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와 아들은 죽을 때까지 아빠 사랑했는데"... '관악구 모자 살인사건' 재판부의 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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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현 기자
입력 2020-04-25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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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말하면 유족 입장에서는 어떤 형벌이 나오더라도 저희는 만족할 수가 없어요... 제 동생과 조카는 저희 곁에 없잖아요. 어떤 벌을 받는다해도 유족으로서 사실은 한으로 남을 거 같아요."

재판이 1심 선고가 나왔지만 그와는 별개로 유족들에게 남는 것이 있다. '한(恨)'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손동환 부장판사)는 24일 살인 등 혐의로 기소된 조모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 "아내와 아들은 죽는 시간까지 피고인을 사랑하고 존중했는데..."

재판부는 "피고인의 성격과 범행 당시 갈등 상황에 비춰 인정할 수 있는 범행 동기를 간접사실로 종합하면 공소사실에 관한 유죄 증명이 이뤄졌다고 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이어 "아내와 아들은 죽는 시간까지 (피고인을) 사랑하고 존중했는데 그 결과는 끔찍하다"라며 "이들을 살해할 치밀한 계획을 세웠고 그 계획을 실행에 옮겼다"고 밝혔다.

특히 재판부는 "생명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절대적 가치이다. 유족들은 평생 치유할 수 없는 상처를 입었다"라며 "이 사건 공판 진술에서 냉정한 태도, 반성하는 태도 보이지 않아 엄중한 책임을 물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에 "피고인에게 범죄 전력이 없는 유리한 사정 고려하더라도 피해자에게 속죄하는 마음으로 살도록 하는 것, 재범 위험성에 대한 입증 충분히 있다고 판단했다"며 "피고인 무기징역에 처한다"라고 판시했다.

재판이 끝나고 재판정의 문이 조금 열리자 안에서는 목놓아 울고있는 소리가 새어나왔다. 재판이 끝난 직후부터 법원을 떠날 때까지 유가족들은 오열했다. 재판부가 진실을 밝히기 위해 노력해주었다는 것과 자신들의 곁에서 떠난 가족에 대한 안타까움이 교차한 것.

▲ 직접 증거 없는 재판... 쟁점은 '1시간 30분'

조씨는 지난해 8월 서울 관악구 소재 다세대주택에서 아내 박모씨와 아들 조모군을 흉기로 수차례 찔러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들의 시신은 딸이 연락을 받지 않자 집을 찾은 박 씨의 아버지가 발견했다.

현장에는 범행 도구와 폐쇄회로를 비롯해 목격자 등 살인을 증명할 명백한 물증이 없었다. 현관문을 억지로 여는 등 외부 침입의 흔적도, 사라진 귀중품도 없었다. 피해자들은 많은 피를 흘렸지만 범인의 유전자가 섞인 피 묻은 손자국이나 발자국도 발견되지 않았다.

이같은 정황을 바탕으로 지난 결심공판에서 조씨 측 변호인은 "조씨가 범인이라는 직접적 증거가 부족하다"며 '진범'을 밝혀야 한다는 말을 내놓았다. 때문에 유족들은 "직접 증거가 없으니 무죄가 나올 가능성이 많다"라는 청천벽력과 같은 소리를 주변인에게 들어야 했다.

조씨는 사건 당일 오후 9시 56분쯤 들어갔고. 약 4시간 뒤 아들의 잠꼬대에 잠을 깨 오전 1시 35분경 집에서 나와 공방으로 떠났다고 주장했다.

같은 날 오후 8시 저녁식사로 닭곰탕과 토마토 스파게티를 먹은 부인 박씨와 아들 조군의 위에는 토마토와 양파 등의 내용물이 남아있었다.

증인으로 나왔던 유성호 서울대학교 교수는 "(사망시간은) 저녁을 먹은 뒤 4시간 이내"라며 오전 0시쯤 사망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7시 30분부터 오후 9시 사이 식사를 마쳤다면 조씨의 주장처럼 약 1시간 30분의 공백이 발생하는 것. 제3자가 침입해 범죄를 저질렀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말이다. 다만 여러 정황 등을 종합했을 때 이같은 조씨의 주장은 인정되지 않았다.

재판부는 "실제 문제가 되는 1시간30분 동안 후문으로 들어가는 사람은 포착되지 않았다"면서 "빌라에서 15m 떨어진 담을 넘어 이동해야 하는데 별도 폐쇄회로(CC)TV에 찍힌 사람이 없고, 위 동선을 지나면 흙을 밟고 옷과 신발이 젖을 수밖에 없는데 족적이나 침입 흔적이 발견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재판부는 "사망 추정 시각이 대부분 조씨와 함께 있는 동안이고, 그 외 제3자 범인 정황은 추상적 가능성에 그친다"며 "조씨 성격과 범행 당시 갈등 상황에 비춰 인정할 수 있는 범행동기, 간접사실을 종합하면 공소사실 유죄 증명이 이뤄졌다"고 판단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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