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갯속 집값 전망에 금리인상기까지 겹치며 옥석가리기도 심화될 전망이다. 입지, 교통, 학군 등을 꼼꼼히 따져 어떤 악재에도 끄떡없는 대장 아파트를 고르는 안목을 키워야겠다.
돈방석 앉혀줄 ‘알짜 단지’ 우르르
1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그간 분양을 미루고 미뤄왔던 주요 알짜 단지들이 드디어 모습을 드러낼 전망이다. 서울 중심부는 물론이고 전국 곳곳에서 주요 단지들의 분양이 예고되며 시장의 관심이 높다.올해 전국 500개 사업장에서 총 41만8351가구가 분양될 예정이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이는 최근 5년(2017~2021년) 평균 민영아파트 분양실적인 26만6505가구 대비 약 57% 많은 수준이다.
지난해 서울 민영아파트 분양실적은 6876가구로, 연초 계획물량(4만4722가구) 대비 15% 수준에 그쳤을 정도로 공급이 메말랐었다. 올해는 지난해 계획됐던 물량들까지 나오며 주택공급난에 단비가 될 전망이다.
올해 권역별 분양 예정물량은 수도권 20만4225가구, 지방 21만4126가구다. 수도권에서는 경기가 11만9624가구로 가장 많고 △서울 4만8589가구 △인천 3만6012가구 순으로 조사됐다.
지방에서는 부산이 3만3485가구로 분양예정 물량이 가장 많고, △충북 2만8026가구 △대구 2만6015가구 △충남 2만2452가구 △경남 1만9217가구 △경북 1만6973가구 등 순으로 집계됐다.
무엇보다 서울에 주목할 만한 물량이 많다. 서울 강동구 ‘둔촌올림픽파크에비뉴포레(둔촌주공)’ 1만2032가구, 동대문구 ‘이문1구역’ 3069가구, 송파구 ‘잠실진주’ 2678가구, 동대문구 ‘이문3구역’ 4321가구 등이 공급될 전망이다. 이달에는 서울 강북 미아동 일대에서 1045가구에 달하는 '북서울자이 폴라리스'가 분양된다.
경기에서도 광명시 ‘광명1R구역’ 3585가구, ‘베르몬트로광명’ 3344가구, 안양시 ‘안양역푸르지오더샵’ 2736가구, 수원시 ‘권선11-6구역’ 2178가구 등이 공급을 앞두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인천은 검단에서 'e편한세상 검단 어반센트로' 등 1만1044가구가 분양을 앞두고 있고, 송도에서는 '송도 럭스 오션 SK 뷰'(1114가구) 등이 이달 공급된다.
지방은 충북 청주 '더샵 청주그리니티'(1191가구), 충남 천안 '한화 포레나 천안노태'(1608가구), 부산 기장 '쌍용 더 플래티넘 오시리아'(191가구), 대구 동구 '동대구 푸르지오 브리센트'(794가구) 등이 공급된다. 또한 부산 동래구 ‘래미안포레스티지’ 4043가구, 남구 ‘우암2구역’ 3018가구, 광주 북구 ‘운암3단지’ 3214가구 등이 공급을 계획 중이다.
최태순 부동산R114 책임연구원은 “올해는 사전청약 물량 7만 가구를 포함한 약 50만 가구 가까이 공급될 예정으로 청약 수요자들의 선택의 폭이 넓어질 것”이라며 “서울 등 수도권에 분양물량이 늘면서 청약 호조세는 지속될 전망이다”라고 밝혔다.
