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1일 예산안과 함께 '2020~2024년 국가재정운용계획'도 함께 제출했다. 중기계획에 따르면 2024년까지 재정수입은 연평균 3.5%, 재정지출은 연평균 5.7% 증가한다. 향후 수년 동안 적자가 예정된 셈이다.
한국재정학회장을 맡은 박기백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이런 전망을 내놓으면 방만하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며 "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비율 5%는 외환위기 때와 비슷한 건데, 당장도 1, 2년도 아니고 2024년까지 5%대를 예상한다는 것은 재정건전성 회복에 대한 의지가 없어 보인다"고 일침했다.
이어 "2024년까지 낮춰가겠다는 시그널을 줘야 하는데, 관리재정수지가 -5%대로 계속 간다는 건 외환위기와 같은 상황이 몇년 동안 계속 간다고 생각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부연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수년 내로 GDP 대비 국가부채비율이 60%까지 도달하는데 너무 속도가 빠르다"며 "예산을 보면 올해 경제성장률은 0%, 그 이후는 4% 정도로 생각하는 것 같은데 실제로 달성할 수 있는 것보다 낙관적"이라며 "실제로는 악화할 수 있다는 관점에서 보면 정부 지출을 통제하기 위한 방안이 조속히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성 교수는 이어 "적자 국채 발행은 미래 세대뿐만 아니라 현재 세대도 상당한 부담을 안게 된다"며 "회사채와 민간 자금조달이 어려워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재정을 보다 효율적으로 운영해야 한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재정 지출이 커지더라도 생산적인 투자로 이를 회수할 수 있다면 합당한 지출로 볼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재정수지만 악화시킨다는 의견이다.
박 교수는 "코로나 극복은 지금 해야 한다. 이를 위해 추경도 3차례나 했다"며 "재정지출 증가율은 올해는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 가까이 될 거고 내년에도 성장률이 높지 않을텐데 성장률에 맞춰 예산을 편성하고 필요하면 추경으로 늘리는 게 효율적인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이 이사는 "재정을 늘리는 게 문제가 아니라 생산적인 투자에 들어가는 돈이 줄어드는 게 문제"라며 "긴급재난지원금도 소비효과는 단기적으로 반짝했지만 한국은행 분석 결과 재정승수가 0.2밖에 안 됐다"고 말했다. 그는 "긴급고용지원금 등은 가계 소득을 단기적으로는 높이지만 결국 취업을 해야 한다"며 "재정 부문에서 만드는 것은 단기 일자리로, 기업이 투자해야 고용이 직·간접적으로 발생할 수 있다"고 전했다.
민혁기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코로나는 통제가 힘들어서 정부가 꾸준히 맞춤형 전략을 내놓을 수밖에 없다"며 "정부의 재원도 어려운 기업들에 대한 금융지원과 같은 정책으로 투입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민 연구위원은 "필수 전략산업과 소재·부품·장비 산업에서 국내 공급망을 지켜야 한다는 점에서 유턴 기업 지원 예산을 배분한 것은 합당해 보인다"며 "중소기업들이 보호무역주의를 넘을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고 평가했다.
이어 "소재·부품·장비 산업에서는 국내 공급망을 확보하고 지켜야 한다"며 "한국은 기반산업의 안정성을 확보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만큼, 코로나 확산 위기를 극복하면 외국인 투자가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일각에서 제기하는 증세에 대해서는 지출을 통제하지 못할 경우 논의가 시작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증세 후 분배 과정에서의 투명성이 담보돼야 하며 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는 증세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비판론도 제기했다.
이 이사는 "위기 극복 때까지는 세수를 포기해야 하고 세수와 위기 극복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싶다면 진지하게 시장에 증세를 이야기해야 한다"며 "대신 분배 과정에서의 합리성과 투명성이 보장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소득에 관계없이 납세 후 분배 과정에서 저소득층과 취약계층을 배려해주면 된다"고 덧붙였다.
박 교수는 "재정수입을 늘리기 위해 부가세나 소득세를 올리자고 할 수 있지만 지금처럼 경기가 안 좋을 때는 시기가 좋지 않다"며 "재정수입 증가분만큼을 지출증가율로 잡는 게 맞지, 더 걷어서 쓰자는 건 아니라고 본다"고 지적했다.
성 교수도 "더는 고소득층을 대상으로 하는 증세로는 자금조달이 어려울 것"이라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보편증세로 논의가 진행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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