"라며 "우리는 (코로나19 사태 이전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까지 100만명 이상의 미국인이 코로나19 감염 검사를 받은 것을 자축하면서, 동시에 다음 달 말까지 기간을 연장한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을 강조한 것이다.
외신들은 이를 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내 코로나 사태를 조기 종식하려는 의도를 완전히 철회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ABC는 이날 브리핑을 보도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부활절에 미국을 다시 열 수 있다는 장미빛 평가를 돌연 바꿨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30일 폭스뉴스와 전화 인터뷰에서는 "부활절을 전후해 코로나19 환자 급증세가 나타날 것"이라며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을 연장한 결정은 전문가들의 얘기에 귀를 기울인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경제 재개일(re-open day)로 콕 집었던 부활절 기간을 코로나19 확산 정점 시기로 바꾼 것이다.
이런 그의 변심에는 코로나19 사태로 인명피해가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로 늘어날 것이란 전문가들의 예측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이날 사망자 수가 3000명을 넘기자 CNN과 뉴욕타임스(NYT) 등 언론들은 미국 내부에서 가장 큰 인명피해를 입었던 2001년 9·11테러 사건을 언급하며 미국 사회가 충격에 휩싸였다고 전했다. 9·11테러 당시 희생자 수는 2977명이었다. 미국 존스홉킨스대학 집계에 따르면, 미국 전역에서는 이날까지 16만4620명의 확진자가 나오고 3170명이 숨졌다.
이날 CNN은 "전문가들에 따르면,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이 한국전쟁과 베트남전쟁 당시 피해를 합한 것보다 더 많은 미국 시민들을 죽일 수도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을 수십 년 동안 가장 비극적인 시기로 몰아넣고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 사회에서는 '최소 10만명 사망' 전망을 가능성 높게 받아들이는 모양새다.
전날 미국 백악관 코로나19 태스크포스(TF)가 10여개의 보고서를 분석해 미국 사망자 추정치를 10만∼20만명에서 최악의 경우 160만~220만명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고했기 때문이다.
TF가 참고한 보고서 중 하나인 워싱턴대 보건분석평가 연구소의 온라인 보고서는 4월 중순을 확산 정점 시기로 예상하면서, 5월까지 사회적 거리두기를 계속한다고 가정해도 8월 4일까지 누적 사망자가 8만2141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30일 데비 벅스 백악관 코로나19 TF 조정관과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은 방송에서 각각 "거의 완벽하게 대응한다고 해도 사망자 범위가 10만∼20만명에 이를 수 있다", "보고 싶지 않고 피하고만 싶지만, 10만명의 사망자가 나와도 놀라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파우치 소장은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의 첫 번째 목표는 고통과 죽음을 막는 것"이라며 이런 심각한 수치를 보고하자 결국 트럼프 대통령도 경제활동 조기 재개에 완전히 마음을 돌렸다고 전했다.
한편, 29일 브리핑에서 "6월 1일까지 미국이 잘 회복하길 바란다. 6월 1일까지 엄청난 일들이 벌어질 것"이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두고 NYT와 NBC 등은 트럼프가 새로운 목표 시점을 설정했다고 풀이했다.
다만, 다음날인 30일 파우치 소장은 브리핑 자리에서 "코로나19가 가을에 재발할 것이라 예상하지만, 그때는 미국이 더 잘 대응할 것"이라고 말해 향후 사태 예측을 더욱 불투명하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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