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일반인 채용해 유튜브 리뷰 '신종 뒷광고' 논란..화장품사 '셀프 고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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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한지 기자
입력 2022-05-0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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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유튜브 제작사 자회사를 통해 일반인을 채용한 뒤 자사 화장품 리뷰 영상을 게재하게 한 의혹을 받는 한 화장품 회사가 공정거래위원회 등에 자사를 이른바 '셀프 고발'한 것으로 확인됐다. 2020년 유튜브 생태계에서 '뒷광고'(광고임을 알리지 않고 제품을 홍보하는 행위) 논란이 발생한 이후 이 같은 진화한 형태의 뒷광고가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일 아주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화장품 업체 A사는 지난달 15일 자사 법인과 대표를 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표시광고법) 등 위반 혐의로 공정위에 직접 고발했다. 본지가 고발 관련 서류 등을 확인한 결과 A사는 같은 날 식약처에는 과대광고 혐의로, 지난 3월 31일에는 금천경찰서에 자진 신고했다.

A사는 모공이나 여드름 개선 화장품을 개발·판매하며 지난해 누적 매출 200억원을 달성했다. 제품을 사용해 본 유튜브나 인스타그램 인플루언서들은 '한 달 동안 꾸준히 사용했더니 여드름이 모두 사라졌어요' 등 제품 후기를 여러 개 올렸다.

그러나 A사가 자회사인 콘텐츠 제작사를 통해 유튜브 채널 11개를 새로 개설하고 유튜버 모델들을 섭외한 뒤 '광고' 표시 없이 자사 화장품 홍보용 리뷰 영상을 여러 개 올린 정황이 최근 한 유튜버를 통해 드러났다. 현재 A사 제품 홍보 리뷰 영상 대다수는 비공개 처리된 상태다.
 

지난달 14일 자사를 공정거래위원회에 셀프 고발한 A화장품 업체. [사진=장한지 기자 hanzy0209@ajunews.com]

A사는 본지에 "받는 의혹들에 대해서 부인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며 "반성하는 차원에서 자사 법인과 대표를 공정위 등에 고발하게 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또 "이것은 관리가 크게 미흡하고 회사에 책임이 있는 것"이라며 "재발되지 않게끔 모든 시스템을 바꾸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A사 대표는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올리고 "이번 위기만 잘 넘기자는 식의 요행이 싹트지 않도록 확실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A사 광고 형태는 2년 전 수많은 유명 유튜버·인플루언서들이 물의를 빚은 이른바 '뒷광고' 사태와 유사하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뒷광고는 유튜브 등 SNS에서 인플루언서들이 광고주한테서 경제적 대가를 받고 상품을 추천하면서 대가를 받은 사실을 알리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자회사를 통해 일반인들을 다수 채용한 뒤 아무런 표시 없이 자사 제품 홍보 리뷰를 올리게 한 형태의 이른바 '신종 뒷광고'가 드러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업계에 따르면 비단 A사뿐만 아니라 다양한 회사들이 A사와 같은 새로운 형태의 뒷광고 방식을 쓰고 있다.

신종 뒷광고는 기존 뒷광고처럼 표시광고법 위반 행위라는 것이 법조계의 중론이다. 표시광고법상 '부당한 표시'를 심사하는 기준인 '추천·보증 등에 관한 표시·광고 심사지침' 개정안이 2020년 9월 시행되면서 뒷광고는 전면 금지됐다. 혐의가 인정되면 2년 이하 징역 또는 1억5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이홍섭 변호사(법무법인 인사이트)는 "형식적 자회사 또는 실질적인 지배력을 지닌 자회사가 홍보 영상 제작에 개입했음이 확인되면 추천·보증 등에 관한 표시·광고 심사지침상 '제3자'로 보기 어려워 문제의 소지가 상당해 보인다"고 설명했다.

김진수 공정거래 전문 변호사(법률사무소 서초)는 "추천인과 광고주의 경제적 이해관계가 존재한다면 그 후기에 객관성이 담보되지 못하고, 이러한 이해관계가 표시되지 않은 후기는 소비자의 합리적인 구매 결정을 방해하는 것으로 공정한 거래질서를 해하는 것"이라며 "이 사안은 표시광고법이 규제하는 부당한 표시 광고 행위에 해당해 당연히 규제해야 할 필요성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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