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2부 (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살인·자동차매몰 혐의로 기소된 A(52)씨의 상고심에서 살인 혐의는 무죄,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위반(치사) 금고 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4일 밝혔다.
재판부는 “의심스러운 사정이 있지만, 피해자의 사망이 A씨의 고의적 범행으로 인한 것이 아닐 수 있다는 합리적인 의심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A씨는 2018년 12월 31일 오후 10시께 전남 여수시 금오도 한 선착장에서 아내 B(사망 당시 47)씨를 제네시스 승용차와 함께 바다에 추락시켜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기소 됐다.
A씨는 차량 변속기를 중립(N)에 위치한 상태로 하차했고, 경사로에 주차돼있던 차량은 아내를 태운 상태로 그대로 바다에 빠졌다.
검찰은 일부러 변속기를 중립에 넣고 차에서 내린 뒤, 차를 밀어 바다에 빠뜨렸다고 보고 A씨를 살인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1심은 피고인이 피해자가 탑승하고 있던 승용차를 밀지 않고서는 차가 바다로 추락한 사실을 설명할 수 없다고 판단해 A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하지만 2심은 A씨의 살인 혐의를 무죄로 뒤집었다. 다만, 2심에서 추가된 예비적 공소사실인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위반 혐의를 인정해 금고 3년을 선고했다. 예비적 공소사실이란 검찰이 주위적 공소사실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를 대비해 추가하는 공소사실이다.
재판부는 현장 검증 결과를 토대로 A씨가 차를 밀지 않더라도 차량 내부의 움직임 등으로 차가 굴러갈 수 있다고 봤다. A씨가 차에서 내린 뒤 B씨의 움직임만으로 차가 스스로 움직였을 수 있다는 의미다.
쌍방이 상고를 제기한 대법원 판단의 쟁점은 2심 판단에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난 잘못이 있는지 여부였다. 2심에서 증거가치를 자유롭게 판단한 데 문제가 없었는지 여부를 살피겠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피해자가 이 사건 2개월 전에 피고인의 권유로 보험계약을 새로 체결해 피해자 사망 시 지급될 보험금이 종전 3억 7,500만원에서 12억 5,000만원으로 대폭 늘어난 점, △이 사건 10일 전에 피해자가 피고인의 권유로 가입한 보험계약의 수익자가 모두 피고인으로 변경된 점, △변속기가 중립 상태에 있었고, 사이드 브레이크가 잠기지 않은 상태였던 점 등 의심스러운 사정은 있다고 봤다.
하지만 △피고인이 차를 뒤에서 밀어 바다로 추락시켰다고 볼 만한 직접적 증거가 없는 점, △이른바 ‘임계지점’의 존재가 확인돼 변속기나 사이트 브레이크의 상태로부터 살인의 고의를 추단할 수 없는 점, △임계지점의 위치를 미리 파악하는 게 매우 어렵고 현장 사정상 그 정확한 위치에 정확한 방향으로 차량을 정하하기 어려워 임계지점에 정차하는 방법으로 범행 여건을 의도적으로 조성하였다고 보기도 어려운 점 등이 종합적으로 고려됐다.
대법원 관계자는 “피고인이 고의적으로 범행한 것이라고 보기에 의심스러운 사정이 병존하고 증거관계 및 경험법칙상 고의적 범행이 아닐 여지를 확실하게 배제할 수 없다면 유죄로 인정할 수 없다는 판례 법리를 재확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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