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보안법 위반 위협 속 진행된 입법회 예비선거
12일 홍콩 명보에 따르면 홍콩 범민주진영이 전날 전국 250개 투표소에서 진행된 입법회 예비선거가 오후 9시에 마무리된 가운데, 이날 23만4000여 명이 투표에 참여했다. 이는 범민주진영이 예상했던 17만 표보다 많은 수치다. 예비선거 주최 측인 베니 타이(戴耀廷) 홍콩대 법대 부교수는 "수천 명의 사람들이 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늦은 밤까지 도시 전역의 비공식 투표소에서 한 표를 행사했다"며 "각종 악재로 이번 예비선거의 투표율이 낮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지금 추세로 봐선 투표수가 55만 표를 넘어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 유권자는 홍콩명보와의 인터뷰에서 "홍콩 국가안전법(일명 홍콩보안법)을 보면 얼마나 많은 범민주진영 후보가 입법회 본선거에 출마할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며 "정부에 의해 자격이 박탈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도 "하지만 범민주진영이 본 선거에서 과반수의 의석을 확보할 것으로 자신한다"며 "홍콩 국민들이 투표를 통해 무릎을 꿇지 않겠다는 것을 정부에 보여주길 바란다"고 독려했다.
홍콩 민주화 시위 주역인 조슈아 웡은 이날 투표소 개장을 앞두고 "홍콩인들이 절대 중국에 굴복하지 않는다는 것을 중국에 알리는 (우리의) 첫 예비 선거"라며 "전 세계가 홍콩에 관심을 가져줄 것을 촉구한다"고 전했다.
홍콩 경찰은 앞서 법원의 수색 영장을 발부 받아 여론조사기관 '홍콩민의연구소(PORI)'를 수색했다고 홍콩 명보가 전했다. 이 연구소에서 컴퓨터가 해킹당해 개인정보가 불법 유출됐다는 보고가 있었다는 이유에서다.
이번 예비선거는 홍콩 정부가 범민주 진영의 예비선거 추진이 홍콩 보안법을 위반할 수 있다고 경고한 가운데 진행됐다.
에릭 창(曾國衛) 홍콩 정치체제·내륙사무장관은 앞서 범민주 진영의 입법회 선거 후보 경선과 관련해 홍콩보안법 위반 가능성을 경고했다. 민주파 경선이 국가분열, 외국 세력과 결탁 등을 금지한 홍콩보안법 20조, 29조 등에 위배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홍콩 야권, 입법회 의석 과반수 차지 목표...어렵다는 의견도
지난해 11월 구의원 선거에서 압도적인 승리를 거둔 홍콩 범민주진영은 이번 선거에서 사상 최초로 총 70석 입법회 의석 중 과반수를 차지하자는 '35플러스'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이에 후보 난립을 막고 표를 집중시키기 위해 올해 처음 예비선거를 도입했다. 입법회 선거를 앞두고 사상 최대의 유권자가 등록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지난해 11월 구의원 선거에서 나타났던 '선거혁명'이 다시 한번 일어날지 벌써 관심이 쏠린다.
실제로 9월 입법회 선거에 유권자 445만여 명이 등록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지난해 지방선거 때보다 7.8%, 4년 전인 2016년 입법회 선거 때보다는 18%나 늘어난 수치다.
다만 올해 입법회 선거는 코로나19 확산과 이번 달부터 본격 시행된 홍콩보안법을 비롯한 각종 악재로 순조롭지만은 않을 전망이다. 아울러 범민주진영이 입법회에서 다수 의석을 차지하더라도 얼마나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냐는 의구심도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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