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도전한 네타냐후, 12년만 실각 수순?...극우·아랍계 정당이 핵심 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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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현 기자
입력 2021-05-31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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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2년 장기 집권·부패 혐의'에 이스라엘 정치권 '反 네타냐후' 집결

  • 위기 돌파 호재인 줄 알았던 '이-팔 분쟁'...열고 보니 실각 '가속화'

12년 2개월 동안이나 이스라엘 총리직을 유지해온 베냐민 네타냐후가 실각 위기에 처했다. 30일(현지시간) 로이터와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은 이스라엘의 차기 연합정권(연정)인 '반(反) 네타냐후 정당 연합'이 구성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현 네타냐후 내각이 실각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이는 유대 민족 국가의 건설을 지지하는 시온주의 이념을 중심으로 극우 성향을 지닌 이스라엘 정당인 야미나의 나프탈리 베네트 대표가 '예시 아티드'를 중심으로 한 반 네타냐후 연합에 합류하고 향후 연정 구성 작업에 참여하기로 한 데 따른 것이다.

이와 관련해 베네트 대표는 이날 TV 연설을 통해 "나의 친구, 야이르 라피드 예시 아티드(Yesh Atid) 대표와 함께 '국민 통합 정부' 구성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추락한 나라를 구해 이스라엘을 정상 궤도로 돌려놓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는 이어 "이스라엘은 지난 2년 반 동안 선거에 선거를 거듭하면서 나라는 기능을 잃어버렸고 (국가) 지도부는 증오와 분열 만을 부추겼다"며 "2000년 전 우리 내부의 혐오로 유대 민족 국가를 잃었지만, 더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야이르 라피드 예시 아티드 대표와 나프탈리 베네트 야미나 대표.[사진=AFP·연합뉴스]

 
'12년 장기 집권·부패 혐의'에 이스라엘 정치권 '反 네타냐후' 집결

지난 1994~1999년 1차 집권 이후 2009년 3월 재집권한 후 12년 2개월(과도정부 총리 재직기간 포함)째 정권을 잡고 있는 네타냐후 총리는 수뢰·배임·사기 등의 부패 혐의를 받으면서 빠르게 국정 운영 동력을 잃고 있다.

이에 따라 이스라엘에서는 정치 혼란 상황이 연출되면서 지난 2009년 4월 이후 2년 반 동안 네 차례나 총선을 치렀다.

지난 3월 24일 총선에서 네타냐후가 이끄는 리쿠르당은 원내 제1당을 유지했지만, 기존 의석수보다 6석 줄어든 30석을 얻는 데 그치면서 연정 구성이 불확실해진 상태다.

종전 후 연정을 구성했던 리쿠드당과 △초 정통 유대교 정당인 샤스당(Shas Party·9석) △토라 유대주의 연합(United Torah Judaism·7석) △독실한 시오니스트당(Religious Zionist Party·6석) 등은 총 52석을 얻어 크네세트(이스라엘 의회, 총 120석) 과반에서 9석이 모자란 상태다.

다만, 네타냐후 내각의 실각을 목표로 하고 있는 반 네타냐후 연합 역시 과반에 미치지 못하는 57석을 확보했다.

TV 앵커 출신인 반 네타냐후 정치인 야이르 라피드가 이끄는 예시 아티드는 총 17석을 얻어 원내 2당으로 올라섰으며, 베니 간츠 이스라엘 국방부 장관이 이끄는 청백당(Blue and White Party)은 8석을 확보했다.

반 네타냐후·중도 성향의 정당인 청백당은 지난해 코로나19 사태에서 네타냐후 내각에 협력했지만, 최근 이를 탈퇴하고 야권으로 돌아왔다.

이 외에도 △중도 우파 성향의 이스라엘 베이테이누(7석) △좌파 성향의 노동당(7석) △우파 성향의 뉴 호프(6석) △이번 총선 결과 '캐스팅 보트'로 자리 잡은 아랍계 연합 정당 조인트 리스트(6석) △사회민주주의 계열의 메레츠(6석) 등이 반 네타냐후 연대에 참여하고 있다.

따라서 7석을 차지하고 있는 야미나가 반 네타냐후 연합에 실제 합류한다면 이들 세력은 총 64석을 확보해 연정 구성에 돌입할 수 있다.

