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럽에서 시비가 붙은 20대 남성을 발로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된 태권도 유단자 3명에게 1심에서 살인죄가 인정됐다.
서울동부지법 형사합의12부(박상구 부장판사)는 살인 혐의로 구속기소된 김모(21)·이모(21)·오모(21)씨에게 25일 각각 징역 9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오랜 기간 태권도를 수련해온 피고인들은 저항의 의지를 상실한 채 홀로 서 있는 피해자를 무참히 폭행했다"며 "쓰러져 있는 피해자의 머리를 축구공 차듯 가격하는 등 죄질이 매우 좋지 않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이어 "다만 피고인들이 다소 술에 취한 상태에서 시비 끝에 순간적으로 격분해 이 사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 초범인 점 등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덧붙였다.
앞서 4월 경위를 묻는 재판부의 질문에 오씨는 "태권도를 하다 보니 습관적으로 발차기를 했다"고 진술했다. 태권도 4단으로 각종 대회 우승 경력이 있는 김씨 등 3명은 올해 1월 1일 오전 3시께 광진구 화양동 유흥가의 한 클럽 인근에서 피해자 A씨를 함께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수사 결과 이들은 범행 당일 클럽에서 먼저 피해자 A씨의 여자친구에게 '함께 놀자'며 팔목을 잡아 A씨와 몸싸움을 하게 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클럽 안에서 몸싸움을 벌이다 종업원이 제지하자 A씨를 밖으로 데리고 나간 뒤 길에서 넘어뜨리고 얼굴을 향해 발길질하는 등 폭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의식을 잃은 A씨는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뇌출혈로 끝내 사망했다. 이들 일행은 번화가를 통해 현장을 빠져나간 뒤 건대입구역 주변에 있는 한 편의점에서 아이스크림을 사 먹고 귀가했다.
변호인들은 이들에게 살해 의도가 없었기 때문에 살인죄를 적용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을 펼쳐왔다. 대신 살인 혐의가 법정에서 유죄로 인정되지 않을 경우를 대비해 검찰이 예비적 공소사실로 제기한 상해치사 혐의는 인정하고 있다.
김씨 등은 당초 상해치사 혐의로 경찰에 구속됐으나 검찰은 범행에 고의성이 있었다고 판단하고 살인죄를 적용해 이들을 재판에 넘겼다.
다음 공판은 5월 26일에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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