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피원에이치' 세계관 영화 "아이돌로서는 파격적, 영화로는 글쎄"(스포 주의)

FNC엔터테인먼트 배우들이 총출동했다. 피원하모니 멤버들보다 정진영과 설현의 조화, 유재석의 까메오, 정해인, 정용화의 등장에 더 눈길이 쏠린다. '피원에이치: 새로운 세계의 시작'(연출 창 감독)은 극장판 영화라기에는 미흡하고 아이돌 데뷔 프로모션으로는 역대급이다. 

국내 신인 아이돌이 영화로 데뷔를 알린 경우는 없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신선한 시도는 돋보인다. 영화로서의 완성도나 재미에 대한 기대는 내려놓고 '피원하모니'가 궁금하다면, 설현, 유재석, 정해인 등 FNC엔터 배우들을 좋아한다면 한 번쯤 봐 둘만은 하다. 

[사진= FNC엔터테인먼트 제공]

◆ 진정한 프롤로그, 다 모아놓자마자 '끝' 

‘피원에이치: 새로운 세계의 시작’은 피원하모니의 세계관을 제시하는 프롤로그격으로 별의 정기를 타고난 여섯 소년의 캐릭터성과 그들을 둘러싼 이야기를 소개하는 데 중점을 두고 만들어졌다. 분노와 폭력을 일으키는 의문의 바이러스가 퍼져 폐허가 된 지구를 구하기 위해 미래와 현재, 과거에 흩어져있는 별의 정기를 타고난 소년들, 사냥 능력자 테오, 천재적인 엔지니어 종섭, 면역력을 가진 생존자 소울, 사물을 움직이고 파괴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지웅, 시공간 이동능력자 기호, 신체 재생 능력자 인탁이 희망의 별을 찾아가는 이야기를 그린다.

부제인 ‘새로운 세계의 시작’이 의미하듯 피원하모니의 전반적인 세계관을 제시하는 프롤로그로, 국내 최초 케이팝 그룹 세계관을 담은 장편 영화다.

극본과 연출은 다수의 드라마타이즈 형식 뮤직비디오와 영화 ‘고사 : 피의 중간고사’, ‘표적’, ‘계춘할망’ 등을 통해 K팝 팬 및 관객과 만나온 창 감독이 담당했다.

 

무대인사를 통해 창 감독은 “원래 영화로 만들려던 콘텐츠가 아니라는 점을 감안하고 봐달라”고 전했다. 원래는 영화라는 플랫폼이 아니라 OTT(Over The Top)를 통해 선보이기 위해 제작되었다는 것. 따라서 영화로 보기에는 미흡한 구석이 많이 눈에 띈다. 

우선 매끄럽지 못한 연결구조가 아쉽다. 바이러스가 퍼진 미래의 모습에서 급 전환해 과거로 가는 스토리나 과거에서 지루하게 전개되는 스토리가 흥미를 떨어뜨린다. 등장인물들이 너무 많아 각 인물들의 서사가 부족하고 개연성이 떨어진다. FNC 배우들이 총출동해 보는 재미가 있지만 너무 많은 캐릭터들로 인해 스토리 정리가 어렵다. 

또한 이야기가 풀어놓은 떡밥들을 회수하지 못한 채 늘어만 놓다가 주인공들이 한자리에 모이자마자 갑자기 끝나버린다. 관계자의 설명으로는 속편을 염두에 둔 결말이라고 하지만 99분의 러닝타임을 견뎌온 관객으로서는 다소 황당한 결말이 아닐 수 없다. 

그래도 아이돌 세계관 영화라는 본질(?)을 되새기면 이들의 역할과 탄생 그리고 각 멤버들의 얼굴과 이름이 확실히 기억된다는 점에서는 성공적이다. 

[사진= FNC엔터테인먼트 제공]

◆ 정진영·설현·유재석 "뜻밖의 발견"

눈여겨 볼 점은 FNC 내 명품 배우들이 대거 출연했다는 점이다. 영화 초반, 몰입도를 크게 높이는 인물은 배우 정진영이다. 피원하모니 멤버들을 이끄는 수장 역할로, 배우 설현과 함께 극 초반 퀄리티를 책임진다.
 