연정 구성 시한은 다음 달 2일까지이며, 반 네타냐후 연합은 이날 밤부터 곧바로 연정 구성 협상에 돌입할 예정이다.

이들 세력이 기한 안에 연정 구성 결과를 레우벤 리블린 이스라엘 대통령에게 제출하지 못할 경우 리블린 대통령은 연정 구성 권한을 위임받거나 총선을 다시 선포할 수 있다.

반면, 반 네타냐후 연합이 연정 구성에 성공한다면 예시 아티드의 수장인 라티드 대표가 차기 이스라엘 총리에 오를 가능성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9월 미국 백악관에서 걸프 국가들과의 관계 정상화 협정을 체결하고 있는 베냐민 네탸나후 이스라엘 총리(왼쪽)와 협정 중재자로 나섰던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오른쪽).[사진=로이터·연합뉴스]

 
위기 돌파 호재인 줄 알았던 '이-팔 분쟁'...열고 보니 '실각 가속화' 촉매

이날 로이터는 극우 성향 정당으로서 네타냐후 내각을 지지할 것으로 예상되던 야미나가 네타냐후 진영을 이탈한 이유로 지난 10일부터 이틀 동안 이어진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의 무력 충돌 상황이 결정적이었던 것으로 풀이했다.

당시 네타냐후 총리는 실각 위기를 돌파하고 국내 정치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강경 대처 방침을 고수했다. 이후 팔레스타인 희생자 규모가 커지면서 국제사회의 여론이 악화됐고 혈맹인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조차도 '지지 철회'를 공식화하며 조기 휴전을 권고했다.

하지만, 네타냐후 내각은 바이든 행정부의 권고에도 보복과 교전 지속을 주장해 바이든 행정부의 눈 밖에 나는 모양새를 연출했다.

이에 따라 로이터는 라피드 대표와 베네트 대표가 해당 기간 합의에 이르렀을 것으로 추정하는 한편, 반 네타냐후 연합의 연정 구성 역시 무산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현재 이들 연합에는 야미나와 같은 시온주의를 표방하는 극우 성향에서부터 아랍인 정당과 사회민주주의 등 좌파 성향에 이르기까지 너무 다양한 범위의 정치 성향이 모여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로이터는 "이들 세력 사이에는 '12년 동안 장기 집권한 네타냐후 내각을 종식해야 한다'는 열망을 제외하곤 공통점이 거의 없다"면서 "반 네타냐후 연합(의 결속력)은 취약해지기 쉽다"고 평가했다.

이와 함께 향후 이스라엘 정치권에서 캐스팅 보트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 '조인트 리스트'의 지지를 다지는 것도 관건이다.

이스라엘 정부는 팔레스타인 자치지역 중 하나인 서안지구를 자국 영토로 합병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데, 이 문제를 놓고 아랍계 의원들이 연정 이탈을 선언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 팔레스타인 내부에서는 극우 세력인 야미나의 합류를 놓고 불만이 높아진 상태다. 앞서 베네트 야미나 대표는 팔레스타인 자치 지역을 차지하기 위해 필요할 경우 전쟁도 불사할 수 있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공개적으로 밝혀왔기 때문이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를 구성하고 있는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A)의 한 관계자는 로이터통신에 "야미나가 합류한 반 네타냐후 연정 역시 네타냐후 내각과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네타냐후 총리는 이번에 정권을 잃을 경우 부패 혐의로 형사 처벌을 받을 수도 있기 때문에 필사적으로 야당 세력의 연정 구성을 방해하고 있다.

같은 날 네타냐후 총리는 베네트 대표와 기드온 사르 새희망당(New Hope party·6석) 의장을 상대로 4년의 총리 임기를 서로 나눠 맡는 순번제 총리제와 총리직 우선권, 상당한 내각 지분 등을 역제안했다.

해당 제안은 사르 의장이 향후 15개월 동안 총리를 먼저 역임하며, 이후 2년 동안은 네타냐후가 총리직에 복귀하고 나머지 임기는 베네트 대표가 맡는다는 것이다. 다만, 사르 의장은 네타냐후의 제안을 받자마자 즉시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사진=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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