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부유층들이 명품 시장으로 달려가고 있다. 대러 제재에 루블화 가치가 연일 폭락하자, 명품 보석과 시계를 대거 사들여 손실을 방어하려는 것이다.
블룸버그는 러시아 부유층들이 명품 보석과 시계를 사들이고 있다고 2일(이하 현지시간) 보도했다.
장 크리스토 바뱅 불가리 CEO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러시아에서 불가리 매출이 지난 며칠 간 증가했다고 밝혔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맞서, 서방 국가들이 대러 제재에 나서자 나타난 변화라는 설명이다.
그는 불가리 보석은 "안전한 투자"라며 "단기적으로 그것(제재)이 비즈니스를 활성화시킨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러시아에 가해진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스위프트) 제재를 언급하면서 "실제로 스위프트 제재가 완전히 시행되면, 러시아로의 수출이 가능할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언제까지 (이 같은 분위기가) 지속될지는 말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그는 루블화 가치가 하락하고 있는 만큼 러시아 시장에서 제품 가격을 향후 올릴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도 내다 봤다.
현재 애플, 나이키, BP, 쉘, 엑손모빌 등 글로벌 기업들은 러시아에서 사업을 철수하거나 제품 판매 중단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유럽의 주요 명품 브랜드들은 여전히 러시아에서 영업을 유지 중이라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실제 불가리 외에도 리치몬트그룹의 까르띠에, 스와치그룹의 오메가와 롤렉스 등은 러시아에서 보석, 시계 등의 제품을 판매 중이다. 이들 기업은 매출 행진을 이어가면서 정치에 관심이 없는듯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짚었다.
이에 바뱅 CEO는 "우리는 러시아 국민을 위해 있는 것이지 정치를 위해 있는 것이 아니다"며 "(러시아 뿐만이 아니라) 불확실성과 긴장의 시기를 보내고 있는 여러 많은 나라에서 영업을 하고 있다"고 블룸버그에 말했다.
금과 마찬가지로 명품 시계나 보석은 인플레이션 헤지 역할을 한다. 루블화 가치 폭락에 따른 손실을 막을 수 있는 셈이다. 특히 전쟁 등으로 인해 경제 상황이 혼란에 빠졌을 경우 명품 시계와 보석은 가격을 유지하거나 심지어 오르기도 한다.
다만, 이는 브랜드 명성을 실추시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패션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매체로 인정받는 '비즈니스오브패션'은 소매업자들이 러시아서 상점을 폐쇄하고 온라인으로 상품을 배송하지 말 것을 촉구했다. 이 매체의 편집장인 임란 아메드는 사설을 통해 "대단히 상직적"이겠지만 이것은 또한 "도덕적 위치에 대한 강한 헌신"을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블룸버그는 유럽연합이 러시아 항공기에 대한 영공을 폐쇄했고, 주요 물류 회사들이 러시아로의 선적을 중단한 점에 비춰, 명품 업체들이 재입고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바뱅 불가리 CEO 역시 전쟁에도 불구하고 상점을 계속 열고 모스크바의 새로운 호텔 개발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히면서도, 위기가 몇 달간 지속될 경우 "러시아에서 제품을 공급하는 것이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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