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한·중 수교 30주년을 맞은 가운데 미·중 패권 경쟁이 '신(新)냉전'으로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양국 간 경쟁이 미국의 반도체 공급망 재편과 중국발 요소수 부족 사태 등 '경제안보' 영역으로 확대되면서 그동안 정부가 추진해온 '전략적 모호성'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외교 전략의 유통기간도 끝났다. 지난 30년간 여러 변곡점을 거친 한·중 동반자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낡은 '안미경중'이 아닌 실리 중심의 '뉴노멀(New Normal·새로운 기준)'을 모색해야 할 때다.
이에 본지는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 정재흥 세종연구소 연구위원, 표나리 국립외교원 교수, 최재덕 원광대 한중정치외교연구소장(교수)(이상 가나다순, 이하 호칭 생략) 등 외교 전문가 4인의 개별 인터뷰를 통해 지상 좌담을 준비했다.
◆"보수 정권 출범 땐 외교적 도전 직면"
-미·중 갈등이 격화하는 가운데 한·중은 수교 30주년을 맞았다. 올해 양국 관계가 개선될 여지는.
박원곤 ="중국이 한·중 정상회담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모양새다. 한한령 등 몇 가지 불편했던 점이 철회될 가능성이 있다. 중국 입장에선 약한 고리라고 생각하는 한국을 끌어들이려는 듯하다. 한·중 관계로만 보면 어려움이 있다."
최재덕 ="어려운 상황이지만 한국은 한·중 수교 30주년인 올해를 실용외교에 기반한 대등한 관계 수립을 위한 원년으로 삼아야 한다."
정재흥 ="미·중 갈등이 격화하는 상황이어서 어떤 정부가 탄생하느냐에 따라 양국 관계에 영향이 크다. 진보 정권이 들어선다면 기본 노선에서 벗어나지 않기 때문에 협력 공간은 있겠지만 보수 정권이 들어서면 한·중 관계에 외교적 도전이 있을 수도 있다."
표나리 ="최근 경제지표·양국 간 방문 빈도(사증 발급 횟수)∙고위급 인사 방문 횟수 등 양국 관계의 어려움이 비가시적 측면인 정서의 영역에 집중되고 있다. 미래 관계의 기반이 되는 만큼 단시간에 개선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생각한다."
◆베이징올림픽 보이콧···"中 경사론" vs "習 방한 모멘텀"
-이달 한·중 정상회담과 다음 달 2일 베이징올림픽이 개최된다. 주요국의 외교적 보이콧 논의에 대해 한국 정부는 어떤 방향으로 대응해야 할까.
박원곤 ="앞서 청와대가 베이징올림픽 보이콧에 동참하지 않겠다고 밝히면서 대표단을 어떻게 꾸릴지가 중요해졌는데, 중국 입장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이 오는 게 제일 좋을 것이다. 다만, 이때 한∙미 관계가 악화될 수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15년 중국 전승절에 참석하면서 워싱턴의 인식은 더 확고해졌다. 이런 상황에서 다시 중국을 가게 된다면 '한국이 중국에 기울었다'고 볼 수 있다."
최재덕 ="문 대통령이 베이징올림픽에 참석하는 것이 더 실익에 부합한다. 주요국들이 보이콧하는 상황이지만 한국은 입장이 다르다. 문 대통령 방중은 한국이 중국과 관계 개선을 원한다는 의사를 적극적으로 표시하는 것이고 이를 계기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도 추진해야 한다."
정재흥 = "외교적 보이콧은 동참하지 않는 게 맞는다. 문 대통령이 직접 베이징에 가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한·중 관계를 그만큼 중시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측면에서 외교부 장관, 청와대 안보실장 등 정부 사절단을 무게감 있게 꾸려야 한다."
표나리 ="베이징올림픽 보이콧과 관련해 우리 정부는 외교적 보이콧을 검토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이미 방침을 표명한 바 있다. 또한 문 대통령의 참석은 결정된 바 없다."
◆"하반기 G2 갈등 심화···전략적 모호성 안 돼"
-올해 시진핑 주석 3연임과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있다. G2는 유권자 지지를 받고자 자국 이익을 우선하는 경제·안보 정책을 펼 것으로 보인다. 하반기 신정부는 어떤 대응 전략을 짜야 할까.
