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근저당권계약 후 제3자에 ‘저당설정’ 배임죄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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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근 기자
입력 2020-06-21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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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저당권 설정을 약속한 뒤 다른 사람에게 저당권을 설정하게 해 계약을 위반했더라도 배임죄로는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 18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유죄로 판결한 원심을 무죄 취지로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밝혔다.

A씨는 2016년 6월 18억원을 빌리면서 담보로 자신이 소유한 아파트에 4순위 근저당권을 채권자에게 설정해주기로 했다.

하지만 A씨는 같은 아파트에 다른 명의로 4순위 근저당권을 했고 배임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배임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사람이 임무를 저버리고 불법행위를 해 재산상 손해를 입힌 경우다. 이런 배임죄가 성립하려면 A씨와 채권자가 한 계약이 통상적인 이해관계를 넘어서 상대방의 재산을 보호·관리하는 '신임 관계'가 기초가 돼야 한다.

1심은 배임죄를 인정해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A씨와 채권자 사이에 계약을 통해 신임 관계가 형성됐다”고 판단했다.

2심 역시 A씨의 행위가 배임에 해당한다고 봤다.

2심 재판부는 오히려 “피해액이 1심이 산정한 규모보다 더 크다”고 판단해 형량을 징역 2년6개월로 늘렸다.

하지만 대법원은 A씨와 채권자의 계약은 의무 이행을 정한 것일 뿐 신임관계에 기초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봤다.

같은 논리로 A씨가 저당권 설정 약속을 지키지 않고 담보물을 다른 사람에게 처분하더라도 배임죄를 적용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는 제3자와 근저당권 설정을 약속해놓고 담보물을 마음대로 처분한 경우 배임죄를 인정한 기존 판례를 뒤집은 것이다.

대법원 관계자는 “형벌 법규의 엄격해석 원칙을 재확인해 국가 형벌권의 사적 자치 침해를 방지한 것에 판결의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사진=대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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