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영자총협회가 전국 기업 793개를 조사한 결과, 올해 하계휴가를 실시하는 기업의 휴가 일수는 3.8일로 지난해 3.7일에 비해 되레 늘어났다. ‘여름휴가가 5일 이상’이라고 답한 기업도 같은 기간 28.2%에서 31.7%로 증가했다. 장기화되는 코로나19 속에서도 많은 이들이 여름휴가를 준비하고 있다는 의미다. 달라진 여름휴가 속 올바른 건강 관리법을 전문가에게 들어봤다.
◇휴가 중 응급상황 대처는 어떻게?…‘안전디딤돌’ 앱 활용
여름휴가는 올해 동안 누적된 스트레스와 피로를 풀 수 있는 시간이지만 그만큼 마음도 느슨해지기 쉬워 각종 응급상황이 발생할 확률도 높아진다. 휴가 장소나 시간에 따라 일어날 수 있는 응급상황의 종류가 천자만별인 만큼 신속한 대처가 필요하다.
응급상황 발생 시 가장 기본적인 대처법은 국번없이 129(보건복지콜센터)나 119(119구급상황관리센터)로 전화해 도움을 받는 것이다. 행정안전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안전디딤돌’을 활용하는 것도 휴가지에서의 건강관리에 유용하다. 안전디딤돌 앱은 사용자 위치 근처의 기상특보, 재난뉴스, 대피장소, 국민행동요령 등 다양한 정보를 제공한다. 코로나19 확진자 동선 정보도 파악할 수 있으며 실시간으로 운영 중인 병원과 약국 등 의료기관 현황도 알 수 있다.
엄국현 자생한방병원 원장은 “휴식을 제대로 취하지 못하면 몸 곳곳에 피로가 누적돼 번아웃증후군이나 기력이 달리는 허로(虛勞)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며 “코로나19 기간이라도 다양한 방법으로 재충전 시간을 갖되 새로운 휴가법이 건강을 해치는 또 다른 원인이 되지 않도록 유의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조언했다.
◇20대 ‘혼산족’ 발목 건강 위험…하산 시 방심은 금물
과거 어르신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등산도 야외 활동을 선호하는 20대 혼산‧둘산족(혼자 또는 둘이 산행을 떠나는 사람들)들에게 인기다. 등산은 산이 주는 상쾌함과 정상에서 내려다보는 경치 외에도 다이어트와 체력 단련에 도움이 돼 각광받고 있다.
문제는 경험이 부족한 혼산족들이 산을 오르는 것에만 집중해 하산을 소홀히 생각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점이다. 실제 국민안전처의 시간대별 등산객 사고 발생 통계를 살펴보면 하산을 시작하는 오후 시간대에 사고가 집중됐다. 하산 도중 빈번히 발생하는 부상으로는 발목 염좌가 대표적이다. 경사면의 특성상 아래로 발을 내디딜 때마다 체중의 3~5배의 하중이 발목 관절로 전달된다. 한 순간 방심해 몸의 중심이 흔들리는 경우 내디딘 쪽 발목을 접질리면서 염좌가 발생할 수 있다.
발목 염좌로 인해 인대가 손상된 경우 발목 관절의 안정성과 유연성을 유지하기 어려워진다. 염좌를 초기에 치료하지 않으면 반복적으로 발목이 접질리는 ‘만성 발목관절 불안정증’이 생기거나 발목 바깥쪽부터 안쪽 인대까지 손상범위가 늘어나 관절염으로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
등산 중 발목 염좌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등산 전 스트레칭을 통해 하체 유연성을 늘려주는 것이 좋다. 이러한 경우 ‘계단 스트레칭’이 알맞다. 먼저 계단이나 물건 위에 올라가 한 쪽 발만 뒤로 걸친다. 걸친 쪽의 뒤꿈치를 천천히 아래로 내려 발목과 종아리 근육을 늘려주면 된다. 반대쪽 발도 동일하게 반복한다. 또한 짐 무게를 최소한으로 줄이고 자신의 체력에 맞는 등산코스를 선택해 페이스를 유지하며 체력을 안배하는 것도 발목 염좌를 예방하는 좋은 방법이다.
