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공동선언 2주년' 침묵한 北, 대남·대미 비난 다시 시작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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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인 기자
입력 2020-09-20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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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北선전매체, 한·미 '동맹대화' 비판…"예속·굴종의 올가미"

  • 北 '9·19 평양공동선언' 2주년 보도 없어…대남 침묵 유지

‘9·19 평양공동선언’ 2주년에 침묵했던 북한이 한국과 미국 간 ‘동맹대화’ 신설 검토에 날을 세웠다.

그동안 북한은 한·미동맹에 대해 지속해서 날을 세워왔지만, 지난 7월부터 한반도 정세에 관망하는 자세를 보이며 대남, 대미 등 대외 비난 메시지를 자제해 왔다. 이 때문에 아직 신설되지도 않은 ‘동맹대화’를 비난한 것은 이례적이란 평가다.

이상만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최근 본지와 통화에서 “북한도 한·미동맹은 인정하고 있다. 다만, 정부의 군비증강, 한·미연합훈련 규모 등에 날을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남측이 한·미동맹을 더욱 우선시하고, 강화하려는 정책 기조를 보이는 것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얘기로 해석된다.
 

최종건 외교부 1차관이 지난 10일(현지시간) 한·미 외교차관 회담 후 주미 한국대사관에서 특파원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한·미 동맹대화, ‘예속과 굴종’의 올가미”

북한 대외선전매체 ‘메아리’는 20일 한·미 동맹대화에 대해 “예속과 굴종의 올가미”라며 “스스로 외세의 바짓가랑이를 부여잡고 자기의 목줄에 올가미를 더욱 조여달라고 애걸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매체는 ‘실무그룹(한·미워킹그룹)도 부족해 이젠 동맹대화까지?’라는 글을 통해 “(남측) 외교부 당국자들은 현안을 아랫급에서부터 세부적으로 논의해 고위급에서 신속히 결정할 수 있게 하는 기구라고 요란스럽게 광고하고 있다”면서 “이러한 광고는 예속과 굴종의 올가미인 동맹대화의 반동적 본질을 가리기 위한 미사여구”라고 지적했다.

한·미 ‘동맹대화’는 양국 외교당국 간 국장급 상시 대화 채널로, 동맹 강화 차원에서 최종건 외교부 1차관의 최근 미국 방문을 계기로 한국이 미국에 먼저 제안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지난 15일 국회 외교안보분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한·미워킹그룹은 한반도 문제, 특히 북한 문제를 양국 간 포괄적으로 논의하자는 취지에서 2018년 말에 만든 것이고, 동맹대화는 동맹 강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한·미워킹그룹은 남·북·미 3자 간 현안에 대해 논의하는 채널이라면 동맹대화는 한·미 양자 간 현안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는 연락 채널이란 얘기다. 현재 미국은 동맹대화 구축에 대해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매체는 “지금까지 남조선당국이 미국과의 ‘동맹’에 대해 요란스럽게 떠들어 왔지만, 결과는 너무도 비참한 것이었다”라면서 “입이 닳도록 ‘동맹’을 운운했건만 그때마다 참을 수 없는 굴욕과 수모를 강요당했으면 이젠 좀 정신을 차릴 때가 되었다”고 비꼬기도 했다.
 

김덕훈 북한 내각총리가 천리마제강련합기업소, 황해제철련합기업소, 순천세멘트련합기업소, 보산제철소 등을 방문해 근로자들과 수해 복구에 필요한 자재 생산에 대해 논의했다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20일 보도했다.[사진=노동신문 홈페이지 캡처]

 
◆ 조용했던 남북 ‘9·19 평양공동선언’ 2주년

한편 북한 대내외 매체는 ‘9·19 평양공동선언’ 2주년인 전날 관련 보도를 일절 하지 않으며 남북 관계에 대해 침묵했다. 한국 정부도 남북 관계 교착국면을 고려 정부 기념행사도 진행하지 않았다.

조혜실 통일부 부대변인은 ‘9·19 평양공동선언’ 2주년을 하루 앞둔 지난 18일 “남북은 그동안 평양공동선언 및 9·19 군사합의를 이행하고 한반도의 완전한 평화를 구현하기 위해 노력해왔다”고 밝혔다.

다만 통일부 차원의 기념행사 개최는 없다고 했다. 조 부대변인은 “(이인영 통일부) 장관께서 판문점 현장에 가서 그간의 합의사항을 평가하고 앞으로의 합의이행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표명했다”면서 “그것으로 메시지를 내고 의지를 표명했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지난 16일 취임 후 처음으로 판문점을 방문해 “북측도 나름대로 합의를 준수하려는 의지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한 바 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 조선중앙방송 등 북한 관영매체들은 태풍 피해 복구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등 대내 운영에 대한 보도에만 집중했다.

이에 대해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대남 무시보단 국내외 정세 변화의 새로운 환경에 따른 전략 조정기 또는 전략 수립기로 추정된다”면서 “모든 역량을 투쟁, 전진, 단결의 구호하에 당 창건 75주년과 제8차 당 대회 맞이에 집중하고 있는 모습”이라고 분석했다.

아울러 “당 창건 75주년을 통해 자력갱생에 의한 코로나19, 태풍 피해의 완전한 극복을 선언하고, 제8차 당 대회 맞이 90일 전투에 들어갈 것”이라고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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