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출산이 임박한 산모들에게도 큰 위협이다. 전 세계적인 팬데믹 속에서 산모들은 출산 계획에 적지 않은 차질을 겪고 있으며, 출산 이후에도 홀로 자가에서 산후 조리를 해야 하는 등의 고충에 시달리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최근 한 장의 사진이 소셜미디어에서 큰 화제가 됐다. 게일어로 '작은 늑대'라는 뜻의 파올란은 3월 14일 토요일 아일랜드 드로이다에서 태어났다. 며칠 뒤 할아버지는 창문 너머로 손주를 보기 위해 집을 방문했다. 그는 첫 손주를 바라보며 한참을 창 밖에 서있었다. 할아버지는 손주를 한 번 안아보고 싶었으나 감염의 위험 때문에 그럴 수 없었다. 유리창을 사이에 두고 떨어져 있자니 애가 탔지만, 서로의 건강을 위해 눈물을 머금고 참아야 했다고 엄마 엠마 딜런 갤러허는 말했다. 엠마는 아일랜드가 봉쇄되기 전부터 진통이 있었지만 그는 응급환자에 밀려 곧 병원에서 쫓기듯 나와야 했다. 의사는 시국이 시국인 만큼 전문 분만 보조사를 동행하여 가정 분만을 하도록 권장했다고 한다.
영국 내 다른 신생아들의 부모처럼 엠마도 남편 마이클과 14일 자가 격리에 들어갔다. 다른 가족들은 창문 밖으로 안부를 건넸다. 엠마는 "3대(代)의 '사회적 거리두기'"라는 사진설명을 달아 트윗을 날렸고, 현재까지 이 게시물에는 9만 6000여개의 '리트윗'과 72만 4천개가 넘는 '좋아요'가 달리고 있다.
한편 영국 국민의료보험(NHS)는 임신 중인 경우 코로나19에 감염될 확률이 높으므로 아주 제한된 경우에만 외출하기를 권하고 있다. 또한 많은 분만 센터가 폐쇄되거나 격리 병동으로 바뀌어 운영되고 있다고 한다. 이에 일부 지역에서 여성들은 병원에서의 출산 계획을 철회하고, 의료적으로 최대한의 안전을 기해 자가 출산을 하는 방향으로 계획을 변경하고 있다고 한다.
2. 老 : 그 어느 때보다 위험에 노출된 노인들
최근 대한노인병학회는 우리나라 노인의 경우 91%가 만성질환을 갖고 있기 때문에 코로나19 감염시 사망 위험이 더 높다고 밝혔다. 특히 심장질환, 당뇨병, 폐질환을 기존에 앓고 있던 노인의 경우 감염 시 증상이 일반인보다 더 심하게 나타나거나, 질환이 악화되는 속도도 빠르다. 대한노인병학회는 "우리나라 노인의 91%가 1가지 이상의 크고 작은 만성질환을 갖고 있고, 그 중에서도 3 가지 이상의 만성질환을 복합적으로 지니고 있는 노인이 절반을 넘기 때문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대한노인병학회는 어르신들이 지켜야할 예방수칙으로 "자주 비눗물로 20초 이상 손을 씻고 얼굴, 코, 눈을 손으로 만지는 일을 피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외출을 삼가하고 사람이 많이 모이는 장소, 특히 환기가 잘 되지 않는 밀폐된 장소를 피해야 하며 외출을 해야할 때에는 본인과 타인의 안전을 위하여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만성질환으로 복용 중이던 약물이 떨어진 경우, 임의로 약을 중단하지 말고 건강한 보호자에게 대리처방을 받을 수 있는지 해당 병의원과 상의하라"고 조언하고 있다.
3. 病 : 팬데믹은 의식 수준까지 병들게 한다.
코로나19의 감염이 걷잡을 수 없는 확산세를 보이면서 세계 각지에선 '혐오'범죄까지 일어나고 있다. 혐오의 대상은 다름아닌 아시아인, 아프리카인, 무슬림 등이다.
중국에서는 아프리카인, 인도에서는 무슬림이 냉대를 받고 있다. 중국 광저우에선 8일 아프리카 출신 10명이 무더기로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자 “아프리카인 1,000명이 격리시설을 탈출했다”거나 “광저우에 흑인 30만명이 살고 있다”는 등 ‘가짜 뉴스’가 꼬리를 물었다. 실제 거주자는 4,500명에 불과하고 탈출 사례도 전혀 없었다. 미국 CNN방송 등 외신은 “흑인이라는 이유로 집에서 쫓겨나고 호텔에 묵지도 못하는 일이 빈발했다”고 전했다.
인종차별에 민감하다는 미국은 대통령부터가 구설수에 올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중국의 방역을 치켜세우던 초반과 달리 미국 내 확산세가 심각해지자 공개석상에서 ‘중국 바이러스’라는 표현을 서슴지 않고 사용했다.
4. 死 : 죽음을 대하는 풍경도 달라졌다.
서로의 건강을 위해 '사회적 거리두기'가 하나의 패러다임처럼 자리잡은 이 시국에도 마냥 거리를 둘 수만은 없는 상황이 있다. 바로 장례식이다. 생전의 친밀함과 감사, 은혜 등 각자의 기억에 새겨진 망자를 기리며 배웅하는 장례식이지만, 감염에 대한 두려움은 이 자리를 향하고자 하는 마음조차도 둔해지게 만들 수 있다.
본래 우리 사회엔 결혼식처럼 기쁜 일은 몰라도 ‘장례식처럼 슬픈 일은 함께 나누는 것이 마땅하다’는 생각이 예상 외로 견고하다. 하지만 근래 들어선 코로나19의 여파로 친척이나 지인의 부고 문자를 받았는데 참석을 해야할지 여부를 묻는 온라인 게시물을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다. 누군가는 사람의 마땅히 해야 할 도리라며 어렵더라도 참석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또 어떤 이는 이 시국에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장례식장에 가는 것은 다른 사람에게도 피해라고 날을 세우기도 한다.
빈소의 풍경도 예전과 다르다. 장례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장례식장을 방문하는 조문객은 평소 10~20%에 그치는 실정이다. 그나마 방문한 조문객들도 입구부터 체온을 재고 손소독을 하며 빈소에 입장한다. 평소 상주의 손을 맞잡거나 포옹하며 위로를 건네던 모습은 간데 없고, 조심스럽게 몇 걸음 떨어진 거리에서 목례만 주고 받는 데 그친다. 한 유명 장례식장은 출입객 모두에게 문진표를 작성하게 해 조문 절차를 까다롭게 하고 있다. 코로나19의 추가적인 확산을 막기 위해 불가피한 조치다. 조문객들은 이름과 전화번호를 적고, 체온까지 측정해야만 장례식장에 들어설 수 있다고 한다. 여기서도 '마스크 착용'은 당연한 매너가 된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