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 국내 증시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앞두고 경계심리가 한층 더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주 발표된 5월 소비자지수(CPI)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연준의 긴축 강도가 더욱 높아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어서다.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0일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29.57포인트(-1.13%) 내린 2595.87로 장을 마쳤다. 전주 대비로는 74.78포인트(-2.8%)가 하락했다. 게다가 4거래일 모두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유럽중앙은행(ECB)이 7월 기준금리 인상 및 9월 금리 인상폭 확대 가능성을 내비치자 글로벌 긴축 우려가 확대되며 투자심리 위축으로 이어졌다. ECB는 9일(현지시각) 통화정책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0%로 동결한 반면, 7월 회의에서는 0.25%포인트(25bp) 금리 인상을 예고한 바 있다. 여기에 오는 9월 8일에 열릴 회의에서는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불난 집(글로벌 긴축)에 기름(CPI)…변동성 장세 전망
이번주 국내 증시는 ECB발(發) 긴축 우려로 글로벌 증시가 휘청이는 가운데 40년만에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미국의 CPI 충격이 국내 시장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일(현지시간) 미국 노동부는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월보다 8.6% 급등했다고 밝혔다. 이는 전월(8.3%)보다 상승 폭이 확대된 것으로 1981년 12월 이후 41년만에 최대폭이다. 에너지(34.6%)와 식자재(11.9%) 상승이 CPI의 급등을 주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인 8.3%를 상회한 수치여서 미국 시장은 일제히 하락 마감했다.
CPI가 발표된 당일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지수는 전장보다 880.00포인트(2.73%) 하락한 3만1392.79로 장을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116.96포인트(2.91%) 하락한 3900.86을, 나스닥지수는 전장보다 414.20포인트(3.52%) 급락한 1만1340.02에 거래를 마쳤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7월말 예정된 FOMC에선 긴축 기조를 강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새로 생길 수 있다”며 “시장은 6월 FOMC 기자회견에 어떤 내용이 나올 지 기다리면서 웅크릴 가능성이 높다. 이번주 한국 시장도 미국 물가 영향을 받아 약세 압력을 받게 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미 증시가 소비자 물가지수 발표 후 인플레이션 둔화 기대 심리가 약화되며 급락한 점은 한국 증시에 부담이 될 것”이라며 “높은 물가의 지속으로 미국 소비 둔화 가능성이 높아져 ‘경기 침체’이슈가 유입되었으며, 이는 외국인 수급에 부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주 초반 국내 증시에 대해서도 서 연구원은 “1.2% 내외 하락 출발 후 FOMC를 기다리며 변화가 큰 모습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고 덧붙였다.
◆FOMC 자이언트스텝 가시화 되나…
오는 14~15일(현지시간) 연준은 FOMC를 열고, 기준금리 인상 폭을 결정한다. 시장에서는 지난주 발표된 CPI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자이언트스텝(0.75%포인트 금리인상) 가능성도 커졌다는 평가다.
시카고선물거래소(CME) 페드워치(CME Fedwatch)에 따르면, 연준이 자이언트스텝에 나설 것으로 보는 미국 트레이더들 비율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장효선 삼성증권 연구원은 “CPI 발표 이후 75bp의 자이언트스텝의 확률이 6월 19.6%, 7월 46.2%로 급등했다”며 “7~8개월간 CPI 발표가 나오면 충격과 긴축 우려가 데자뷰처럼 반복되니 차라리 75bp로 2번 올리고 화끈하게 바닥 잡고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든다”고 소회를 밝혔다.
다만 빠른 긴축이 불러오는 충격이 큰 만큼 이번 6월 FOMC에서는 0.5%포인트 인상이 유력하지만 국내 증시에 주는 부정적인 영향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대준 연구원은 “이번주 FOMC에서 75bp 인상이 감행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며 “하지만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준이 바로 75bp 인상을 선언하진 않을 듯 하다”고 말했다.
물가를 잡으려면 금리 인상보다 증산 등을 통한 유가를 먼저 잡아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CPI 급등을 불러온 계기가 에너지 상승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성노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5월 미국 소비자물가가 시장 예상치를 크게 상회하면서 이번주 FOMC에서 추가적인 긴축 강화에 대한 우려가 존재한다”며 “다만 미국 core CPI 하락 추세가 진행 중이라는 점에서 소비자물가 상승 원인은 에너지, 식품의 높아진 기여도에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단기적으로 높아진 원자재 가격이 인플레이션을 자극하고, 반대로 성장률을 떨어뜨리는 부작용이 크게 확산 중”이라며 “앞으로는 긴축정책보다는 산유량을 증가시키는 것이 오히려 더 중요한 물가안정대책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업황 개선‧원자재 가격 전가 업종에 주목
변동성장세의 장기화가 예상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매도는 실익이 없다고 말한다. 오히려 업황이 개선중이거나 높아진 원자재 가격을 제품가격으로 전가할 수 있는 업종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이번주 초반 2550선 지지력 테스트가 불가피하겠지만 극복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3분기 안도랠리 전망을 유지하지만 경로는 예상보다 험난하고, 시간과의 싸움이 길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매매강도를 조절할 필요는 있지만 추격매도는 실익이 없다”고 말했다.
이미 바닥권에 머물고 있어서다. 오히려 가격전가가 쉽거나 이익개선이 진행중인 업종에 대한 관심은 유효하다는 데에 입을 모은다.
김대준 연구원은 “업종 전반이 흔들리겠지만 향후 업황이 개선될 여지가 있고, 물가와 금리 충격을 덜 받으며 규제 완화 등 정책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업종이라면 불안한 시장에서도 버틸 수 있다”며 “해당 범주에는 화학(2차전지, 신소재), 음식료, 금융, IT(소부장), 유틸리티 등이 있다”고 강조했다.
서정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원자재와 여타 중간재 가격이 고공행진을 하고 있는 것은 명백한 사실인 만큼, 가격을 전가할 수 있는 기업은 주목 대상”이라며 “정유와 화학, 철강‧금속과 같은 시클리컬(경기민감) 유형이 그 예시”라고 말했다. 이어 “이들은 전통적으로 중국 경기 사이클과 깊은 상관성을 보여온 업종”이라며 “최근 실적 전망치 또한 긍정적”이라고 강조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