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분위기가 얼어붙으며 국내 성장기업들의 경영 환경도 급격히 어려워졌다. 당장 기업공개(IPO)를 준비하는 이커머스 기업들의 경우 자신들의 기업가치를 정당화하기 위해 고심에 빠졌다. 지난 3월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에 예비심사 청구서를 접수한 이커머스 기업 컬리는 아직까지 공모 일정에 돌입하지 못했다. 컬리는 재무적투자자(FI)와의 공동의결권 행사 등 거래소가 요구한 조건들을 이미 충족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받기 어려운 시장 상황에서 상장에 본격적으로 나서긴 쉽지 않은 분위기다.
한창 투자를 받아야 할 비상장 기업들도 상황이 어렵긴 마찬가지다. 의류·패션 이커머스 기업들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들 기업은 배송과 물류센터 구축 등 제품 유통을 위해 필요한 사전 투자를 대규모 자금 유치를 통해 해결해 왔다. 매출 확장을 위한 마케팅, 시스템 구축을 위한 개발자 채용 등으로 지출한 판관비도 상당하다. 넘어지지 않고 '바퀴'를 굴러가게 하려면 추가 자금이 필수적이지만, 달라진 시장 환경 탓에 상황이 쉽지 않다.
한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대다수 이커머스 기업들, 특히 패션 플랫폼 기업들은 시장 점유율과 고객 확보를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여왔다"며 "그러나 남성 의류 시장을 장악한 무신사를 제외하면 유의미한 지배력을 확보한 곳이 없다"고 평가했다. 당분간 국내에서 이커머스 기업, 특히 패션 분야는 경영 환경이 극도로 위축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실제 일부 패션 플랫폼 기업의 경우 자금 조달에 실패하며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금리인상이 기업에 미치는 영향력이 상당하지만, 이러한 산업 트렌드의 변화까지 되돌릴 순 없다. 오히려 이번 위기는 '플랫폼'을 추구하며 시장에 등장했던 기업들 가운데 옥석을 가리는 계기가 될 가능성이 크다. 기업뿐만 아니라 투자의 측면에서도 마찬가지다. 성장이 정체된 시기일수록 살아남는 기업, 성장세를 이어갈 수 있는 기업을 찾는 눈이 더욱 중요해진다. 버블이 꺼진 자리도 다시 한번 살펴봐야 하는 이유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