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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익법인 깜깜이 운영 "외부 회계감사 의무화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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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희 기자
입력 2020-06-1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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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법인 절반 이상이 외부 회계감사 받지 않아

서울 마포구 정의기억연대(정의연) 사무실 앞으로 마스크를 쓴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성역'처럼 여겨지던 공익법인에 대한 감시를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공익법인은 희생을 통해 우리 사회 발전에 기여하며 빠르게 성장해 왔지만, 이제는 재정비를 통해 더 성숙한 모습으로 탈바꿈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그 필요성에 대해 언급하면서 공익법인이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할 전망이다.

10일 공익법인 평가기관 한국가이드스타에 따르면 국내 공시 공익법인 9663개의 활동 투명성과 재무안전성 등을 평가한 결과 145개의 법인만이 ‘우수’를 받았다.

등록된 공익법인 중 지난해 외부감사를 받는 곳은 3814개에 불과하다. 공시 공익법인의 절반 이상이 외부감사를 받지 않고 있는 셈이다. 대부분 기부금으로 운영되다 보니 비용 절감 등의 이유로 만들어진 구조다. 

하지만 지난해에만 공시 공익법인들이 걷은 총 기부금은 6조3472억원에 달한다. 여기에 비공시 법인까지 합하면 15조원가량이 기부금으로 걷힌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문제는 이 많은 금액 대부분이 주먹구구식으로 관리된다는 점이다.

다행히 정의기억연대(정의연)를 둘러싼 논란을 계기로 공익법인 회계의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 8일 정의연을 둘러싼 논란과 관련해 “이번 논란은 시민단체의 활동 방식이나 행태를 되돌아볼 계기가 됐다”며 “기부금 통합 시스템을 구축해 기부금 또는 후원금 모금활동의 투명성을 근본적으로 강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시민단체 회계부실 근절책 마련을 주문한 것으로 풀이된다. 일단 올해부터 법이 강화돼 숫자는 지난해보다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 따르면 올해부터 연간 총수입이 50억원을 초과하거나 연간 20억원 이상의 기부금을 받은 공익법인은 외부 회계법인으로부터 반드시 회계감사를 받아야 한다. 지난해까지는 총자산 100억원 이상만 외부 회계감사 의무 대상이었다.

하지만 정의연 사태를 계기로 예외 없이 모든 공익법인이 외부 회계감사를 받아야 한다는 견해가 더 설득력을 얻고 있다.

권오용 한국가이드스타 상임이사는 “지난해 15조원가량의 기부금이 걷혔는데 이는 평균 세율 15%로 가정하면 2조원 이상의 세금을 정부가 가져가지 않고 민간에 넘겨준 것”이라며 “조세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서라도 기부금이나 보조금으로 사업을 영위하는 단체는 외부 회계감사를 의무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공영감사제’의 도입의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공익법인의 회계감사에 대해 정부가 정한 제3자가 외부감사를 수행하고, 해당 비용을 지원해주는 방식이다. ‘투명성 리포트’도 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모금비용과 사업비용의 비율 등을 필수적 사항으로 산입한 보고서로, 기업으로 치면 신용평가 보고서와 같다.

권 상임이사는 “투명성 리포트가 정착되면 우리 사회의 기부 문화도 한층 업그레이드될 것”이라며 “공익법인의 순기능이 최대한 발현돼 우리 공동체도 함께 성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근본적으로는 기부자도 감시를 통해 권리를 찾아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국세청 홈택스와 한국 가이드스타 등에서는 관련 정보를 손쉽게 검색해 볼 수 있다.

권 상임이사는 “활동가들은 정의, 평화, 복지, 평등과 같은 좋은 일을 위해 보조금을 받고 기부금을 모금한다”며 “회계가 투명해진다면 기부자들의 자부심도 살리고 활동가의 명예도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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