또 정진영과 설현은 영화에서 의외의 케미스트리를 보여준다. 진중한 작전 상황에서는 말 하지 않아도 서로의 뜻을 알아채는 '전우'로, 긴장을 풀어도 되는 휴식 시간에는 서로를 놀리는 '농담'으로 완벽한 파트너의 케미를 자랑한다.

 

극의 긴장감이 최고조로 이르는 부분 역시 정진영과 설현의 연기가 돋보인다. 오랜 시간 함께한 전우를 잃어야만 하는 장면에서의 감정 연기는 정진영의 30년이 넘는 연기 내공과 다양한 필모그래피를 쌓으며 연기력을 인정 받고 있는 설현의 연기가 어우러져 감정을 극대화시킨다.

 

카메오 유재석이 도전한 영화 속 정극 연기도 '피원에이치'에 색다른 재미를 가져다준다. 짧은 출연이지만 안정감 있는 연기로 신스틸러의 역할을 톡톡히 수행한다. 또 유재석 뿐 아니라 정해인 역시 카메오로 모습을 드러내며 영화를 보는 재미를 더한다. 이밖에도 정용화 조재윤 최여진 등이 특별 출연해 극의 완성도를 높였다.

피원하모니[사진= FNC엔터테인먼트 제공]

◆ 뮤비와 영화의 결합, OST 적절해···기대되는 '피원하모니'

또한 이 영화의 본질인 '피원하모니' 세계관을 보여주고 그들의 음악이 어떻게 세계관과 연결될지 방향을 제시한다는 측면은 나름 성공했다. 멤버들이 직접 부른 OST가 극의 주요 부분을 관통하며 관객들의 뇌리에 박히기 때문이다. 

‘피원에이치: 새로운 세계의 시작’ 창 감독과 제작진은 "음악이 엤어 영화의 톤 앤 무드에 어울리는 곡들을 멤버들이 직접 불러 그들의 세계관을 음악으로도 표현할 수 있게 제작했다"고 설명했다. 

‘Sweet Memories(멤버 기호 작사, 가창)’ 등 테오·종섭·소울 등 멤버 3인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미래코드는 섬세하면서도 강렬한 톤의 음악들이 바이러스로 황폐해진 쓸쓸한 미래의 세계관을 잘 표현하고 있다.

과거코드에서 밴드사운드 중심의 레트로풍 사운드 '어떡하라고(멤버 지웅 가창)'는 레트로풍 감성과 함께 특정할 수 없는 어느 과거의 순간으로 관객들을 이끈다. 스토리 전개상 위기 속에서도 호쾌한 액션과 함께 흐르는 레트로풍 음악은 영화에 풍성함을 더한다. 

마지막으로 발라드 Alone(멤버 테오&종섭 가창)은 현재 편에서 메인 보컬 테오가 부른다. 영화에는 표현되어 있지 않지만 원곡에는 종섭의 랩까지 섞여 있어 영화를 넘어 곡 자체로도 꽤 완성도가 높다. 

또한 극의 말미에 등장하는 뮤직비디오 형태의 짧은 영상은 이 영화의 본질을 다시 한번 깨닫게 해주며 피원하모니가 보여줄 무대에서의 모습을 기대할 수 있게 한다.

 

국내 최초 K팝 그룹 세계관의 장편 극영화화로 데뷔 전부터 관심을 모은 피원하모니. 소속사 FNC엔터테인먼트 선배들의 든든한 지원 속 융합 프로젝트를 통해 세계관을 공개한 피원하모니의 영화 ‘피원에이치(P1H): 새로운 세계의 시작’이 대중의 흥미를 끌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날 피원하모니 멤버들은 시사회 전 "약 1년간 열심히 준비해서 만든 영화"라며 "코로나로 힘든 시기에 조금이나마 힘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한편 영화 'P1H: 새로운 세계의 시작'은 내달 8일 극장 개봉된다.

▲ 한줄 감상평

영화가 끝나니 데뷔도 하지 않은 멤버들의 얼굴과 이름을 외웠다. 뜻밖의 성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