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코 문자를 확인한 순간, '드디어 올 것이 왔구나.' 생각하면서도 망치로 한 대 맞은 것처럼 머릿속이 멍해졌다.
"이번 주를 끝으로 몸담았던 OO 여행사와 여행업계를 떠나게 됐다. 그동안 도움 주셔서 감사합니다. 건강 조심하세요."
여행기자가 된 지 7년여 세월 동안 수많은 출입처 관계자를 만났고, 많은 이의 '퇴사'를 알리는 연락을 받아왔다. 하지만 이번에 받은 퇴사 문자처럼 가슴이 저린 적은 없었다.
버티려 했을 것이다. 젖 먹던 힘을 다해 버텨냈을 것이다. 하지만 더는 힘들었을 테고, 그렇게 업계와 작별을 고하게 됐을 것이다.
사실상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된 여행업계는 위기였다.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 리스트에서 제외하기로 하면서 우리나라는 'NO재팬' 캠페인을 대대적으로 전개했고, 이는 관광업계에까지 번졌다.
일본으로 여행가는 국내 관광객이 급감하면서 여행업계 사정은 어려워졌다. '여행시장 다변화'를 통해 고비를 넘겼다고 생각한 여행사는 올해 초 예기치 못한 코로나19 사태에 사지로 내몰렸다.
다수 여행사가 휴업과 폐업 위기에 놓였다. 코로나 위기로 내수 관광을 살려보자는 정부 정책에 따라 해외여행상품을 판매하던 대형 여행사들까지 '국내 여행상품' 판매 시스템을 구축하면서 의지를 불태웠지만, 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급증한 확진자 수가 의지를 꺾어버렸다.
지금까지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정부가 내놓은 '고용유지지원금' 덕분이었다. 여행사들은 일찌감치 고용유지지원금을 신청해 급한 불을 껐다. 하지만 몇 달간 실적이 '0'에 가까운 상황에서 사측 부담금 10%를 감당하기도 어려워졌다. 최근 정부가 고용유지지원금 지원 기간을 240일로 60일 연장하기로 한 결정은 전혀 달갑지 않았다.
그렇게 우려했던 여행업계 실업대란은 현실화했다.
전 직원 2500여명 중 95%가량이 무급휴직 중인 국내 최대 규모 여행사 하나투어도, 직원 수가 100명 가까이 줄었다. 노랑풍선도 올해 상반기 직원이 53명 줄었고 모두투어 52명, 레드캡투어 40명, 참좋은여행 19명, 세중은 9명이 각각 줄었다.
유례없는 감염병은 오늘도 쉼 없이 우리의 목을 죄어온다. 힘든 회사 일에 지쳐서 "며칠 여행이라도 다녀오고 싶다"는 생각을 했던 그 날로 돌아갈 수 있을까. 마음이 더없이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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