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포니아 산불이 이제는 포도밭까지 덮쳤다. 연기와 재 때문에 포도의 상품 가치가 떨어지자 농장주들이 한숨을 내쉬고 있다.
27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국 최대 와인 산지인 캘리포니아 나파 밸리에서 대형 산불이 일어나 1000에이커(약 120만평) 이상이 불탔다.
불길은 마을 인근까지 퍼졌고, 해당 지역 병원은 1마일 인근까지 불이 접근하자 병원에 있던 환자들을 모두 대피시켰다. 600채 주택에 대피 명령이 발령됐고, 1400채는 대피 권고가 내려진 상태다.
나파 밸리는 샌프란시스코에서 120㎞ 떨어진 포도 재배지이며, 와인 제조로도 유명한 곳이다. 현재 당국은 해당 지역에 불이 난 이유를 조사 중이다.
이미 미국 캘리포니아, 오리건, 워싱턴주를 휩쓴 산불 때문에 포도 농장은 비상이 걸린 상태다. 산불 연기로 인해 포도 오염이 심각해 와인으로 제조해도 상품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NBC 방송에 따르면 캘리포니아주 와인 포도 농장주 협회 존 아기레 회장은 "산불 연기에 손상된 포도로 만든 와인을 시음해봤다. 맛을 보고 정신이 나가버렸다. 똥맛에 플라스틱 맛이 났다"며 이번 산불은 와인 포도밭에 최악의 재앙이 될 것이라고 한탄했다.
전문가들은 와인의 맛이 떨어지는 이유가 산불 연기가 포도에 스며들어 만들어진 탄소 화합물 페놀 성분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포도 샘플 검사실은 오염된 포도를 걸러달라는 요청이 쏟아지면서 포화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연구소는 현재 접수된 포도 샘플의 결과가 두 달 뒤에나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전기 불꽃으로 인한 산불 발화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대규모 정전 경보가 발령됐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에 따르면 캘리포니아주 최대 전력회사 퍼시픽가스앤드일렉트릭(PG&E)은 28일까지 북부지역 16개 카운티 9만7000가구에 대한 전력 공급을 일시적으로 중단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는 고온 건조한 날씨에 강한 바람이 불면서 전기 불꽃이 튀어 새로운 산불이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를 단행할 수 있다고 PG&E는 발표했다.
PG&E의 이 같은 조치는 전력선이 끊어져 튄 불꽃 때문에 2018년 84명이 목숨을 잃었던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당시 100년이 된 PG&E 송전탑에서 전력선을 지탱하던 쇠고리가 강풍에 파손되면서 전력선이 끊어졌고, 이때 발생한 불꽃이 바람을 타고 번지면서 당시 마을 주민 84명이 사망하는 대참사가 일어났다. 이와 관련 PG&E는 전력 장비 관리 소홀에 따르면 과실 치사 혐의가 인정돼 16조원 배상금을 유가족에게 지불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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