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인공지능(AI) 기업 루닛이 기관 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에서 저조한 성적을 거뒀다. 경쟁률이 한 자릿수에 머물며 공모가를 기존 희망 범위 하단보다 30% 이상 낮춘 3만원으로 확정했다. 5000억원을 넘길 것으로 예측됐던 시가총액도 3000억원 수준으로 줄어들게 됐다.
1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루닛은 지난 7~8일 기관 투자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수요예측 결과 공모가를 3만원으로 확정했다고 이날 공시했다. 수요예측에는 국내외 기관 162곳이 참여했으며 최종 경쟁률은 7.10대 1을 기록했다. 상장 이후 시가총액은 기존 공모가 범위(4만4000~4만9000원) 대비 최대 38% 이상 줄어든 3152억원에 그칠 전망이다.
상장 주관사인 NH투자증권 관계자는 "루닛의 시장 경쟁력과 미래 성장성에 대해 많은 기관 투자자들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며 "최근 위축된 주식시장 투자 심리가 영향을 미쳤고, 이에 따라 시장 친화적 가격으로 공모가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루닛은 2013년 설립된 인공지능 기반 의료영상 진단·치료 플랫폼 개발 기업이다. 현재 암 진단을 위한 AI 영상분석 솔루션인 '루닛 인사이트(Lunit INSIGHT)'와 AI 바이오마커 플랫폼인 '루닛 스코프(Lunit SCOPE)'를 개발해 서비스하고 있다.
루닛은 글로벌 의료기기 기업들과 협업하고 해외시장 진출 등으로 기업공개(IPO) 추진 이전부터 주목을 받았다. AI 관련 기술 역시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았다. 상장을 위한 기술성 평가에서도 국내 헬스케어 관련 기업 중 처음으로 모든 평가기관에서 'AA'등급을 획득했다.
다만 IPO 초반부터 지적되었던 '몸값' 문제가 수요예측에서도 발목을 잡은 것으로 풀이된다. 루닛과 주관사인 NH투자증권은 기업가치 산출 과정에서 셀바스AI·비트컴퓨터·트윔 등 상장사를 비교 기업으로 선정했다. 이들의 평균 주가수익비율(PER) 34.82배를 적용해 산출된 기업가치는 1조원 이상에 달했다. 3개 기업 중 PER가 가장 높은 트윔은 의료 영역이 아닌 스마트 팩토리에 적용되는 검사장비를 제작하는 기업이다.
앞서 상장한 의료 AI 기업들 주가도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연초 공모가 2만1000원으로 증시에 입성한 뷰노 주가는 현재 8000원 안팎을 오가고 있다. 지난해 상장한 딥노이드 역시 공모가(4만2000원) 대비 4분의 1 수준에 머물고 있다.
루닛은 이번 IPO를 통해 확보한 공모 자금을 제품 연구개발(R&D)과 인허가 과정에 투자하고, 글로벌 파트너십 구축·운영자금으로 사용해 지속 성장을 위한 기틀을 마련할 계획이다. 루닛은 12~13일 일반 투자자 대상 청약을 거쳐 21일 코스닥시장에 상장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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