박원곤 ="미·중은 2020년 1단계 무역 합의를 체결했지만 이후 2차 합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관세도 풀지 않았다. 제로섬 게임으로 흘러가는 상황에서 (차기) 정부가 어느 쪽도 손해 보지 않으려는 건 불가능하다. 선택해야 한다."
최재덕 ="오히려 미·중(G2) 패권 경쟁을 장기간 계속될 뉴노멀로 인식해야 한다. 미·중은 자국 이익을 더 앞세울 것이고 하반기에 무역 분쟁이 시작될 수 있으나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경제적인 타격과 높은 인플레이션, 국내 경제 재건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가 있기 때문에 극단적으로 심화되진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정재흥 ="하반기 무역 분쟁은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를 통해 정치, 경제 모두 블록화하겠다는 전략을 펼칠 것이다. 차기 정부도 새로운 스탠스를 마련해야 한다. 문제는 미·중 사이에서 얼마나 유연하게 협상할 수 있느냐다. 한국이 그만큼 외교력이 필요한 상황이 된 것이다. 전략적 모호성은 이제 안 된다."
◆"中, 美 고립주의 맞서 내수 중심 경제 실험"
-중국 정부는 '14.5규획'에 따라 중국 내에서 필요한 제품을 처음부터 끝까지 생산하는 '홍색 공급망' 구축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한국 정부에 타격이 미칠 가능성과 14.5규획에 숨은 뜻은 무엇인가.
박원곤 ="큰 타격이 예상되진 않는다. 한 국가가 모든 걸 만드는 자립경제가 될 순 없다. 설사 그렇더라도 시간이 많이 걸리는 일이다. 한국은 반도체 분야에서 가치가 높다. 미국은 안정적인 공급망으로, 중국은 자립 형태로 끌어들이려고 한다."
최재덕 ="14.5규획의 핵심은 중국이 장기화하고 있는 미·중 패권 경쟁에 대비해 외부 환경에 영향을 덜 받는 쪽으로 경제구조를 재편해 미국의 영향력에서 벗어나려는 전략이다. 미국이 중국을 고립시키고 공성전을 펼 때 중국은 홍색 공급망 구축과 내수 경제 활성화로 수성전을 준비할 것으로 보인다."
표나리 ="기존의 고속 성장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감염병과 미국의 압박까지 받았던 중국이 코로나19 이후 경제 연착륙을 위해 마련한 금융·재정·부동산 방면의 실험적인 정책으로 보인다."
정재흥 = "홍색 공급망은 한국을 배척하려는 게 아니라 오히려 '확실히 내 편으로 들어와라' '중국 쪽으로 서라'는 신호로 봐야 한다. 중국도 미국이 재편하는 경제 질서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홍색 공급망 등 한국에 확실한 스탠스를 요구할 것이다."
◆"韓 외교 시험대인데···대선 후보 공약 없다"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 등 동맹국 중심의 '무역 블록화' 현상이 격화할 것으로 보이는데.
박원곤 ="안미경중은 이미 끝났다. 손해 볼 각오를 해야 한다. 다만, 손해를 보더라도 '미∙중 갈등을 어떻게 대할 것인지' 확실한 원칙이 있어야 한다. 문제는 아직까지 어떠한 전략도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선이 2개월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후보들은 통일·외교·안보 핵심 이슈를 다루지 않고 있다. 공약집도 나오지 않았다."
최재덕 ="이제 경제와 안보를 따로 떼어서 추구할 수 없다. 미·중 사이에서 눈치를 볼 것이 아니라 실용외교를 바탕으로 그 안에서 한국이 어떠한 역할을 해야 하고 어떠한 이익을 취할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한다. 미·중 디커플링 상황에서 한국은 미국이나 중국 어느 한쪽에 서기보다는 양국에 필요한 국가가 됨으로써 몸값을 높이고 국익을 관철할 방안을 고심해야 한다."
표나리 ="'경제안보'라는 수식어가 등장할 만큼 경제와 안보 영역의 분리가 어려워졌다. 향후 경제 부문에서도 미·중 경쟁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되는데 중국이 대미 전략 차원에서 주요 산업 원료들을 전략무기화할 가능성이 존재한다."
