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13일 세계보건기구(WHO)의 코로나19 팬데믹(범유행) 선언 이후 모든 골프대회가 도미노처럼 무너졌다. 후원사·협회·선수가 합심해 골프대회 개최를 위해 노력했지만, 전 세계로 퍼져 나가는 코로나19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국내는 지난 14일 개막한 KLPGA 챔피언십으로 화색이 돌고 있다. 완벽한 코로나19 대응 매뉴얼과 실천으로 관계자들의 박수를 받았다. 그러나 아직 해외의 상황은 녹록지 않다. 이러한 상황에서 전 세계 어디서든 참가할 수 있는 스크린골프 대회가 각광받기 시작했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메이저 챔피언들이 스크린골프로 맞붙었다.
지난 25일(한국시간) 골프존 LPGA 매치플레이 챌린지가 열렸다. 스크린골프로 한국(대전 골프존 조이마루)과 미국(미국 플로리다주 세계 골프 명예의 전당)을 실시간으로 연결했다. 박인비(32)와 유소연(30)이 함께 호흡하고, 리디아 고(뉴질랜드)와 퍼닐라 린드베리(스웨덴)가 한 팀을 이뤘다.
4명 모두 LPGA투어 메이저 대회 우승자다. 박인비는 '커리어 그랜드 슬램'과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유소연은 2011년 US여자오픈과 2017년 ANA 인스피레이션 트로피를 보유한 메이저 챔프다. 상대인 리디아 고는 2015년 에비앙 챔피언십과 2016년 ANA 인스피레이션에서 우승했고, 린드베리는 2018년 ANA 인스피레이션에서 우승했다.
경기 시간은 시차 때문에 상이했다. 한국은 25일 오후 8시, 미국은 25일 오전 7시에 동시에 시작했다. 경기 방식은 라운드 별로 달랐다. 1라운드 18홀은 포섬(두 명의 선수가 한 조를 이뤄 공 한 개로 경기하는 방식), 2라운드 18홀은 포볼(두 명의 선수가 한 조를 이뤄 각자의 공으로 경기한 뒤 더 좋은 성적을 그 팀의 점수로 삼는 방식) 을 택했다.
1라운드 결과 17번홀까지 팽팽히 맞서다가 18번홀에서 리디아 고의 버디 퍼트로 승부가 갈렸다. 2라운드는 박인비와 유소연이 반격에 나섰다. 4개 홀은 남기고 5홀 차 완승을 거둬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1승 1패. 무승부로 훈훈하게 마무리한 두 팀은 상금 5000달러(약 620만원)씩 받아 코로나19 돕기 성금에 보탰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 박인비는 “1라운드에서 즐겁게 치려고 하다가 점수가 좋지 못했다. 2라운드는 '이렇게 치면 안 되겠다'고 생각해서 샷감이 조금 나아졌다”고 했고, 유소연은 “실제 코스에서 경기할 때는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다. 하지만 오늘은 즐겁게 했다. 대한민국의 자긍심을 느끼고 있다. 이 기세를 몰아 힘을 합쳐 극복하면 좋겠다”고 했다.
◆ 문경준, BMW 인도어 인비테이셔널 23위
유러피언투어도 답이 없으니 스크린골프로 대회를 진행 중이다. 문경준(38)이 대회에 출전해 23위에 올랐다.
문경준은 지난 23일 유러피언투어가 주관하는 스크린골프 대회 BMW 인도어 인비테이셔널 3차 대회(우승상금 1만유로·약 1300만원)에 출전했다. 대회를 치른 장소는 서울 강남. 코스는 독일 뮌헨에 위치한 아이헨리드 골프클럽으로 설정됐다. 대회 결과 버디 1개와 보기 5개, 더블 보기 2개를 묶어 8오버파 81타로 출전 선수 31명 중 단독 23위에 올랐다.
유러피언투어 역시 LPGA투어처럼 코로나19 확산으로 셧다운이 지속되고 있다. 이에 트랙맨 시뮬레이터를 이용해 스크린골프 대회를 5차에 걸쳐 열고 있다.
우승은 4언더파 69타를 때린 윌 베슬링(네덜란드)에게 돌아갔다. 우승상금 전액은 베슬링의 이름으로 코로나19 성금으로 기부됐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 문경준은 "색다른 방식의 대회에 출전하게 돼 설렜다"며 "시즌이 중단됐지만, 열심히 훈련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지난 시즌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제네시스 대상 수상자 자격으로 이번 시즌 유러피언투어 출전권을 획득했다.
이번 시즌 그는 두 대회에 출전했다. 오만오픈과 카타르오픈이다. 최고 성적은 카타르오픈 공동 66위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