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EU 투자협정 타결 임박…美 새정부 중국압박 차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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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은숙 국제경제팀 팀장
입력 2020-12-29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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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 유럽연합(EU)의 투자협정(CAI)이 타결을 앞두고 있다. EU집행위원회는 각국 회원국 대사들과의 회의에서 중국과의 투자협정이 진전을 보였다고 보고했다. 협상 보고 과정에서 이의 제기는 없었다고 외교관의 발언을 인용해 파이낸셜타임스(FT)가 28일(이하 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번 협상이 타결될 경우 중국과 EU의 경제적 협력·교류는 많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그 때문에 협상 타결이 미국에는 달갑지 않은 소식이다. 조 바이든 당선인은 그동안 동맹과의 협력을 통해 중국에 맞서자고 강조해왔다. 그 때문에 투자협정이 현실화할 경우 대중 관계를 두고 EU와 미국의 갈등이 커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U-중국 간의 투자 장벽 제거

EU와 중국 투자 협상은 무려 7년간 이어졌다. 지난 2014년 1월 시작된 이후 지금까지 CAI는 30여차례 걸쳐 협상을 진행했다.

최근 논란이 된 것은 노동 문제였다. 중국이 강제노동 금지 규약 등 국제노동기구(ILO)의 기준을 준수하겠다는 내용이 미흡하다는 평가가 EU 내부에서 나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중국의 노동기준 준수 등의 문제와 관련해서도 진전은 있었으며, 각국 대사는 이에 대해 환영의 의사를 밝혔다고 FT는 외교관 발언을 인용해 전했다.

이번 협상에서 EU는 중국의 투자 장벽 제거를 얻게 된다. 특정 산업에서 외국인 주식 보유 제한과 국내기업과의 조인벤처설립 의무 등이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제조부터, 금융, 부동산, 환경, 건설, 해운·항공 운송 지원 등 산업 전반에서 EU 기업들의 중국 진출은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대신 중국의 유럽 신재생 에너지 시장 접근권을 얻게 된다. 최근 유럽에서는 신재생 에너지 투자가 급격히 늘고 있다. 중국이 이번 협상을 통해 최근 더욱 심화하고 있는 EU의 대중국 보호무역기조 완화를 노리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2020년 상반기 EU가 역외국을 대상으로 규제 시행 중인 반덤핑·상계관세 총 143건 중 67건이 중국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조사 중인 건수 역시 전체 18건 중 9건이 중국 제품이다. 여기에 중국을 타깃으로 EU에서 마련한 역외국 투자 스크리닝 제도가 시행되면서 중국 기업의 대EU 투자진출도 제약을 받고 있다.

◆바이든의 '중국에 맞서는 동맹' 전략 차질

만약 EU-중국 간 투자협정이 타결될 시 가장 불편해지는 것은 미국이다. FT는 EU가 중국과 협정을 체결할 경우 새로 들어서는 바이든 행정부와 마찰을 빚게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바이든 정부는 출범 전부터 트럼프 정부와 같은 강경한 중국 정책을 이어갈 것이라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 동시에 동맹과의 소통을 전면에 내세웠다. 유럽은 이런 중국 전략에서 미국과 가장 굳건히 손을 잡을 대상으로 꼽혀왔다. 이런 상황에서 유럽이 중국과의 경제적 협력·교류를 늘리는 게 달가울 리 없다.

이미 지난 22일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지명자는 투자협정(CAI)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설리번 지명자는 "중국의 경제 관행에 대한 (미국과 유럽의) 공통된 우려에 대해 유럽이 미국과 사전에 논의하는 것을 제안한다"라고 올렸다. 중국과의 최종 협상 타결 전에 미국과의 긴밀한 합의를 해 달라고 요구한 것이다.

바이든 당선인은 역시 28일 델라웨어주 윌밍턴 연설에서 “미·중 관계에 관련된 어떤 사안에서도 우리가 미래에 관한 비전을 공유하는 나라들에 둘러싸여 있을 때 더욱 강력하고 효과적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동맹과의 연합이 중국에 대한 압박을 강화해줄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EU와 중국의 투자협정이 타결될 경우 미국의 중국 압박 정책은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뒤 보호무역 강화로 고립되어가고 있던 중국은 숨통을 트게 됐다,

다만 이번 투자협정이 모든 회원국 동의를 얻고 발효되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EU를 이끄는 프랑스와 독일은 중국과의 합의보다는 역내 기업 및 산업을 보호하는 것을 중시하고 있다. 반면 헝가리, 폴란드, 그리스 등 동·남부 회원국들의 경우, 중국의 일대일로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어 중국 정부에 호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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