◇인파 피해 떠나는 30대 ‘차박족’…빗길 교통사고 주의
코로나19가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인파가 몰리는 인기 여행지나 숙박시설을 방문하기는 마음이 놓이지 않는다. 요즘 30대 연령층 가족단위 여행객들 사이에서는 야외활동을 즐기면서도 다른 사람과 접촉을 줄이기 위해 자동차 안에서 숙식을 해결하는 ‘차박’ 캠핑이 유행하고 있다.
그러나 이동객들이 많아지는 휴가철에는 교통안전에 대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아무리 안전운전에 유념한다 해도 강수가 잦고 습한 여름철 운전은 상당히 위험하기 때문이다.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7월에는 연중 빗길 교통사고의 약 14%가 집중된다. 교통사고가 나면 우리 몸은 갑작스러운 충돌에 앞뒤로 강하게 출렁이면서 근육과 인대에 광범위한 손상을 입는다. 이러한 ‘편타성 손상’은 어혈과 염증을 발생시켜 목, 허리 등 전신에 통증을 유발한다.
한방에서는 한약, 추나요법, 약침, 침 등 한방통합치료를 통해 교통사고 환자의 치료효과를 극대화하고 후유증을 억제한다. 먼저 어혈을 없애는 한약 처방을 통해 근본적인 통증 원인을 제거하고 추나요법으로 사고 충격에 틀어진 관절과 근육의 위치를 바르게 교정해 신체의 균형을 맞춘다. 또한 한약재 성분을 정제한 약침과 침치료로 통증을 해소함과 동시에 손상 부위의 치유를 촉진한다.
엄 원장은 “교통사고 상해의 경우 외상이 없는 듯 보여도 영상진단에 판독되지 않는 손상이 지속적으로 통증을 유발시키는 경우가 흔하다“며 “치료시기를 놓치면 통증이 만성적인 후유증으로 발전해 고생할 수 있으므로 한·양방을 불문하고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게 좋다”고 말했다.
◇40대 이후 ‘홈캉스족’ 실내 낙상 주의…집도 안전지대 아냐
휴가지 대신 집에서 ‘홈캉스’를 보내는 이들도 부쩍 늘었다. 지난달 시장조사기관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을 실시한 결과, 전체 40.5%가 ‘특별한 여행계획 없이 휴가를 보낼 것’으로 응답했다. 이러한 경향은 중·장년층에서 더욱 두드러졌다. 여름휴가 계획이 없는 이들 가운데 40대가 31.2%, 50대가 29.6%로 가장 높은 비율을 보였다. 나만의 휴식을 만끽하고자 하는 욕구가 높고 가족 구성원들의 휴가 계획을 맞추기 어렵다는 점 등이 40·50대 홈캉스족 증가의 이유로 풀이된다.
하지만 외부 위험요소들을 피해 집에만 머문다고 해서 안전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최근 질병관리본부가 발표한 2018년 국내 낙상사고 통계에 의하면 전체의 61.5%의 낙상사고가 야외가 아닌 주거시설에서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젖은 화장실 타일이나 장판 등 미끄러운 바닥이 가장 큰 이유였으며 침대에서의 낙상도 주요한 원인으로 꼽혔다.
균형감각과 근육량이 떨어지기 시작하는 중·장년층은 낙상 시 손목, 발목, 무릎 등에 부상을 입기 쉽다. 낙상 사고 부상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타박상은 사고 이후 적절한 조치가 이어져야 빠른 회복이 가능하다. 낙상 직후에는 외상 부위에서 열이 나고 붓기 시작하는데 이때 움직임을 최소화하고 붓기와 염증이 가라앉을 때까지 냉찜질을 해주는 것이 회복에 도움이 된다. 이후 일주일 이상 지나도 통증이 그대로일 경우에는 골절이나 추간판(디스크) 질환이 원인일 수 있어 전문가의 진료를 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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