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재경망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최근 중국 4개 대형 부동산업체의 신용등급을 강등하거나 혹은 하향 검토에 들어갔다. 중국 위저우(禹洲)부동산, 푸리(富力)부동산, 야쥐러(雅居樂) 그룹, 타이허(泰禾) 그룹이 그 대상이다.
구체적으로 무디스는 지난 9일 위저우부동산의 'Ba3' 기업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낮추며 하향조정 검토 대상에 넣었다. 이는 3~4개월 안에 등급을 내릴 수 있다는 뜻이다.
이달 초엔 이미 푸리부동산의 'Ba3' 기업 신용등급 전망도 부정적 관찰대상에 올랐다. 또 다른 대형 부동산업체인 야쥐러 그룹 신용등급도 하향조정 검토 대상에 오른 건 마찬가지다. 아울러 타이허그룹의 기업 신용등급도 'B3'에서 'Caa1'로 한 단계 강등하고 전망치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내렸다.
실제로 푸리부동산의 경우 12개월 내 만기가 도래하는 채무가 620억 위안(약 10조6000억원)어치인 데다가 2분기 지불해야 하는 이자만 45억 위안이다. 하지만 지난해 말 기준 푸리부동산의 현금보유량은 380억 위안이다. 여기에다가 매출 등을 합쳐도 채무를 상환하기엔 어려운 상황으로 분석됐다. 푸리부동산의 순부채비율은 200%에 육박한다. 이는 지난해 중국 부동산 상장기업 평균 수준인 92%를 두배 웃도는 수치다.
야쥐러 그룹도 1년 내 상환해야 할 부채만 423억 위안어치다. 하지만 지난해 말 현금 보유량은 426억 위안에 불과한 수준이다.
타이허그룹도 부채에 허덕이긴 마찬가지다. 지난해 9월말 기준 단기 채무가 300억 위안이 넘는데 같은 기간 현금 보유액은 147억 위안으로, 갚아야할 돈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것. 게다가 타이허그룹은 올해 매출이 전년 대비 최대 20% 하락할 것으로 예상돼 사실상 유동성 압박이 크다는 지적이다.
이는 중국 부동산 업계가 겪는 자금난의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중국 부동산 업계의 1분기 실적도 암울하다. 코로나19 봉쇄령으로 주택 판매가 뚝 끊기면서다.
중국증권보에 따르면 올 1분기 중국 내 부동산 상장기업의 1분기 매출은 전체적으로 전년 동기 대비 평균 30% 줄었을 것으로 전망됐다. 실제로 푸리부동산은 이미 1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최대 35% 줄었을 것으로 예고했다.
앞서 중국 부동산업체 1위인 완커(萬科)그룹도 코로나19 영향으로 2~3월 완커 매출이 전년 동기와 비교해 510억 위안(약 9조원) 줄었다"고 밝혔을 정도다. 당시 위량 완커그룹 회장은 지난해 실적 보고서를 발표한 자리에서 지난 1월 중순 코로나19 발발지인 후베이성 우한을 시작으로 전국적으로 봉쇄령이 내려진 이후 신규 매출은 거의 '제로'였다며 "생존이 현실적인 문제가 됐다"고 토로했다.
자금난에 봉착한 중국 부동산 기업들은 잇달아 채권을 발행하는 모습이다. 푸리부동산이 올 들어서만 국내외에서 255억 위안어치 채권을 발행한 게 대표적이다. 중국부동산정보그룹(CRIC)에 따르면 올 1분기 중국 95곳 부동산 업체들이 국내외에서 발행한 채권이 모두 2747억 위안어치다. 지난해 전체 채권 발행량의 3분의 1을 웃도는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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