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초강대국, 다잡는 밸류체인]② "파운드리 1위 TSMC 이기려면 OSAT 강화는 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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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문기 기자
입력 2022-06-13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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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세공정 개선 위한 핵심으로 부상...대만 기업 강세

  • "국내 OSAT 양성, 반도체 산업 경쟁력 강화로 연결"

우리나라 반도체산업의 밸류체인 경쟁력 강화를 위해 후공정 분야에도 혁신과 인력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향후 국내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경쟁력을 좌우하는 관건은 반도체 패키징·테스트 수탁기업인 OSAT(Outsourced Semiconductor Assembly and Test)에 달려있다는 게 중론이다.
 
미세공정 개선 핵심으로 부상한 OSAT
웨이퍼에서 생산되는 반도체 칩은 외부와 전기 신호를 주고받을 수 없고 외부 충격에 약하다. 이런 칩을 낱개로 잘라내 기판이나 전자기기에 장착될 수 있도록 포장하는 작업이 패키징이다. 테스트는 이렇게 완성된 반도체의 품질과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해 검사하는 단계다.

OSAT 기업은 이런 패키징·테스트를 전문으로 하는 기업을 뜻한다. 종합반도체회사(IDM), 파운드리 등 반도체를 생산하는 기업들은 패키징·테스트 과정을 위탁해 효율성을 높이고 제품의 신뢰성을 확보한다.

OSAT에 대한 주목도가 높아지는 이유는 파운드리 첨단화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선폭을 줄이는 것 외에 전체적인 공정에서 혁신이 요구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와 대만 TSMC 등 파운드리 선도 기업들은 웨이퍼 가공과 패키징이 상호보완적인 관계를 형성하면서 시너지(동반 상승)를 통한 미세공정의 개선을 도모하고 있다.

나노미터(㎚·1㎚=10억분의 1m) 단위로 이뤄지는 파운드리 미세화 경쟁이 한계에 부딪힌다면 패키징 역량이 기업의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삼성전자·TSMC 등 파운드리 기업들은 첨단 공정을 중심으로 자체적으로 패키징·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관련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상당한 규모의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반도체 업계는 전반적인 생태계 차원에서 파운드리 기업이 차세대 경쟁을 시작하는 시점에 OSAT 기업들이 기존 첨단 패키징·테스트를 수탁하기 위한 역량을 확보해야 한다고 본다. 그래야 파운드리 기업이 기존의 첨단 공정을 위탁하고 차세대 공정에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도체 산업이 국가 안보와 연결되고 ‘국가대항전’ 형태로 이뤄지는 최근의 분위기를 고려하면 국내 OSAT 기업의 성장이 결국 국가 반도체 경쟁력을 결정짓게 될 것이란 분석이다.

OSAT 산업의 갈수록 중요해질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해당 산업은 TSMC가 속한 대만이 주도하고 있다. 2020년 기준 글로벌 OSAT 업체 매출액 상위 10개 중 1위 ASE를 포함한 5개 기업이 대만 기업이다.

욜 디벨롭먼트와 유진투자증권에 따르면 ASE는 2020년 94억1500만 대만달러(TWD)의 매출을 올려 글로벌 2위인 미국 앰코(50억5100만 대만달러)를 큰 차이로 따돌렸다.

반면 한국 기업은 SFA 반도체(12위), 하나마이크론(14위), 네페스(22위)가 매출 상위권에 포진했다. 그러나 세 기업의 2020년 매출을 모두 합쳐도 글로벌 5위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다.

업계에서는 국내 OSAT 기업들이 연구개발(R&D)에 투자할 여력이 없다는 것을 문제로 꼽는다. 글로벌 매출액 상위권에 포진해 있는 SFA반도체와 하나마이크론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각각 665억원, 1047억원에 불과했다.

 

전 세계 OSAT 시장에 매출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는 국내 기업은 SFA반도체, 하나마이크론 등 소수에 불과하다. [사진=SFA반도체]

국내 OSAT 기업 성장해야 K반도체 경쟁력 세져
반도체 업계 관계자들은 OSAT 기업들의 성장이 반도체 전체 생태계 차원에서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반도체 생태계를 위해서도 OSAT 기업이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는 주장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보유한 첨단 패키징·테스트 기술도 시간이 지나면 첨단에서 밀려날 것이고 외주를 줘야 할 시점이 온다”며 “그때 OSAT 업체들이 이를 받아주려면 첨단 연구도 해야 하고 기술도 확보해야 하는데 사업 구조상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부 지원도 필요한데 최근 정부도 이 부문에 관심을 두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부연했다.

OSAT 기업들의 역량 강화는 반도체 산업 생태계뿐만 아니라 성장하는 시장을 확보해 국가 경제에 대한 기여도를 높인다는 의미도 있다.

시장조사업체 욜디벨롭먼트에 따르면 지난해 27억4000만 달러(약 3조5000억원) 규모를 형성한 최첨단 반도체 패키징 시장은 2027년까지 연평균 19%가량 성장하며 78억7000만 달러(약 10조원)로 성장할 것으로 관측된다.

또 미래에셋증권은 지난 7일 공개한 보고서 ‘유망한 웨이퍼(Promising Wafer): 전략 자원에 대한 기술적 접근’을 통해 글로벌 반도체 테스트 장비 시장 규모를 지난해 기준 56억 달러(약 7조2000억원)로 추산했다.

이처럼 성장이 전망되는 시장에서 점유율을 늘리는 게 국내 OSAT 업계, 나아가 반도체 생태계에 꼭 필요한 과제라는 분석이다.

전문가들도 OSAT 기업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관련 인재 양성에 힘을 써야 한다고 주장한다.

박재근 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교수도 국가의 미래 첨단 파운드리 경쟁력이 OSAT에 달렸다는 주장에 동의하면서 정부에서 관심을 두고 지원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박 교수는 “국가 프로젝트가 있어야 교수들이 연구에 나서고 이를 통해 우수한 인력이 양성되고 기술 개발도 이뤄질 것”이라며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하는데 인력양성의 효과는 4~5년 지나야 나오기 때문에 가장 시급하다”고 말했다.
 

[표=아주경제 그래픽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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