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0일 출범하는 윤석열 정부에 대한 국민의 기대는 크다. 무엇보다도 이제 대한민국 모든 부문이 제자리를 찾아갈 것이라는 기대가 국민들의 가슴을 부풀게 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 5년 동안 정치에서 삼권분립이나 민주주의는 실종되고 경제는 송두리째 붕괴되고 북한·중국만 쳐다보던 외교도 완전 고립되고 국민 안전의 마지막 보루인 국방안보마저 무너져 내리는 모습에 국민들은 좌절해 왔다. 오죽하면 10년은 가던 좌우 정권 교체가 5년 만에 일어났겠는가. 정치에서 삼권분립이나 민주주의가 회복되고 경제도 살아나고 당당하게 국익을 앞세운 외교가 복원되고 국방안보도 튼튼해져서 다시 대한민국을 도약시키고 국민들을 안심시켜야 할 것이다. 이처럼 여러 분야에서 국민들의 기대가 높아지고 있지만 특히 디지털산업 분야에서도 기대가 이만저만 아니다.
가상화폐, 디지털화폐로 불리던 암호화폐는 특금법 시행으로 가상자산으로 불리기도 하다 근년 들어서는 대체불가능자산(non-fungible token·NFT), 메타버스 등 디지털자산이 새롭게 부상하면서 이들을 포함한 보다 폭넓은 의미에서 디지털자산으로 불리기도 한다. 암호화폐나 가상화폐, 디지털화폐는 문재인 정부 5년 동안은 암흑기였다. 한국은 암호화폐공개(Initial Coin Offering·ICO)) 붐이 전 세계를 휘쓸던 때였던 2017년만 하더라도 암호화폐 강국이었다. 당시 한국의 암호화폐거래소 빗썸은 거래량 면에서 세계 1위를 자랑하고 있었다. 그러나 2018년 1월에 소위 ‘박상기의 난’이라는 것이 일어났다. 당시 법무장관이었던 박상기 장관이 암호화폐는 돌덩어리에 불과하므로 거래소를 전면 폐쇄하겠다는 발언을 하고 이어서 금융당국도 블록체인은 인정하지만 암호화폐는 인정할 수 없다는 자세를 밝히면서 한국 암호화폐 산업은 급전직하 암흑기로 접어들었다.
암화화폐 거래는 유사수신행위로 단속하고 암호화폐거래소는 통신판매업자로 간주했다. 플랫폼에서 전자상거래를 하는 통신판매업자는 엄청나게 많아서 어느 통신판매업자가 암호화폐를 거래하는지도 제대로 파악되지 않은 상태에서 심지어 사기성 거래도 횡행하면서 투자자 피해도 속출했다. 제대로 된 검증을 하고 적법한 상장 절차를 거쳐 당국이 인정하는 거래소에 상장된 암호화폐를 거래해야 피해자 발생이 적을 것인데 필요한 규제도 도입하지 않고, 무조건 인정하지 않고, 방치한 결과 발생한 부작용이다. 세계 상위권이었던 한국 암호화폐거래소들은 30~40위권으로 추락했다.
한국과는 달리 전 세계 많은 나라에서는 암호화폐를 자산, 금융자산 또는 민간 화폐로 인정하는 추세가 확산되고 투자자 보호를 위해 거래소는 등록제를 도입하는 추세가 일반화되었다. 암호화폐를 화폐로 간주해 과세는 부가가치세를 면세하고 거래 소득에 대해서는 비과세 추세가 확산되는 가운데 미국과 일본은 소득세에 대해서는 과세를 시작했다. 스위스 금융당국(FIMA)이 제정한 가이드라인이 확산되면서 코인·토큰을 증권형코인·토큰, 지불형코인·토큰, 유틸리티코인·토큰으로 구분하고 증권형코인·토큰은 증권으로 간주해 증권거래법 규제를 받고, 지불형코인·토큰에 대해서는 자금세탁방지(Anti Money Laundering·AML)와 고객신원확인(Know Your Customer·KYC) 시스템 구축을 요구했다. 반면 유틸리티코인·토큰은 비규제 추세로 받아들이는 등 시장 안정을 위해 필요한 규제를 도입하는 추세가 확산되었다.
이런 추세와 함께 미국에서 2020년 3월 제로금리와 양적완화를 재개하면서 암화화폐 가격은 다시 반등하기 시작했다. 2020년 하반기부터는 암호화폐를 예치하고 대출받는 탈중앙화금융(DeFi)이 확산되고 지난해부터는 대체불가능토큰(NFT)과 메타버스 열풍이 확산되고 금년 2월에는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중국 중앙은행디지털화폐도 상용화되면서 암호화폐 산업에 새로운 전기가 마련되고 있다. 한국에서는 규제에도 불구하고 특히 2030세대를 중심으로 암호화폐 투자가 확산되면서 지난해 9월 말 한국 비트코인 거래액이 3584조원을 기록해 코스피 거래액 3126조 원을 넘어섰다. 투자자도 570만 명을 넘어섰다.