정재흥 = "배타적 다자주의가 아닌 포용적 다자주의를 모색해야 할 때다. 뉴노멀 정답이 정해진 것은 아니고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국익 중심의 실용외교로 가야 한다. IPEF도 당장 들어갈 게 아니라 경제적 실익을 먼저 따져야 한다."
이에 본지는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 정재흥 세종연구소 연구위원, 표나리 국립외교원 교수, 최재덕 원광대 한중정치외교연구소장(교수)(이상 가나다순, 이하 호칭 생략) 등 외교 전문가 4인의 개별 인터뷰를 통해 지상 좌담을 준비했다.
◆"보수 정권 출범 땐 외교적 도전 직면"
-미·중 갈등이 격화하는 가운데 한·중은 수교 30주년을 맞았다. 올해 양국 관계가 개선될 여지는.
최재덕 ="어려운 상황이지만 한국은 한·중 수교 30주년인 올해를 실용외교에 기반한 대등한 관계 수립을 위한 원년으로 삼아야 한다."
정재흥 ="미·중 갈등이 격화하는 상황이어서 어떤 정부가 탄생하느냐에 따라 양국 관계에 영향이 크다. 진보 정권이 들어선다면 기본 노선에서 벗어나지 않기 때문에 협력 공간은 있겠지만 보수 정권이 들어서면 한·중 관계에 외교적 도전이 있을 수도 있다."
표나리 ="최근 경제지표·양국 간 방문 빈도(사증 발급 횟수)∙고위급 인사 방문 횟수 등 양국 관계의 어려움이 비가시적 측면인 정서의 영역에 집중되고 있다. 미래 관계의 기반이 되는 만큼 단시간에 개선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생각한다."
◆베이징올림픽 보이콧···"中 경사론" vs "習 방한 모멘텀"
-이달 한·중 정상회담과 다음 달 2일 베이징올림픽이 개최된다. 주요국의 외교적 보이콧 논의에 대해 한국 정부는 어떤 방향으로 대응해야 할까.
박원곤 ="앞서 청와대가 베이징올림픽 보이콧에 동참하지 않겠다고 밝히면서 대표단을 어떻게 꾸릴지가 중요해졌는데, 중국 입장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이 오는 게 제일 좋을 것이다. 다만, 이때 한∙미 관계가 악화될 수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15년 중국 전승절에 참석하면서 워싱턴의 인식은 더 확고해졌다. 이런 상황에서 다시 중국을 가게 된다면 '한국이 중국에 기울었다'고 볼 수 있다."
최재덕 ="문 대통령이 베이징올림픽에 참석하는 것이 더 실익에 부합한다. 주요국들이 보이콧하는 상황이지만 한국은 입장이 다르다. 문 대통령 방중은 한국이 중국과 관계 개선을 원한다는 의사를 적극적으로 표시하는 것이고 이를 계기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도 추진해야 한다."
정재흥 = "외교적 보이콧은 동참하지 않는 게 맞는다. 문 대통령이 직접 베이징에 가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한·중 관계를 그만큼 중시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측면에서 외교부 장관, 청와대 안보실장 등 정부 사절단을 무게감 있게 꾸려야 한다."
표나리 ="베이징올림픽 보이콧과 관련해 우리 정부는 외교적 보이콧을 검토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이미 방침을 표명한 바 있다. 또한 문 대통령의 참석은 결정된 바 없다."
◆"하반기 G2 갈등 심화···전략적 모호성 안 돼"
-올해 시진핑 주석 3연임과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있다. G2는 유권자 지지를 받고자 자국 이익을 우선하는 경제·안보 정책을 펼 것으로 보인다. 하반기 신정부는 어떤 대응 전략을 짜야 할까.
박원곤 ="미·중은 2020년 1단계 무역 합의를 체결했지만 이후 2차 합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관세도 풀지 않았다. 제로섬 게임으로 흘러가는 상황에서 (차기) 정부가 어느 쪽도 손해 보지 않으려는 건 불가능하다. 선택해야 한다."
