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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을 내 주식에 투자하는 '빚투'가 늘면서 대출을 중단했던 증권사들이 대출을 재개하기 시작했다. 빚투 급증으로 관련 법 및 내부 방침에 따라 대출 한도를 관리하기 위해 일시적으로 대출상품 판매를 중단했으나 다시 여유가 생겼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국내 증시가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전 수준을 회복한데 이어 상승세를 지속하면서 빚투 증가에 대한 우려감이 높아지고 있다. 이미 빚 규모가 역대 최고 수준까지 올라간 탓이다. 주가가 이미 올초 수준을 회복한 뒤 고점을 기록중인 상황에서 주가가 하락세로 반전될 경우 반대매매 물량이 크게 쏟아질 수 있고 이는 주가 하락폭을 더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증권은 미래에셋대우에 이어 최근 일시적으로 중단했던 대출을 재개했다. 삼성증권은 지난 22일부터 중단했던 신용거래융자(신용매수)와 증권담보대출 중 신용거래융자만 27일부터 재개했다고 밝혔다. 증권담보대출의 경우 기존과 같이 당분간 중단하기로 했다.
최근 삼성증권을 비롯해 미래에셋대우, 한국투자증권, KB증권 등 대형 증권사들은 개인투자자들이 빚을 내 투자하는 경우가 늘자 신용공여 한도 관리 차원에서 대출을 일시적으로 중단했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에 따르면 증권사들은 개인투자자에 대한 신용공여 규모가 자기자본의 100%를 초과해서는 안 된다. 이와 관련해 증권사들은 리스크 관리를 위해 통상 60~70% 수준에서 한도를 관리하고 있다.
이에 미래에셋대우는 지난 1월부터 증권담보대출을 중단했다가 14일부터 재개했으며 한국투자증권과 KB증권은 중단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대출을 중단했던 증권사들 중 일부가 다시 대출을 취급하기 시작했지만 개인투자자들이 빚을 내서 투자하는 금액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어 다시 중단될 가능성도 적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특히 코스닥 시장에서 신용거래융자가 급격히 늘고 있고 코스피를 포함한 신용융자금액이 전체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역대 최고치에 접근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며 "대출이 다시 중단될 경우 개인투자자들의 코스닥 매수에 단기적으로 제동이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개인투자자들의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14조원을 넘어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 24일 기준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14조496억원으로 지난 7일부터 14거래일 연속으로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주가가 상승하는 시기에는 레버리지를 일으켜 더 높은 수익률을 얻을 수 있지만 주가가 하락해 만기일까지 상환하지 못할 경우 반대매매가 발생할 수 있어 무분별하게 빚을 내 주식에 투자하는 것은 지양하는 게 좋다"며 "코로나19를 비롯해 미·중 갈등 재확산 등 위험요인도 있어 보수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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