이런 가운데 한국에서는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TATF) 권고에 따라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금법)'을 제정하고 지난해 3월 25일 시행에 들어갔다. 암호화폐를 가상자산으로 정의하고 거래소를 가상자산사업자로 규정해 일정한 요건을 갖추어 금융정보분석원(FIU)에 신고하도록 했다. 신고 요건 중 가장 중요한 것이 정보보호관리체계(ISMS) 인증을 받고 은행에서 실명확인 입출금 계정을 개설해 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거래소의 실명확인 입출금 계정을 발급한 은행에 가상자산 사업자 자금세탁 방지 의무와 의심거래 시점(STR) 보고의무를 과도하게 부과한 결과 은행들이 실명확인 입출금 계정 발급을 꺼리는 경향이 나타났다. 결국 현재까지 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 고팍스 등 5개 거래소만 실명확인 입출금 계정을 발급받아 원화 거래를 할 수 있게 되었다. 정보보호관리체계(ISMS) 인증을 받았으나 실명확인 입출금 계정을 발급받은 24곳은 코인 간 거래만 가능한 코인마켓만 운영할 수 있게 되어 수수료가 급감해 사실상 운영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나머지 37곳은 폐업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획기적인 공약을 내놓았다. 공약대로만 추진된다면 한국 디지털자산 산업에 중흥기가 도래할 수도 있는 공약들이다. 주요 공약을 보면 △전망디지털플랫폼정부 구축 △암호화폐공개(ICO), 거래소대행 암호화폐공개(Initial Exchange Offering·IEO) 허용 △NFT 활성화를 위한 디지털자산시장 육성 △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 △코인 투자자 수익 5000만원까지 비과세 △디지털 혁신금융 생태계 조성 △AI 데이터거버넌스 보안 강화를 위한 데이터 이용 환경 개선 △블록체인 등 신기술금융 접목 확대 △사이버보안 강화 등 가히 메가콘급들이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상상도 하기 힘들었던 공약들이다. 이 밖에 공약집에는 명시적으로 포함되어 있지 않지만 △디지털산업진흥청 설립도 거론되고 있다. ICO·IEO만 허용되어도 엄청난 지각변동이 예상되고 거기다 디지털산업진흥청마저 설립되면 디지털산업은 더욱 속도를 낼 전망이다.
이에 덧붙여 몇 가지만 첨언하면 거래소 다섯 곳은 부족하다는 점이다. 독과점으로 투자자 보호가 소홀해질 우려도 있다. 적정 수의 거래소가 필요하다. 일본은 하루 거래량이 한국의 절반 정도인데 현재 거래소 23곳이 영업 중이다. 한국에서도 일단 정보보호관리체계(ISMS) 인증을 받은 거래소는 원화마켓 운영이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와 관련해 은행의 실명확인 입출금 계정 발급 부담을 덜어주어야 한다. 은행에 모든 부담을 지우는 것은 행정편의적 발상이다. 전통 금융에서도 FIU(금융정보분석원)가 자금세탁거래징후나 이상거래징후를 탐색하는 역할을 한다. 가상자산에서도 가상자산정보분석원(VIU)(가칭)을 설립하여 이러한 업무를 담당하게 할 수도 있다.
아울러 금융당국이 상장가이드라인을 제정하고 거래소들이 상장가이드라인을 지키고 있는지를 감독하는 방식으로 투자자를 보호할 필요가 있다. 디지털자산기본법 같은 업권법 제정도 중요한 과제다. 이를 바탕으로 디지털(가상)자산협회를 금융당국이 인가해 자율규제기관(SRO) 역할을 하도록 해야 한다. 스위스 크립토밸리의 크립토밸리협회(Crypto Valley Association)와 같은 기능이다. 이러한 제도 정비를 통해 디지털(가상)자산산업 육성과 규제에 균형을 도모해야 한다. 한국은 규제가 많은 국가다. 각종 기득권 그룹 세력들의 막강한 반규제 파워 등 한국의 제반 여건을 고려할 때 현 단계에서는 크립토산업에 대해서는 '사전허가 사후규제(사전에 허가하고 문제 발생 시 사후에 규제하는 샌드박스식 규제)'하는 규제프리 특구도 조성할 필요가 있다. 이렇게 되면 블록체인 암호화폐 산업 발달은 4차 산업혁명의 기반이 되어 4차 산업혁명 시대 한국이 선진국으로 도약할 수 있는 토대가 될 것이다. 그 하드웨어 기반인 초고속통신망, 모바일, 반도체가 발달해 있어 소프트웨어, 즉 규제혁파(사전허가 사후규제), 창의 인재 양성, 모험 금융산업 육성만 되면 한국은 세계 디지털금융 중심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새 정부가 디지털산업 공약을 충실히 이행하기를 기대해 본다.
오정근 필자 주요 이력
▷고려대 경제학과 ▷맨체스터대 경제학 박사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 ▷한국금융ICT융합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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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가 희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