다만, 대선 등의 변수로 인해 공급 계획에 차질이 생길 수도 있다. 최 책임연구원은 “대선 등 정부 정책 변화 등의 변수가 있어 계획 물량이 실적으로 연결될지는 지켜볼 필요가 있다”며 “지난 2017년 이후 연초 계획된 민영아파트 물량이 전부 분양으로 연결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묻지마 청약 끝...소득 등 꼼꼼히 따진 뒤 청약해야
문제는 로또 청약이 쏟아지더라도 웬만한 현금 부자가 아니라면 엄두조차 낼 수 없는 환경이 만들어졌다는 점이다. 올해부터는 ‘돈 버는 만큼만 빌릴 수 있는 시대’가 시작된다. 차주단위 DSR규제 2·3단계가 조기 도입이 예고돼 연말로 갈수록 대출 받기는 더욱 팍팍해질 전망이다.무엇보다 정부는 ‘돈 없으면 집 사지마’란 시그널을 시장에 던졌다. 분양아파트는 계약금, 중도금, 잔금 순으로 납부과정이 나뉘어, 구축 아파트를 살 때보다 자금 마련이 수월한 것이 매력이다. 그러나 올해 1월 이후 입주자 모집공고를 내고 분양에 나서는 단지들은 잔금대출이 DSR규제 대상에 포함돼, 실수요자들의 자금 마련 부담이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중도금이 DSR규제를 비껴갔더라도 잔금대출이 규제 대상이 됨에 따라, 꼼꼼한 자금 계획 없이 청약에 나섰다가는 입주시점에 다다라서 혹독한 자금난을 겪을 수 있다. 분양가가 9억원이 넘으면 중도금 대출이 불가한 점도 고려해야 한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앞으로는 중도금만 고려할 게 아니라 잔금을 내야 할 시기에 본인이 어느 정도 대출을 받을 수 있을지 등을 감안해야 한다”며 “청약에 당첨된 뒤 입주까지 3년여 간 감당할 수 있는 자금 수준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는 '중도금 대출이 나오니까 청약을 신청하겠다'는 것도 ‘묻지마 청약’에 가까운 것”이라며 “청약을 신청하기에 앞서 자금 계획을 철저히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계약금 마련부터 문제다. 정부는 이달부터 주택담보대출, 신용대출, 카드론 등 총 대출액이 2억원을 넘는 모든 대출에 대해 연간 대출 원리금 상환액이 연 소득의 40%를 넘을 수 없도록 했다. 예컨대 연 소득이 5000만원이면 1년간 갚아야 할 원금과 이자의 합이 2000만원을 넘지 못한다는 얘기다. 이마저도 올해 7월부터는 총 대출액 1억원 초과시로 DSR규제가 확대 적용된다.
분양업계 관계자는 “앞으로는 청약 경쟁률이 지금처럼 큰 의미를 지니기 힘들 것 같다”며 “빡빡해진 대출규제로 인해 높은 경쟁률을 기록하더라도 실질적인 계약으로 이어지는지 등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금 마련이 한층 어려워지며 청약시장에서도 옥석 가리기가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인 곳의 입지, 교통, 학군, 호재, 분양가 등을 꼼꼼히 따진 뒤 청약을 넣는 흐름이 나타나면서 인기 단지는 청약 경쟁률이 고공행진하겠지만, 그렇지 않은 단지는 낮은 청약경쟁률을 기록할 것이란 예상이다.
최태순 부동산R114 책임연구원 "대출 규제 강화와 금리 인상, 공급량 확대 등의 변수로 인해 지역에 따라 청약 경쟁률은 낮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해 호황을 누린 오피스텔은 분양 물량이 예년에 비해 대폭 줄어든다. 올해부터 오피스텔도 DSR가 적용되면서, 건설사들이 이 같은 대출규제를 피하기 위해 지난해 앞다퉈 분양에 나선 영향이다. 현대건설의 경우 지난해 총 8194실을 분양했지만 올해 분양 물량은 3분의1 수준인 2609실로 줄어든다.
다만, 주거형 오피스텔에 대한 틈새 수요는 꾸준할 것이란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오피스텔은 청약통장을 사용할 필요가 없을 뿐만 아니라 분양시장에서 주택수에 포함되지 않아 무주택 요건을 충족할 수 있다”며 “정부가 전용면적 120㎡까지 바닥난방을 허용한 만큼 아파텔에 대한 인기는 꾸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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