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과 금융위기 사이' 美 부동산 대란 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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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현 기자
입력 2020-04-05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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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실업 대란에 '월세 못 내고 이자 못 갚고'...유동성 경색 지적

  • '깡통 부동산'이 팬데믹 위기를 금융위기로 키울까...우려감↑

코로나19 여파가 미국 부동산 시장까지 불어닥쳤다. 각 지역의 이동제한 조치로 최악의 실업난이 닥치며 임대료와 주택담보대출 이자 연체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모기지업계의 연쇄 부도 가능성까지 제기하며 금융계의 충격 상황을 우려했다. 미국 부동산 시장이 팬데믹(대유행) 위기와 금융위기 사이를 연결하는 고리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4일(이하 현지시간)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코로나19로 인한 실업난 여파에 임대료와 모기지 지불이 중단되면 금융 시스템의 리스크는 확대될 것"이라며 "향후 금융권의 피해는 임대인과 채권자가 얼마나 유동성을 가졌는지에 달려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1일 미국에선 약 30만 가구가 모기지 상환유예를 신청했다. 미국의 대출 원리금 상환일은 대부분 매월 1일에 몰려있는데, 코로나 사태로 실직 상태가 된 채무자들이 대출 원금과 이자 납입을 미룬 것이다.

주택담보부대출증권(MBS)과 상업용 주택담보부대출증권(CMBS) 등으로 이뤄진 미국 부동산금융시장은 모기지 업체가 미국 국책기관인 페니메이와 프레디맥 등의 보증을 받아 주택 담보 대출을 파는 구조다.

2018년 기준 미국에선 약 9200만 가구가 주택 임대료나 MBS 대출 이자를 내고 있다. 
 
문제는 연체율 급증에 따른 대출기관들의 유동성 압박이다. 일각에선 연체율이 50%까지 치솟아 2008년 금융위기를 초래한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가 재연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2일 미국의 비은행권 모기지 대출기관의 신용등급 전망을 기존 '안정적(stable)'에서 '부정적(negative)'으로 하향 조정하며 수익성과 자산 악화로 인한 모기지업계의 유동성 압박을 경고했다.

패니메이와 프레디맥을 감독하는 연방주택금융감독원(FHFA)도 "이들 두 기관이 셧다운 상태를 버틸 수 있는 2~3개월을 넘어서면 이들이 보증한 모기지에서만 연체율이 25%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체율이 25%로 치솟으면 모기지업체들은 3개월 동안 400억 달러가량의 자금이 필요하다.

지난 1일 민간 모기지업체인 칼리브 홈론스의 최고경영자(CEO) 산지브 다스는 CNBC에서 "2009년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 절정 당시 3개월 이상 연체율은 9%였지만, 이번에는 40~50%까지 치솟을 수 있다"면서 "실업난이 점점 더 심해진다면 글로벌 금융위기보다 더 심각한 위기가 닥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오피스 빌딩과 공동주택 등을 포괄하는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선 셧다운 장기화에 따른 임대료 하락과 부동산 가치 훼손 우려도 제기됐다.

무디스는 코로나 사태가 1년 이상 지속한다면 올 연말까지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과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 등 상업용 부동산의 공실률은 26.8%까지 치솟고 실질 임대료는 평균 6% 하락하며, 최대 9.8%까지도 떨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공동주택의 공실률은 3%p(포인트) 이상 오르며 실질 임대료도 최대 3.9%가량 하락할 것으로 예측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BoA-ML)는 부동산 매매와 임대 가격이 20~50% 하락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부동산 가치가 하락하면 모기지업체는 건물주에 추가 대출 담보금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아, 부동산 업계의 줄도산 사태도 발생할 수 있다. 3조 달러 규모의 CMBS 대량 부도는 금융사들의 연쇄적 타격으로 이어진다.

이 같은 위기감에 미국 연방정부도 서둘러 대책을 내놨다. 행정부는 코로나19 긴급부양법안에서 정부 보증 MBS의 상환유예를 최대 360일까지 허용했고,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무제한 양적완화를 통해 MBS는 물론 CMBS까지 매입해 부동산 금융시장의 유동성 경색을 막는다. 그러나 셧다운 장기화로 미국 고용상황이 더욱 악화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부동산 금융시장의 위기감은 가시지 않고 있다.
 
 

1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서 시민들이 '렌트 스트라이크' 시위를 벌이고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실업대란으로 이어지자 임대료 납부와 모기지 상환이 어려워진 시민들은 퇴거금지와 납부 유예 등을 요구하며 렌트 스트라이크(임대료 파업) 운동을 시작했다.[사진=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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