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2에 치킨 주문·신고 뒤 "해결됐다"...허투루 넘기지 않은 경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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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래 기자
입력 2021-11-03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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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112 긴급신고로 걸려 온 치킨 주문 전화에 수상함을 느낀 경찰관이 가정 폭력에 시달리던 피해자를 구했다.

3일 경찰에 따르면 전날 112 창설 64주년을 맞은 경찰은 112 우수사례 모음집 '112 소리를 보는 사람들'을 발간했다. 모음집에는 지난 3월 6일 한밤중 경기남부경찰청 112치안종합상황실 남상윤 경사에게 걸려온 치킨 주문 전화 사례도 소개됐다.

한 여성이 떨리는 목소리로 “저 치킨을 시키려고 하는데요”라고 남 경사에게 말했다. 남 경사는 이 전화가 장난이 아닌 긴급 상황이라는 것을 직감했다.

남 경사는 “어디로 가져다 드릴까요”, “누가 치킨을 먹고 싶대요”, “혹시 남자친구가 옆에 있나요” 등의 질문을 건넸다. 신고자는 “남편이 먹고 싶다고 한다”고 울먹이며 답했다.

남 경사는 전화를 끊고 곧바로 위치를 추적해 현장에 경찰관이 출동하도록 조치했다. 현장에서 남편은 술에 만취해 흉기를 들고 아버지를 찌르겠다고 위협하고 있었다. 남편은 현행범으로 경찰에 체포됐다.

다급한 목소리로 112에 신고했다가 10분 만에 같은 전화로 ‘죄송하다 잘 해결됐다’며 신고 접수 취소를 요구한 코드 제로 사례도 소개됐다.

박진우 송파경찰서 112치안종합상황실 경사는 최초 다급한 목소리의 신고 접수를 받고 코드 제로를 직감했다. 코드 제로는 강력 범죄로 의심돼 긴급 출동해야 하는 사안이다. 박 경사는 총력 대응 지령을 내렸고 신고 내용을 전파했다.

그런데 10분 뒤 또 한 건의 신고가 들어왔다. “죄송합니다. 말다툼을 하다가 그만, 해결됐네요”라는 내용의 신고 취소 문자였다.

분명 다급한 목소리였는데 어떻게 10분 만에 해결됐는지 의문이 들었던 박 경사는 즉각 신고자에게 연락했으나 휴대전화는 꺼져 있었다.

박 경사의 조속한 조치로 감금당할 뻔한 신고자는 현장에서 구출됐다. 피해자는 노래방 직원과 말다툼하던 도중 이미 성폭행을 당했고 감시가 소홀한 틈에 직원의 휴대전화로 112에 신고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후 가해자가 휴대전화를 빼앗아 피해자인 척 경찰에 신고 취소 문자를 보냈던 것이다.

박 경사는 “신고 취소를 접수해도 끝까지 확인하자 다짐했다”고 소회했다.

김창룡 경찰청장은 “이 순간에도 국민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든든한 비상벨이 되는 전국의 112경찰관들에게 감사와 응원의 마음을 전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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