최재덕 ="오히려 미·중(G2) 패권 경쟁을 장기간 계속될 뉴노멀로 인식해야 한다. 미·중은 자국 이익을 더 앞세울 것이고 하반기에 무역 분쟁이 시작될 수 있으나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경제적인 타격과 높은 인플레이션, 국내 경제 재건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가 있기 때문에 극단적으로 심화되진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정재흥 ="하반기 무역 분쟁은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를 통해 정치, 경제 모두 블록화하겠다는 전략을 펼칠 것이다. 차기 정부도 새로운 스탠스를 마련해야 한다. 문제는 미·중 사이에서 얼마나 유연하게 협상할 수 있느냐다. 한국이 그만큼 외교력이 필요한 상황이 된 것이다. 전략적 모호성은 이제 안 된다."
◆"中, 美 고립주의 맞서 내수 중심 경제 실험"
-중국 정부는 '14.5규획'에 따라 중국 내에서 필요한 제품을 처음부터 끝까지 생산하는 '홍색 공급망' 구축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한국 정부에 타격이 미칠 가능성과 14.5규획에 숨은 뜻은 무엇인가.
박원곤 ="큰 타격이 예상되진 않는다. 한 국가가 모든 걸 만드는 자립경제가 될 순 없다. 설사 그렇더라도 시간이 많이 걸리는 일이다. 한국은 반도체 분야에서 가치가 높다. 미국은 안정적인 공급망으로, 중국은 자립 형태로 끌어들이려고 한다."
최재덕 ="14.5규획의 핵심은 중국이 장기화하고 있는 미·중 패권 경쟁에 대비해 외부 환경에 영향을 덜 받는 쪽으로 경제구조를 재편해 미국의 영향력에서 벗어나려는 전략이다. 미국이 중국을 고립시키고 공성전을 펼 때 중국은 홍색 공급망 구축과 내수 경제 활성화로 수성전을 준비할 것으로 보인다."
표나리 ="기존의 고속 성장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감염병과 미국의 압박까지 받았던 중국이 코로나19 이후 경제 연착륙을 위해 마련한 금융·재정·부동산 방면의 실험적인 정책으로 보인다."
정재흥 = "홍색 공급망은 한국을 배척하려는 게 아니라 오히려 '확실히 내 편으로 들어와라' '중국 쪽으로 서라'는 신호로 봐야 한다. 중국도 미국이 재편하는 경제 질서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홍색 공급망 등 한국에 확실한 스탠스를 요구할 것이다."
◆"韓 외교 시험대인데···대선 후보 공약 없다"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 등 동맹국 중심의 '무역 블록화' 현상이 격화할 것으로 보이는데.
박원곤 ="안미경중은 이미 끝났다. 손해 볼 각오를 해야 한다. 다만, 손해를 보더라도 '미∙중 갈등을 어떻게 대할 것인지' 확실한 원칙이 있어야 한다. 문제는 아직까지 어떠한 전략도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선이 2개월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후보들은 통일·외교·안보 핵심 이슈를 다루지 않고 있다. 공약집도 나오지 않았다."
최재덕 ="이제 경제와 안보를 따로 떼어서 추구할 수 없다. 미·중 사이에서 눈치를 볼 것이 아니라 실용외교를 바탕으로 그 안에서 한국이 어떠한 역할을 해야 하고 어떠한 이익을 취할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한다. 미·중 디커플링 상황에서 한국은 미국이나 중국 어느 한쪽에 서기보다는 양국에 필요한 국가가 됨으로써 몸값을 높이고 국익을 관철할 방안을 고심해야 한다."
표나리 ="'경제안보'라는 수식어가 등장할 만큼 경제와 안보 영역의 분리가 어려워졌다. 향후 경제 부문에서도 미·중 경쟁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되는데 중국이 대미 전략 차원에서 주요 산업 원료들을 전략무기화할 가능성이 존재한다."
정재흥 = "배타적 다자주의가 아닌 포용적 다자주의를 모색해야 할 때다. 뉴노멀 정답이 정해진 것은 아니고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국익 중심의 실용외교로 가야 한다. IPEF도 당장 들어갈 게 아니라 경제적 실익을 먼저 따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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