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호 SK스퀘어 부회장은 세계 최대 기술 전시회 ‘CES 2022’가 열린 지난 6일(현지 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월도프 아스토리아 호텔에서 기자 간담회를 통해 ‘SK ICT 연합’ 출범을 공식 선언하며 이같이 말했다.
SK ICT 연합은 SK스퀘어와 SK텔레콤, SK하이닉스 등 SK 3사가 ICT 융합기술을 공동 개발, 투자하고 글로벌 진출까지 도모하기 위해 꾸려졌다.
박 부회장은 “SK하이닉스가 SK그룹 편입 10주년을 맞았고, SK텔레콤 분할로 SK스퀘어가 탄생하면서 반도체-통신-투자를 잇는 시너지 창출이 가능한 기업 구조가 마련됐기에 가능했다”고 출범 배경을 설명했다.
당장 이달부터 박 부회장의 주도하에 유영상 SKT 사장, 이석희 SK하이닉스 사장이 참여하는 ‘3사 시너지협의체’를 운영한다. 국내외 반도체, ICT 분야 R&D(연구개발) 협력, 공동투자 등을 논의하고 글로벌 진출을 추진하는 최고 의사결정기구다.
◆3사 첫 합작물, AI 반도체 ‘사피온(SAPEON)’ 키운다
SK ICT 3사는 첫 시너지 합작물로 국내 최초 데이터센터용 AI 반도체 ‘사피온’의 글로벌 시장 진출에 시동을 걸었다. 3사는 공동 투자를 통해 미국법인 ‘사피온(SAPEON Inc.)’를 설립, 글로벌 시장 공략에 나선다.
SKT는 5G, AI 분야에서 축적한 R&D 역량과 서비스 경험을 기반으로 사피온 기술 개발을 주도했다. 중장기적으로 데이터센터, 자율주행 전용 사피온 모델 라인업을 늘려갈 계획이다.
SK하이닉스는 메모리 반도체 기술과 AI 반도체의 시너지를 도모하며, SK스퀘어는 SKT와 함께 전략적∙재무적 투자자를 공동으로 유치할 예정이다.
미국법인 사피온은 주로 미국에 거점을 둔 글로벌 빅테크 기업을 주요 고객사로 삼아 AI 반도체 사업을 확장하는 전초기지가 된다. 미국 내 풍부한 반도체 개발 인력을 확보하고 외부 투자 유치를 맡는다. 한국법인 사피온 코리아(SAPEON Korea)는 사피온의 자회사로 한국과 아시아 지역 사업을 담당하게 된다.
SKT는 미래 ICT 서비스가 AI와 메타버스를 융합한 세상, 즉 ‘AI버스(AI-VERSE : AI와 Universe의 합성어)’가 될 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T우주∙이프랜드(ifland)∙AI 에이전트(Agent) 3대 서비스를 혁신할 계획이다.
또 스마트폰에 이어 향후 10년을 이끌어 갈 미래 디바이스(기기)인 UAM(도심항공모빌리티), 자율주행차, 로봇에 진화된 커넥티드 인텔리전스(Connected Intelligence)를 더해 기존에 없던 신규 서비스를 선보일 계획이다.
유 사장은 “AI, 메타버스, 5G 분야내 기술 혁신에 따른 변화에 적극 대응해 올해를 SK ICT 연합의 미래 10년을 준비하는 원년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SK스퀘어·텔레콤·하이닉스, 1조원 이상 ICT 투자자본 공동 조성
SK ICT 연합은 총 1조원 이상의 글로벌 ICT 투자자본을 조성 및 운영할 예정이다. 현재 해외 유수 투자자들과 세부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향후 투자처는 AI, 메타버스, 블록체인, 반도체 분야에서 혁신 기술을 보유한 기업이 될 전망이다.
SK ICT 3사는 전략적 투자를 기반으로 ICT 기술 융합 트렌드를 주도하고, 미래 산업 지형을 크게 바꿀 수 있는 해외 유니콘 기업을 발굴함으로써 SK ICT 주력 사업과 시너지를 도모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SK텔레콤과 SK하이닉스는 투자한 기업과 사업 파트너십을 강화하거나, 향후 유리한 조건으로 해당 기업을 인수하는 기회를 선점할 수 있게 된다. SK스퀘어는 투자전문 기업으로서 중요한 투자 실적(Track Record)과 기업가치 증대 효과를 노린다.
글로벌 시장조사기업 머저마켓(Mergermarket)에 따르면, 2021년 글로벌 기업 인수(Buyout) 시장 규모는 약 1400조원(1조1720억달러)에 달하며 2020년 대비 약 2배 증가했다. 박 부회장은 “글로벌 기업간 인수합병을 통해 산업이 빠르게 재편되고 있고, 이러한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는 기업은 경쟁에서 뒤쳐질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SK하이닉스, 글로벌 일류 기술기업 도약… ‘인사이드 아메리카’ 가속페달
SK하이닉스는 급변하는 ICT 환경을 주도하는 글로벌 일류 반도체 기술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포부다.
최근 반도체 시장은 AI, 자율주행, 메타버스 등 수요처의 다양화와 CPU, GPU, MPU 등 시스템 아키텍처 분야내 다원화가 진행 중이다. 이에 기존의 경쟁 법칙은 더 이상 통용되지 않아 지속적인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사업 모델 발굴과 기술 개발이 필수적이란 판단이다.
SK하이닉스는 최근 인텔 낸드 사업부 인수를 마무리, 낸드플래시 경쟁력도 글로벌 최고 수준으로 거듭나겠다는 각오다. 또 반도체 공급사 역할에서 한 발 더 나아가 글로벌 유수 ICT 기업과 함께 미래 기술을 선도하겠다는 포부도 드러냈다.
이를 위해 세계 최대 ICT 시장이자 격전지인 미국에서 ‘인사이드 아메리카(Inside America)’ 전략을 실행한다. 현지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새 파트너십을 확장하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미주 사업조직을 신설했고, 이 사장이 직접 이끈다. 미주 R&D센터도 건립한다.
이 사장은 “미국은 글로벌 ICT 강자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첨단 기술의 중심지인 이곳에서 SK하이닉스의 사업 경쟁력을 키우고 새로운 파트너십을 확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SK스퀘어는 혁신 투자를 통해 SK ICT 3사의 시너지를 한층 끌어올릴 계획이다. 특히 SK하이닉스의 글로벌 확장, 신기술 개발 확대 움직임에 발맞춰 반도체 생태계 공동 투자에 앞장서는 한편 메타버스, 블록체인과 같이 미래 혁신을 이끌 넥스트 플랫폼(Next Platform)에 투자를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최근 투자한 가상자산거래소 코빗과 연계해 글로벌 블록체인 신사업에 진출하고, SK텔레콤 메타버스 플랫폼 ‘이프랜드’에 블록체인 기반 경제 시스템을 구축하는데 시너지를 낼 계획이다.
박정호 부회장은 “SK ICT 연합이 서로 힘을 모아 글로벌 시장에서 크게 도약하고 혁신하는 한 해를 만들 것”이라며, “글로벌 반도체∙ICT 산업을 이끈다는 자부심을 갖고 대한민국 국가 경제에 기여하는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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