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2월 시중에 풀린 돈이 금리 인상과 고강도 대출규제에도 불구하고 역대급 행진을 이어갔다. 한 달 동안에만 24조원 가까이 증가하며 유동성 규모가 3600조원을 넘어섰다. 인플레이션(지속적인 물가 상승)과 금융불균형을 부추기는 ‘유동성 파티’가 지속된 것이다.
17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1년 12월 중 통화 및 유동성'에 따르면 12월 한 달간 통화량(M2 기준)은 3613조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유동성 규모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던 전월(3589조1000억원)보다도 23조8000억원(0.7%)가량 증가한 것이다.
광의의 통화(M2)란 넓은 의미의 통화량 지표를 의미한다. 현금과 요구불예금, 수시입출금 예금 등 당장 현금처럼 쓸 수 있는 돈뿐만 아니라 머니마켓펀드(MMF), 2년 미만 정기 예적금, 수익증권, 양도성예금증서(CD), 환매조건부채권(RP) 등 쉽게 현금화할 수 있는 단기 금융상품까지 포함된다.
잔액 기준으로는 사상 첫 3600조원을 돌파하면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시중 통화량은 작년 4월 3000조원을 첫 돌파한 이후 증가세가 이어지면서 규모 면에서 매월 사상 최대치를 경신하고 있다. 이 기간 전년 동기 대비 유동성 증가율은 13.2% 수준(평잔/원계열)으로 전월(12.9%)보다 상승한 것은 물론 2008년 11월 이후 최고 수준이다.
경제주체 별로 살펴보면 기업의 유동성 규모가 전월 대비 14조6000억원 증가하며 가장 두드러진 모습을 보였다. 이는 연말 정부의 재정자금 집행과 양호한 수출 증가에 따른 기업 결제자금 유입 등이 영향을 미친 것이다. 가계(비영리단체 포함) 유동성 규모 또한 이와 비슷한 14조4000억원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간 기타 금융기관 유동성의 경우 소폭(9000억원)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은은 가계 유동성 규모 증가 배경에 대해 "가계대출의 감소세 전환(은행권 12월 기준 2000억원 감소)에도 불구하고 주식 등 대체자산 매도와 재난지원금 지급 효과 지속 등으로 증가한 것으로 분석된다"면서 "다만 지난 두 달여간(10월 18조/11월 17조2000억원)과 비교하면 유동성 증가세는 다소 둔화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상품별로 보면 2년 미만 정기예적금 규모가 전월에 이어 큰 폭(+20조5000억원) 상승한 것으로 파악됐다. 금리상승기에 접어들면서 예적금금리가 오른 데다 예대율 관리를 위한 자금유치 또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금전신탁(5조3000억원)과 시장형 상품(4조5000억원)이 동반 상승했다. 반면 수시입출식 상품과 MMF는 각각 5조7000억원, 4조1000억원가량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단기자금 지표인 M1(협의통화, 평잔)은 1341조9000억원으로 전월 대비 0.6%포인트 감소했다. 이는 2018년 12월(-0.4%) 이후 3년 만에 감소 전환한 것이다. M1은 언제든 현금화가 가능해 높은 수익률을 좇아 움직이기 쉬운 자금을 의미한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