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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29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 강세가 확대되면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종가보다 3.6원 오른 1188.0원에 장을 시작했다. 개장 직후 환율은 1188.50원까지 고점을 높이며 연고점을 경신했다. 올해 들어 가장 높은 수준으로 지난해 9월 9일(종가 1189.1원) 이후 1년여 만의 최고치다.
이후에는 레벨 부담과 당국의 개입 경계심리에 이내 상승폭을 줄이며 1180원대 중후반에서 등락하다 전 거래일(1184.4)보다 2.6원 내린 1181.8원에 마감했다.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헝다 파산 우려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11월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 및 내년 조기 금리인상 시사라는 '겹악재'가 안전자산 선호로 이어져 달러 강세를 부추기면서 원·달러 환율 상승 압력을 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 의회 내부에서 예산안과 부채 한도를 둘러싸고 공방이 이어지면서 채무불이행(셧다운) 우려가 나오고 있는 점도 환율 상승에 영향을 미쳤다. 350조원대 부채로 유동성 위기에 놓인 헝다 위기설도 환율 상승 재료가 되고 있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은 "미국 장기금리 상승과 글로벌 위험선호 심리 훼손에 지지를 받는 달러 강세를 쫓아 상승이 예상된다"며 "분기말 달러 공급 부진이 연장되고 당국의 미세조정이 없을 경우 일시적인 쏠림 현상이 관찰될 수 있다"고 했다.
국내에서는 정은보 금감원장의 퍼펙트 스톰 경고가 대표적 안전자산인 달러에 대한 선호도를 높이는 데 한몫했다. 정은보 원장은 지난 28일 임원회의를 통해 "대내외 리스크 요인이 동시다발적으로 부상하고 있다"면서 "외환, 주식시장은 물론 부동산과 가상자산 시장에서까지 전반적인 변동성을 확대해 파급력이 증폭(퍼펙트 스톰)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승혁 NH선물 연구원은 "정 원장의 경고는 한국 경제 위험 요인을 재인식하게 된 계기가 되며 추가적 원화 약세 압력을 가할 수 있는 재료"라면서 "환율 추가상승 여력이 남아있다는 인식 속에서 수출 네고 물량이 제한적으로 소화된다는 점 또한 환율 상승 압력을 줄 수 있다"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원·달러 환율이 1190원을 돌파할 가능성도 내다보고 있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달러 강세와 대외 불확실성 등에 상승 압력이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다만, 김승혁 연구원은 "1190원 선은 당국에서 불편할 수 있는 레벨이기에 스무딩오퍼레이션 혹은 구두개입 등을 통해 환율 속도를 조절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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