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내 아동·청소년 3명 중 1명은 메신저나 SNS를 통해 낯선 사람에게 쪽지나 대화 요구를 받아본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는 초‧중‧고교생 1607명을 대상으로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첫 피해 실태조사를 한 결과 이 같은 결과가 나왔다고 13일 밝혔다. 실태조사는 서울시와 사단법인 탁틴내일이 서울시교육청의 협조를 받아 12~19세(초등학교 5학년~고등학교 3학년) 1607명을 대상으로 한 달간(10월 28일~11월 30일) 공동 실시했다.
온라인으로 접근한 낯선 사람들은 대부분 또래 아동‧청소년들이었고, '나이, 핸드폰 번호 등 개인정보를 알려달라'(23%)고 요구한 경우가 가장 많았다. '쉽게 용돈을 벌 수 있게 해주겠다'는 제안도 10%였다.
낯선 사람에게 대화 요구를 받은 아이 중 실제 개인정보를 알려준 적이 있다는 응답은 64%에 달했다. 대화를 나눈 낯선 사람의 나이는 14세~16세(45%), 17세~19세(43%) 순이었다.
인터넷을 통해 알게 된 사람으로부터 피해 경험이 있는 학생은 5%였다. 가장 많이 본 피해는 'SNS나 가족, 친구에게 나의 나쁜 점을 알리겠다'(56%)는 협박이었다. 신체사진이나 성적인 행동을 하는 동영상을 보내라는 협박도 17%에 달했는데, 협박에 못 이겨 실제로 사진이나 동영상을 보낸 경우도 6%로 조사됐다.
서울시는 최근 코로나19로 아동‧청소년들의 인터넷 사용시간이 길어지면서 텔레그램 'n번방 사건' 같이 미성년자를 노린 디지털 성범죄 노출 위험도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가해자가 개인정보를 협박수단으로 삼아 사진이나 영상물을 착취하는 '온라인 그루밍(Online Grooming)' 양상이 두드러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이번 실태조사 결과를 토대로 아동‧청소년 대상 디지털 성폭력 예방 교육을 더욱 확대하고, 교사와 부모님 등을 대상으로 한 교육도 추진한다. 특히 '개인정보 제공'에 대한 위험성과 온라인 그루밍에 대한 교육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송다영 서울시 여성가족정책실장은 "지금의 아동‧청소년 세대는 어릴 때부터 디지털 문화에 익숙하고, 코로나19 장기화로 집에 머무는 시간까지 많아지면서 디지털 범죄 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된 실정"이라며 "더 늦기 전에 우리사회가 확실한 예방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 서울시의 디지털 성범죄 근절대책을 비롯해 해외 주요사례를 공유하는 이번 심포지엄이 한 차원 더 진화된 디지털 성범죄 근절 해법을 모색하고 디지털 성범죄 없는 안심 서울의 토대를 다지는 시간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시는 14일 오후 2시 '아동·청소년 디지털 성범죄 현황과 대응 국제 심포지엄'을 온라인으로 개최하고, 아동, 청소년 디지털 성범죄 피해 실태조사 결과와 서울시의 디지털 성범죄 근절대책을 발표한다. 이번 국제 심포지엄은 미국(THORN), 영국(Facebook), 네덜란드(INHOFE), 중국(CLIA) 등 5개국의 NGO, 기업, 단체 등이 참여한다. 서울시 디지털 성범죄 예방 및 피해자 지원사업, 국외 디지털 성범죄 현황과 대응, 종합토론 순으로, 총 3개 세션이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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