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AFP 통신 등 외신은 며칠 내로 EU 집행위원회가 현대중공업 그룹의 대우조선해양 인수합병을 거부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양사의 M&A는 독과점 우려 때문이다. 양사는 지난해 전세계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건조 수주물량의 약 60%(75척 중 45척)를 차지했다.
M&A 초기부터 제기된 독과점 우려
독과점 이슈는 양사간 M&A가 발표된 2019년 초부터 꾸준히 제기됐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당시 한국은 세계 선박 수주 1위 국가였으며 특히, 2018년 기준 전 세계 LNG선의 94%(70척 중 66척)를 수주하기도 했다. 또 2018년 말 기준으로 국내 수주량에서 양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79.5%에 달했다. 독과점 우려가 제기됐으나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당시 기자회견에서 "잘못되면 직을 내려놓겠다는 각오로 임하겠다"는 뚝심으로 밀어붙였다.
하지만 대우조선과 현대중공업그룹 간의 M&A가 난관에 봉착하면서 '1위 기업 몰아주기' 구조조정 전략이 과연 현실성이 있는지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독과점=시장실패 VS 중국과 일본 사례
경제학에서 독과점은 대표적인 시장실패로 정부의 시장 개입 근거를 제공한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이 독과점 기업을 만든 셈이 됐다. 동국대와 한림대에서 재무금융학과와 경영대 교수로 재직한 바 있는 이 회장이 이 같은 문제점을 모를 리 없다.
물론 강학상의 접근만으로 현실을 전부 설명할 수는 없다. 특히 대우조선해양과 아시아나항공이 속한 항공업과 조선업이 국가 기간산업이란 특수성을 감안하면 업계 1위 업체가 인수하도록 하는 `안전한' 선택이 설득력을 얻을 수 있다.
또한 경쟁국인 중국과 일본의 사례를 볼 때 성공 가능성도 있었다. 2019년 중국의 1위·2위 조선사인 중국선박공업그룹(CSSC)과 중국선박중공그룹(CSIC)이 합병해 중국조선기업이 됐다. 지난해 1월에는 일본의 1·2위인 조선사가 각각 51%, 49%의 지분을 보유한 합작사인 니혼십야드(Nihon Shipyard·NSY)를 설립하기도 했다.
하지만 산업은행의 선택에는 기본적으로 위험이 있었다. 독과점 전략은 기본적으로 공정거래를 해치는 요소이기 때문이다. 한 산업의 독과점이 생긴다면 국민들의 소비자 잉여(Consumer Surplus)는 극단적일 경우, 생산자에게 전부 이전될 수 있는 폐해가 있다. 그렇기에 각 국가는 우리나라의 공정거래위원회와 유사한 기구를 둔다. 공정위의 목적을 고려할 때 이번 딜이 EU 집행위를 넘지 못하고, 한국 공정위가 시간을 질질 끌며 버틴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수순이었다.
대한항공·아시아나 M&A, 이미 혈세 투입됐다
이 회장에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M&A도 남아있다. 이 딜 역시 주요국의 기업결합 심사를 통과해야 하는데 △미국 △유럽 △중국 △일본 등의 기업결합 심사가 아직 남아 있다. 미국과 EU에선 이에 다소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아시아나항공 M&A건은 산업은행이 영구채 발행 등을 통해 자금을 투입했다는 점에서 딜이 무산된다면 산업은행 입장이 더 곤란해질 수 있다. 지난 2020년 말 산업은행은 대한항공의 모회사인 한진칼에 유상증자로 5000억원, 교환사채 인수 방식으로 3000억원을 지원했다.
투자은행업계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 딜은 대우조선해양과 달리 직접 자금이 들어갔기에 실패할 경우 산업은행에 더욱 부담이 될 것"이라며 "결국 1등에게 2등을 넘기는 발상 자체가 다소 순진하지 않았나 싶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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