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가 사평을 통해 중국의 ‘커뮤니티 공동구매’ 열풍에 대해 이 같은 일침을 날렸다. 중국 거대 IT 공룡들이 서취퇀거우(社區團購)로 불리는 커뮤니티 공동구매 사업에 수억 위안을 쏟아 붓고 있는 것에 대한 비난이다.
"대기업 커뮤니티 공동구매 사업, 혁신 기대하는 중국인 실망 안겨"
인민일보는 “대형 IT 기업들이 빅데이터, 알고리즘, 풍부한 자본을 활용해 할인 혜택을 늘리고, 더 많은 구매자를 불러오는 데 힘을 쏟고 있다”며 “이는 또 하나의 온라인 비즈니스 모델이 돼 중국인의 삶을 변화시키고 있다”고 했다.그런데 이는 대형 IT 기업들에 대한 혁신적인 기술을 기대하는 이들에게 실망스러운 일이며, 지역사회 신선식품 판매 상인들에겐 피해를 입히는 일이라고 신문은 지적했다.
게다가 이는 최근 시진핑 지도부가 강조하고 있는 ‘반독점’ 정책 방향과도 역행하는 것이다. 중국 공산당은 지난 12일 열린 중앙정치국 회의에서 기존 대기업 위주였던 시장 독점 체계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자본의 무질서한 확장을 방지해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자들의 숨통을 틔워주는 데 주력하기로 했다.
인민일보는 “물론 인터넷 기업들도 생존을 위해 수익 창출을 중시해야 하긴 하지만, 단기적인 수익 추구보다는 더 많은 혁신을 통해 장기적인 발전을 추구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인민일보는 “고작 배추 몇 포기와 과일 몇 개를 파는 것에 치중하지 말라”며 “과학기술 혁신으로 미래에 무한한 가능성이 있는 더 멋진 일을 하라”고 촉구했다.
커뮤니티 공동구매, 올 들어 급성장 中 IT공룡들 1조원 쏟아
커뮤니티 공동구매는 지역사회 단위로 플랫폼 운영이 이뤄진다는 점에서 기존의 전자상거래와 차이를 보인다. 구체적으로 같은 마을 혹은 아파트 단지에 거주하고 있는 이들이 온라인 소셜커뮤니티(SNS)를 통해 단체방을 만들고, 단체방 운영자가 방장으로 활동하면서 일명 ‘공구’를 진행한다. 일정 인원이 모아지면, 단장은 소셜커머스 플랫폼을 통해 제품을 받고 이를 배달하는 대신 일정의 수수료를 받는 식이다.이 같은 커뮤니티 공동구매는 지난 2016년 등장해 지난해부터 인기를 얻기 시작하더니, 올해 들어서는 돌풍을 일으키며 중국 소비 트렌드로 자리잡게 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사태로 신선식품 온라인 구매가 활발해진 점도 영향을 미쳤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인 알리바바를 비롯해 텐센트, 메이퇀, 징둥, 쑤닝, 핀둬둬, 디디추싱 등 대기업들은 앞다퉈 커뮤니티 공동구매 사업에 뛰어들었다.
구체적으로 알리바바는 허펀췬이라는 위챗 계정을 운영하면서 알리바바 산하 신선식품 매장인 허마셴성의 제품들을 제공했다. 징둥은 유자푸즈, 핀둬둬는 충마링리퇀, 쑤닝은 쑤닝샤오뎬을 통해 각각 커뮤니티 공동구매 사업을 운영했다.
중국 매일경제신문에 따르면 올 들어 IT 공룡들이 커뮤니티 공동구매 사업에 투자한 금액만 60억 위안(약 1조50억원)에 달한다는 통계까지 나왔다. 이런 투자 공세에 힘입어 커뮤니티 공동구매 시장은 올해 720억 위안에서 2022년 1000억 위안 규모로 성장할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다만 대기업의 시장 독점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당국 움직임에 따라 시장 성장에 제동이 걸릴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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