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코로나19 감염 방지를 위해 내놓은 첫 번째 대책이 세간의 조롱거리가 됐다. 한 가정당 면마스크 2장씩을 배포하겠다고 한 것이다. 해당 대책을 놓고 일본 사회에서는 비난 여론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지난 1일(현지시간) 아사히신문 등 일본 외신에 따르면, 이날 아베 총리는 코로나19 대응 대책본부회의에서 재사용이 가능한 면 마스크를 가구당 2장씩 배포하겠다고 밝혔다.
아베 총리는 이와 관련해 "급격하게 확대하고 있는 마스크 수요에 대응하기에 매우 유효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는 배포 시기와 방법 등과 관련해 "다음 주부터 확진자가 많은 도시를 우선해 순차적으로 마스크를 배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도쿄도는 이어 4월 중 도내 마스크 배포를 완료하겠다고 덧붙였다.
마스크 배포 방식은 일본 우정국을 통해 우편으로 발송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일본 정부는 약 5000만 가구에 '마스크 2장'을 우편으로 배송하는 비용으로 60억엔(약 690억원)가량을 잡고 있다.
일본 정부의 해당 대책을 놓고 여당인 자유민주당에서조차 찬반이 갈리는 가운데, 언론과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비판의 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이날 아사히신문은 해당 대책을 보도하면서 "총리의 갑작스러운 발표에 의문만 남는다"고 평가하며 시민들의 반응을 함께 전했다.
오사카시에서 노숙인 지원단체에서 활동하는 한 남성(49)은 "국민 개개인에게 마스크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배급 구조는 총리의 보여주기식 대책(퍼포먼스)으로밖에 안 보인다"며 "즉흥적이고 한심하다"고 말했다.
온라인에서도 여론이 들끓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트위터뿐 아니라 우익 네티즌들이 주로 모이는 커뮤니티 사이트 5CH(5채널)에서조차 '1가구 2마스크' 대책을 비꼬는 합성사진과 함께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이날 분노한 네티즌들은 "우린 4인 가족이라고!", "세상의 웃음거리가 될 것", "모두 자민당에 항의 전화를 하자. 세금 낭비다", "이건 자숙(외출 자제)을 위한 장치다. 마스크가 없으니 나갈 수가 없다" 등의 격한 발언을 쏟아냈다.
한편에선 해당 대책을 발표하는 아베 총리의 얼굴에 '마스크 2장'을 합성한 사진이나 4인 가족 혹은 머리가 여러 개인 만화 캐릭터가 마스크 두 장을 나눠쓰고 있는 이미지를 올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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