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드디어 4·15 총선이 끝났다. 총선 이전의 경제정책은 코로나19 극복과 표심을 얻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총선 이후에는 공약(公約)으로 내세운 경제회복 대책을 속도감 있게 실행에 옮겨 공약(空約)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는 5∼6월경에 큰 고비를 넘길 수 있을 것이란 희망적인 전망이 많다. 하지만 경제위기는 훨씬 더 장기화할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이 일반적이다. 회복되는 모습도 이제는 V자형 회복을 주장하는 사람을 찾아보기 어렵다. 아래가 넓은 U자나 L자, 혹은 나이키 로고 모양이 될 것이라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미국 오바마 정부의 경제자문위원장이었던 제이슨 퍼먼은 코로나19 사태가 단기적으로 끝나도 이번 경제위기가 장기화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몇 가지로 설명하고 있다. 첫째는 노동시장의 특성 때문이다. 과거 글로벌 금융위기 때 미국의 실업률이 4.4%에서 10%로 상승하는 데는 2년 반이 걸렸지만, 회복하기까지는 7년이 걸렸다. 이처럼 실업률은 경제위기 때 급속하게 상승하지만 회복하는 데는 훨씬 더 긴 시간이 걸린다.
둘째는 기업의 연쇄도산이다. 물론 정부의 정책이나 기업의 대응에 따라 범위와 규모가 달라질 수는 있다. 하지만 지금 우리가 목도하고 있듯이 매출액이 50∼90%씩 줄어드는 업종의 기업들은 무질서한 파산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 기업의 연쇄도산은 대규모 실업으로 귀결될 것이다. 셋째는 금융위기 가능성이다. 기업의 신용한도가 줄어들고, 대출연장이나 상환이 어려워지며, 자금조달이 힘들어지면서 금융시스템을 동결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경제위기는 금융위기로 변모할 수 있다.
넷째는 이번 경제위기가 특정 국가나 지역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전 세계가 함께 겪게 된 사태라는 점이다. 미국, 유럽, 인도, 중남미, 아프리카 등에서 코로나19가 모두 종식되는 시기는 올해 5∼6월보다 더 길어질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경제위기는 그보다 더 장기화할 것이다. 코로나19가 확산될 때는 정부가 나서서 억제정책을 시행했다. 그 결과 확산이 억제되면서 보건위기는 완화되지만 경제위기는 심화된다. 생산·소비·투자가 모두 위축되면서 경제성장률은 마이너스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 이제는 정부가 나서서 적극적으로 경제회복을 도모해야 한다.
총선 일정과 맞물리면서 지금까지는 여야 가릴 것이 없이 긴급재난지원금과 같이 국민 개개인, 자영업자나 소상공인 등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책을 마련하는 데 주력했다고 본다. 총선 이후에는 기업 지원에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당장 4월 말부터 기업들은 심각한 자금난에 처할 것이란 우려가 크다. 기업 지원대상도 중소기업으로만 한정할 일은 아니다. 대기업의 파산은 중소기업보다 대량실업과 협력업체의 연쇄 파산 등으로 더 심각한 위기를 초래할 것이다.
지금 같은 경제위기 상황에서는 즉각적인 성과가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새롭고 창의적인 정책방안도 좋지만, 기존의 검증된 정책을 활용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과거에 추진해서 가시적인 성과를 거둘 수 있었던 정책을 즉각 시행하자는 것이다. 대표적인 정책이 인프라 투자확대라고 본다. 인프라 투자확대만큼 당장 유동성 공급효과를 체감하고 서민들의 소득과 고용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정책도 많지 않다. 하지만 한동안 우리 사회에서는 인프라 투자확대를 주장하면 ‘토건족’이라고 몰아붙이고, ‘삽질경제’는 안 된다는 식의 비난이 많았다. 요즘은 그런 비난을 찾아보기 어렵다. 총선 후보자들의 공약도 지역의 인프라 투자확대가 봇물을 이루었다. 총선이 끝났으니 이제는 여야 모두 인프라 투자 공약을 다시 한번 차분히 가다듬어서 재빨리 실행에 옮겨야 한다.
정부의 힘만으로 이번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어렵다는 인식도 필요하다. 가능한 한 최대한 민간부문의 협조를 얻어야 한다. 한국이 전 세계로부터 모범방역국이란 찬사를 받게 된 것도 정부의 힘만이 아니라 민간부문이 적극 협조했기 때문이다. 우리 국민과 기업의 저력을 믿는다면, 정부 재정만이 아니라 민간투자 등을 활용한 경제회복 대책의 수립과 집행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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