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유로 지역 물가 상승이 올해 정점을 찍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등 글로벌 인플레이션에 대한 시장 우려가 큰 가운데 그에 따라 초래되는 금융 불균형이 우리 경제에 하방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됐다. 이에 대한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관련 정책 대응을 지속하고 모니터링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박구도 한국은행 금융안정국 금융시스템부장은 16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2022 아시아·태평양금융포럼(APFF)' 세 번째 세션(긴축시대, K-피보팅 전략)에서 '글로벌 금융 불균형 상황 및 시사점'을 주제로 한 강연을 통해 "주요국의 금융 불균형 수준이 단기간에 높아졌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박 부장은 이날 발표에서 통계와 분석을 통해 국내외 금융 불균형 상황의 변화를 설명했다. 미국과 영국 등 14개 주요국을 대상으로 산출한 글로벌 금융취약성지수(WFVI) 추이를 살펴보면 민간신용지수(100 기준)가 2019년 4분기 48에서 2020년 4분기 69.6으로 21.6포인트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자산가격 역시 17포인트(41.3→58.3) 상승했다.
국내 금융취약성 역시 주요 위기 직전 시점마다 급등하는 선행성을 나타냈다. 박 부장은 "실제 1997년 외환위기부터 2003년 카드사태, 글로벌 금융위기 등 주요 위기 이전에 빠르게 상승하는 양상을 보였다"면서 "최근 상황을 보면 코로나 이전에 (금융 불균형이) 상승하는 모습을 보이다가 상승 속도가 가속화됐다. 이후 작년 하반기 소폭 하락하긴 했으나 코로나 이전에 비해서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박 부장은 "글로벌 인플레이션에 따른 시장금리 상승은 급격한 금융 불균형을 초래할 수 있는 리스크 요인"이라면서 "(현재 진행 중인)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역시 원자재 가격 상승과 공급 병목 심화 등으로 인플레이션을 더욱 심화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한 금융기관의 대외충격 취약성에 대해서도 우려를 나타냈다. 박 부장은 "저금리에 따른 수익성 추구 강화로 상대적으로 수익률이 높은 회사채나 부동산 PF 등 위험투자 익스포저를 확대했고 코로나 대응 과정에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에 대한 금융 지원 강화로 취약 부문에 대한 익스포저도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금융기관이 외화자금 조달을 단기자금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에서 유동성 경색에 따른 조달 충격이 국내 금융시장에 전이될 수 있다는 것이다.
박 부장은 "최근 금융기관의 높은 자본비율을 감안하면 대내외 충격이 금융기관으로 확대될 가능성은 제한적일 것"이라면서도 "금융 불균형의 점진적 완화를 위해선 정책 대응과 주요국 금융 불균형 상황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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