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이 홍콩보안법을 제정하기로 결정한 이후 이전에는 볼 수 없는 수준의 이민 상담 문의가 쏟아지고 있다. 한 이민 상담 업체의 앤드루 로 대표는 이 신문에 "홍콩 보안법 제정이 결정되고 다음 날에만 100통이 넘는 전화를 받았다"며 "사람들은 당장 내일이라도 떠날 수 있다고 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이민컨설팅업체 대표인 존 후도 “이민 문의가 4~5배가량 증가했다. 절박해진 홍콩인들이 어느 나라가 비자 처리 기간이 가장 짧은지 묻는다”고 말했다.
홍콩에서는 지난해부터 이어진 '홍콩 범죄인 인도법 반대 시위' 이후 도시를 떠나려는 사람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는데, 최근 중국의 홍콩보안법 통과 이후 이주 물결이 거세진 것이란 분석이다.
홍콩 내 부동산을 급매로 내놓고 빨리 처분해 달라는 사례도 급증하고 있다. 부동산업자인 크리스티 챈은 최근 홍콩 마온샨 근처의 한 아파트가 감정가보다 싼 990만 홍콩달러(약 15억8000만원)에 팔렸다고 전했다. 시세보다 15만 홍콩달러 싼 값인데 주인이 이민을 가기 위해 급히 처분한 것이었다.
대만으로 이민을 추진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올해 1∼4월 대만에 거주사증을 신청한 홍콩인들은 전년 동기(948명) 대비 2배 이상인 2400명에 달했다.
달러 사재기도 늘고 있다. 한 환전소 관계자는 “미국달러 수요가 10배나 늘어났다”며 “한번에 수백만 홍콩달러를 미국달러로 바꾸려 했지만, 바꿔 줄 달러가 더 이상 없어 600명을 돌려보냈다”고 말했다.
홍콩 자금 이탈 우려도 커지고 있다. SCMP는 1000만 홍콩달러(약 16억원) 이상 자산을 가진 홍콩인들이 영국 런던, 싱가포르, 대만, 포르투갈 등으로 자산을 옮기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지난해 6월 홍콩 시위가 격화한 이후 홍콩 부자들과 외국인들은 400억 달러(약 5조원)의 예금을 홍콩에서 인출해 나갔다. 홍콩 최고 부자 리카싱(李嘉誠)도 총재산의 절반 이상인 17조원을 홍콩에서 빼내 영국·캐나다로 옮긴 상태다.
영국 경제분석기관 캐피털이코노믹스는 "미국이 홍콩의 특별 지위를 박탈한다면 국제 비즈니스 허브로서 홍콩의 지위는 빠르게 무너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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