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8년 무장공비 침투 사건(1·21 사태) 이후 일반인의 출입이 제한됐던 북악산 길은 1일부터 ‘부분 개방’됐다. 청와대 뒤편 북악산 북측면 구간이 열리면서 52년 만에 시민 품으로 돌아간 셈이다.
문 대통령은 개방을 하루 앞두고 최종 점검 차원에서 산행에 나섰다. 산악인 엄홍길 대장과 배우 이시영, 종로구 부암동에서 30여년간 거주한 주민 등과 함께 둘레길을 따라 산행했다.
오전 10시께 북악산 성곽 북측면 제1출입구(부암동 토끼굴) 부근에 도착한 문 대통령은 관리병으로부터 열쇠를 받아 철문을 직접 열었다.
청와대는 “지난 52년간 굳게 닫힌 북악산을 개방해 시민에게 돌려준다는 상징적 의미를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개방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2017년 청와대 앞길 24시간 개방과 2018년 인왕산길 완전 개방에 이은 세 번째 청와대 인근 지역 개방이다. 대통령 경호처는 순차개방을 통해 오는 2022년 상반기에는 북악산 남측면을 개방할 예정이다.
수소 전용차인 ‘넥쏘’를 타고 온 문 대통령은 북악산 제3출입구(청운대 안내소)에 도착해 문화재청장과 종로구청장으로부터 북악산 개방 준비 과정, 개방 후 관리 계획에 대해 설명을 들었다.
특히 문 대통령은 설명을 다 듣고 “우리 종로구청장님이 스스로 홍보를 잘 못 하시니까”라고 웃으며 운을 뗀 뒤 추가 설명에 직접 나섰다.
문 대통령은 “안산으로부터 인왕산, 북한산의 형제봉까지 쭉 연결될 수 있게 됐다”면서 “현재 안쪽 성곽로를 따라서 걷는 탐방로만 개방돼 있는데 늦어도 2022년까지는 청와대 위, 북쪽도 전면적으로 개방하는 게 목표”라고 전했다.
문 대통령과 일행들은 청운대 안내소로 이동하여 입산 비표를 수령하고 청운대 쉼터로 향했다.
문 대통령은 전면 개방 속에서도 철저한 경계 태세 필요성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일반인들은 (이 곳을 개방하지 않았던 이유가) 청와대 경호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청와대 경호뿐 아니라 수도 서울의 영공방위를 담당하고 있는 곳”이라며 “개방을 하더라도 과학적인 방법으로 경계를 더 철저하게 강화시켜야 한다”고 주문했다.
또한 “서울은 1000만명 이상이 모여 사는 세계적인 수도인데 서울처럼 도시성벽이 남아 있는 나라가 거의 없다”면서 “산은 있되, 접근 못 하는 곳이 많은데 개방해서 시민이 향유하게 되면 숲을 시민에게 돌려드린다는 의미도 있고, 도시의 녹지공원 면적이 늘어나 삶의 질이 높아질 수 있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등산 도중에 부암동의 아름다움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부암동은 종로구가 자랑할 만한 정말로 환상적인 곳”이라며 “옛날에 ‘고향의 봄’에 꽃피는 산골이 연상될 만큼 봄철 되면 여러 가지 꽃들이 만발했다”고 회상했다.
문 대통령은 “강남을 가보면 정말로 굉장하지 않는가. 거기에서 한강 다리를 건너 강북으로 넘어오면 뭔가 템포가 하나 느려지는 것 같고, 자하문 터널을 지나오면 그때부터는 완전히 슬로우 비디오로 느껴진다”고 했다.
문 대통령과 엄 대장은 각자의 히말라야 등반 경험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문 대통령은 2016년 히말라야 트래킹을 다녀온 적 있었다.
엄 대장은 등산 도중 “코로나 백신이 따로 없다. 산이 백신, 자연이 백신”이라며 문 대통령은 “실제로 탐방로를 찾는 숫자가 늘었다”고 화답했다.
문 대통령은 이시영에게는 “산하고 인연이 있느냐”고 물은 뒤 예전 복싱에 도전했던 것도 언급했다.
정재숙 문화재청장은 청운대 쉼터에서 곡장 전망대로 이동하는 동안 한양도성 축조 시기에 따라 성벽 구조물이 각기 다른 모양으로 설치됐다며, 한양도성이 갖는 문화재적 가치를 강조했다.
곡장 전망대에 오른 문 대통령은 남대문까지 일직선으로 쭉 뻗은 광화문 거리를 바라보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문 대통령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산을 정말 좋아한다”면서도 “사람들이 많이 오면 올수록 화재 위험 같은 것은 있으니 산림청의 어깨가 자꾸 무거워지겠다”고 말한 뒤 화재 예방에 만전을 기해줄 것을 당부했다.
한편, 4출입구에서 북악산 등반을 마친 문 대통령은 백사실 계곡과 백석동천으로 이동해 주말 산행 나온 주민들과도 인사를 나눴다. 하산까지는 총 2시간 18분이 소요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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