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29살이던 아들은 자신의 딸 100일 잔치를 위해 서울에서 온 친구들과 점심을 먹고 충장로 파출소 쪽으로 갔다. 그것이 마지막이 될 것이라는 건 아무도 몰랐다. 며칠 뒤 아들은 코가 깨지고 두 눈이 빠진 채 시신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할머니의 가슴에는 커다란 대못이 박혔다.
17일 오후 금남로 1가에서 5.18 40주년 행사에 참석하고 일찍 귀가한 임 할머니.
“유가족들의 피눈물을 제대로 알기나 헐까? ‘폭도’니 ‘광주사태’니... 가슴에 못을 박는 말을 허는 것 좀 봐. 진상규명? 아직 멀었어. 이제 될 것이라고 하는디... 글씨... 돼야 되는 갑다허지.” 깊은 한숨을 내쉰다.
특히, 여전히 '북한군 소행이고 광주시민들의 무장폭동'이라는 주장이 나올 때마다 광주시민들과 유족들은 억장이 무너진다. 5.18의 명예를 훼손시키는 언동을 처벌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벌써 여러차례 관련 개정안이 무산된 바 있지만 유족들은 21대 국회에 다시한번 희망을 걸고 있다. 다수당인 된 더불어민주당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고 야당인 미래통합당도 전향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 이개호(담양·함평·영광·장성) 의원은 21대 국회 1호 법안으로 ‘5·18 민주화운동 특별법’ 개정안을 발의하겠다고 17일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21대 국회 광주‧전남 당선자 18명도 뜻을 함께 할 계획이다.
5·18의 역사적 진실을 왜곡, 비방, 날조하거나 민주화운동에 관련된 사람과 단체의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7년 이하의 징역이나 7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는 것이 골자다.
한편, 미래통합당 주호영 신임 원내대표가 5·18 민주화운동 관련 당 내 망언에 대해 유가족과 희생자에게 공식 사과하는 등 야권의 변화도 감지된다.
주 원내대표는 지난 16일 “당 일각에서 5·18 민주화운동을 폄훼하고 모욕하는 정제되지 않은 발언이 있었다. 이유를 막론하고 다시 한번 5·18 희생자와 유가족, 상심하셨던 모든 국민 여러분께 매우 안타깝고 죄송한 마음을 전한다”고 말했다.
또 5·18 민주묘역 조성과 5·18 특별법을 제정, 5·18을 민주화운동 명명 등이 모두 고(故) 김영삼 대통령 시절에 이뤄진 일이라면서 “5·18 민주화운동의 제대로 된 역사적 평가를 위한 법적 제도적 장치 마련에 소홀함이 없도록 부단히 노력해 왔고 앞으로도 변함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훈 5·18유족회장은 “법적 제도적으로 많은 것들이 변했지만 우리 유가족들에게는 40년 전의 슬픔과 고통이 여전하다. 다시는 5·18과 같은 비극이 재현되지 않도록 대한민국 역사와 정의를 바로 세우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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